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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태 Oct 30. 2019

숨쉬듯 가볍게

김도인 / Whalebooks

숨쉬듯 가볍게 / Whalebooks


즐겨 듣던 팟캐스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155회의 업로드 날짜

2017년 8월 20일


그로부터 800일이 흘렀다

다시 듣기로 두 번 정도 듣다 보면 시즌 2가 되었든, 156회가 되었든 업로드될 것 같았는데

모든 에피소드를 세 번 반복해서 다시 듣고 네 번째의 111회를 들을 때까지 깜깜무소식이다

이 글은 네 패널들이 얼른 돌아오라는 응원의 '메시지'이자, '바람(이라고 쓰고 압박이라고 읽는)'이다




김도인은 네 명의 패널 중 유일한 여자 패널이다

담담하지만 매력 있는 목소리로 '꺼져'와 '그만해~!!!(채사장을 따라 하는 듯한 어조로)'를 툭툭 내뱉는다

때론 중재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파이터가 되기도 하며 주제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참 멋있었다


김도인의 주력 콘텐츠는 동양철학과 명상이다

그 어떤 콘텐츠도 쉽지는 않은 그런 콘텐츠인데도 자신만의 해석과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부드럽게 풀어낸다

그래서 참 듣기 좋았다

이것이 김도인이 쓴 '숨쉬듯 가볍게'를 초판 1쇄로 발간하자마자 구입한 이유다

어려운 주제임에도 이해하기 쉽게 부드럽게 썼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옳았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모두의 아픔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가 더 아픈지, 더 괴로운지 알 수 없다

각각의 아픔을 구태여 꺼내어 비교하는 무의미한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가끔 내 아픔이 더 큰 아픔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도 생각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끔찍한 문장을 내뱉는 실수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

나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본인뿐이다

그래서 김도인은 나의 고통과 아픈 기억을 조금 더 집중해서 바라보기를 권한다

경험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아픔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괴로운 마음, 생각, 일로부터 도망치려는 노력을 '경험 회피'라고 해요. 수용전념치료자 스티븐 헤이스는 경험 회피를 과학적으로 밝혀진 최악의 심리과정 중 하나로 평가해요. 그냥 무서워서 눈을 감는 것일 뿐이니까요. 상황은 엉망진창이 되고 기분은 점점 더 끔찍해지지만, 멈출 수 없는 때가 있잖아요. 그때부터는 최악인 줄 알면서도 체념하는 거죠. 체념은 무기력을 낳고, 무기력은 체념을 낳고, 마치 안 보이는 척, 그런 일은 없다는 듯이.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21p-


많은 사람들은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정말 회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잠깐의 안정을 가져다 줄 뿐이다.

그러나 경험을 회피하며 변수를 차단하고 홀로 지낸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과거의 고통이 증폭되고 영원하게 되며 나아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를 옭아매는 고통의 사슬을 풀기 위해서는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탈동일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Yes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라고 권한다


Yes 프로젝트는 내가 No라고 대답할 것 같은 상황에서 Yes라고 대답해보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보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극을 받다 보면 평소에 보지 못해던 것을 보게 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평소에 지하철로 출퇴근하다가 어느 날 버스로 출퇴근을 해보면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이나 네온사인의 반짝임을 볼 수 있다. 스스로를 새로운 변수에 노출시키다 보면 다른 값을 내놓는다

슬프고 괴로운 생각만 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나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생각은 '나 자신'이 하는 여러 감정과 생각 중 하나일 뿐이다

이렇게 '탈동일시'를 한다면 고통의 사슬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물론, Yes 프로젝트를 수행해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에 괴로워할 수 있다

김도인은 이런 지워지지 않는 상처에는 세 가지의 성질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고통은 감정사의 집합체다 : 경험에 대한 인식 과정은 감각, 감정, 생각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슬프고 괴로운 경험은 그때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하나씩 발현된다.
스스로 뭉치고 불어난다 :  지워지지 않는 고통은 내가 새롭게 겪은 경험들과 자동적으로 연결된다.
감정이 당신을 구속한다 : 이해하지 못한 감정은 동일시 사고를 영원히 유지하여 우리를 감정의 노예로 만든다.
-56p ~ 96p-


경험을 회피하고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헤어 나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가장 아픈 상처를 직시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이때 김도인은 호흡명상과 인사이드 무비를 해보라고 권한다. (2챕터 참고)


김도인의 안내에 다라 호흡을 가다듬고 명상을 하다 보면 짧게나마 내 안에서 나를 짓누르고 있는 아픔의 실체를 아주 조금 깨닫게 된다. 깨달았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저 실체가 날 상처 입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내 상처와 내 고통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상처는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는 김도인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깨닫는다고 하여도 영원히 상처 받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성장하다 보면 내 삶의 순간순간을 사랑할 수 있고 비로소 나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사랑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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