<청소, 생각>
점심시간의 카페는 바글바글 북적북적 시끌벅적하다. 카페인과 탄수화물 충전이 절실한 직장인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때문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과 손님들이 바삐 움직이는 시간. 아이스 아메리카노 총 다섯 잔이 맞는지, 37번은 테이크아웃으로 바뀌었다든지, 픽업 좀 봐달라든지 이런저런 바쁜 외침들을 듣고 있자면, 어느새 저기 멀리 카운터에서 이런 외침이 들려온다.
"아영님, 빵 포장 좀 도와주세요!"
그럼 나는 바쁜 직원들 사이를 총총 지나쳐 달려가 빵 포장을 돕는다. 계산이 완료된 빵을 넘겨받아, 사이즈에 맞는 비닐이나 종이 상자에 담아 손님에게 건네는 일이다. 단순한 작업이지만 내게는 꽤 난감한 일인데, 간혹 내가 빵 포장하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눈빛을 내가 의식하게 되면 어쩐지 비닐도 잘 잡히지 않고 종이 상자도 예쁘게 접히지 않는다. 물론 손님은 별생각 없이 보고 있는 걸 테지만(달리 볼 곳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나는 누군가 나를 보고 있으면 걸음걸이도 어쩐지 이상해지는 사람 중 하나다. 혼자서 잘하다가도 누군가, 아영이 잘하네! 하고 말을 걸면 곧바로 모든 게 엉켜버리는 그런 스타일. 심지어 나는 닭갈비 집에서 직원이 볶음밥을 만들 때도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직원의 숙련된 퍼포먼스를 못 본 척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한다. 어쩐지 내가 쳐다보면 직원이 삑사리를 낼 것 같은 요상한 불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삑사리를 내면 또 어때, 하고 쿨하게 넘기고 싶지만 쉽지 않다. 잠깐, 그럼 나는 실수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하는 건가?
“아영님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얼마 전 그만둔 한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괜히 부끄러워서 아이 아니에요, 하고 말려다가 잠깐, 뭐야 날 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진짜로 부끄러워졌는데, 아직도 그 말이 마음에 콕 박혀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바라보는 누군가가 정말로 실수를 했다고 해서 그를 비난한 적은 없었다. 다만 금방 수습하고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에 감탄했을 뿐. 나의 실수 역시 그럴 것이다. 빵 포장을 하는 내 손이 조금 서툴러도 손님들은 재촉하거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다. 그저 기다려줄 뿐. 내가 설거지 중에 접시를 깨트려도 직원들은 나를 타박하지 않는다. 깨진 조각을 같이 치워줄 뿐이다.
내가 투명인간이 되지 않는 이상, 함께 있는 사람들과 서로 보고 보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조금 더 용감해지는 수밖에! 여러모로 많은 것들을 배우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