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생각>
아침 청소를 하다 보면 종종 신기한 물건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전날 손님들이 두고 간 길 잃은 분실물들이다. 그중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 이를테면 다 쓴 치약처럼 납작해진 핸드크림이나 길거리에서 받은 티슈 같은 것들은 버리고, 그 외의 것들은 카운터에 있는 분실함에 넣는다. 하나둘 넣다 보면 꼭 중간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물건들이 있다. 이걸 찾으러 올까?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것들.
그동안 내가 발견한 분실물 중 가장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던 건 바로 팬티였다. 물론 팬티만 달랑 바닥에 놓여있지는 않았고, 검정 비닐봉지에 작고 소중하게 담겨있었다. 처음엔 이게 뭐지? 하고 비닐봉지를 열어보았고, 그것이 팬티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굳이 그걸 꺼내보고는 성인 남성용 팬티라는 사실에 기겁했다. 다행히 작업용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기 망정이지 맨손이었다면 비명을 지르며 머리 위로 던져버렸을 것이다. 얼른 비닐봉지를 다시 동여매고는 이걸 분실함에 넣어야 하나? 고민했다. 팬티를 벗어놓고 간 사람이 다시 찾으러 올 확률은? 하지만 그렇다고 버리자니 타인의 가장 내밀한 물건을 그냥 버려도 될까? 고민고민하다가 마침 출근한 카페 직원에게 얼렁뚱땅 넘겨버렸다. 그 팬티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이렇게 하나둘 주워 모은 탓에 분실함에는 꽤 다양한 물건들이 많이 있다. 반쯤 사용한 미니어처 향수, 립스틱과 같은 화장품, 한자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사람이 두어 장 정도 열심히 공부한 노트, 어쩌다 떨어트렸는지 모를 귀걸이 한쪽, 아기 손수건, 보조 배터리 등등... 이런 물건들은 대부분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잃어버린 사람들이 잃어버린 줄도 모르는 물건들, 어쩌면 그래서 잃어버린 거겠지. 지갑이나 카드, 자동차 키, 핸드폰과 같이 일상에서 꼭 필요한 물건들은 분실함에 오래 있지 않는다. 잃어버린 사실을 곧바로 깨닫고 어떻게든 되찾기 위해 사방을 뛰어다니니까. 분실함에 오래 있는 물건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리곤 소식 없는 주인들을 의심하곤 한다. 사실 버리고 간 것 아니야?
얼마 전에는 작은 리본 머리핀을 주워 분실함에 넣었다. 보나 마나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 값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보기 드물게 예쁜 머리핀도 아니었으니까. 너도 여기에 오래 있겠구나. 뻔한 생각이 깨진 건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리본 머리핀의 주인이 온 것이다.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주인은 카페 직원이 건네준 리본 머리핀을 받아 들고 활짝 웃으며 돌아갔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뭐랄까, 동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저 아이와 리본 머리핀은 이제 행복하겠구나.
그 뒤로는 조금 더 사소한 물건이어도 의심 없이 분실함에 넣는다. 이 물건도 어쩌면 주인에게 소중했을 것이고, 그래서 다시 찾으러 오는 중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