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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9. 2021
얀센 접종 후 72시간의 기록
고혈압과 체온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굉장히 논문스러운 제목과 소제목으로 글의 재미와 흥미를 반감시키려는 의도는 단연코 없었다.
그저 얀센 접종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기에, 접종 후 72시간 동안의 몸 상태를 틈틈이 기록하고 정리하여 나와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기록 위주의 정보 전달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지루한 것 보면 재능을 타고난 것 같다. : ]
재밌게 글 쓰는 것은 실력의 영역이고, 재미없게 글 쓰는 것은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라는 말처럼...
세줄 요약
1. 열이 오르면 해열제를 먹자!
2. 체온 상승으로 일시적인 혈압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물론 그럼에도 주의해야 한다)
3. 앓다 보면 체중도 1kg 빠진다.
시간별로 혈압과 체온, 체중을 측정하여 기록하고 특이사항을 정리했다#1, 초조함과 편안함 사이 (16일 수요일 오전 10시)
30대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를 대상으로 얀센 백신 접종 예약을 한다는 뉴스를 보고서 다음 날 부리나케 예약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마치 '예약을 못하면 죽는 병'에 걸린 사람처럼 홀렸던 것 같다. 빠르게 사라지는 예약 시간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병에 걸리게 된다. 홀린 채 예약했던 그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하여 간호사님께 수줍게 이야기했다.
"안녕하세요, 저..."
"처음 오셨나요?"
"네, 저... 얀센.... ㅎㅎ"
"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경태입니다. 86년 4월..."
"네, 이 서류 작성해주시고 조금 쉬었다가 혈압 측정해서 저기 옆에 계신 분께 알려주세요"
받아 든 서류를 작성하고 병원 대기실을 쓱 둘러봤다. 오래된 소파와 벽걸이 TV에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음소거된 채 방영되고 있다. '띵동'하는 소리에 맞춰 누군가를 호명하고, 호명당한 사람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진료실로 향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원의 그런 풍경이다. 그래서 더 안심이 됐다. 코로나도, 코로나로 인한 백신 접종도 모두 처음인 상황에서 병원의 분위기마저 낯설었다면 그 긴장감에 숨이 막혔을지도 모른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이경태님, 왼팔이에요? 오른팔이에요?'
"아, 저 왼팔에 맞겠습니다."
"왼팔이요~ 네, 왼팔에 맞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주세요"
팔을 걷어 올리고 진료실로 들어가 마침내 마주한 얀센.
의사 선생님께서 주의사항을 말씀해주시고는 '따끔합니다. 힘 빼세요~' 라는 말을 하시며 백신을 주사하셨다. 무척이나 따끔했다. 아니 따끔 그 이상의 묵직함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따끔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르고 계시는 걸까?
분명 의사 선생님께서 따끔할 거라고 충고해줬건만, 묘한 배신감이 드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주사부위를 누른 채 15분 정도 병원에서 대기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주사 부위에 열감이 있으니 집에서 냉찜질을 해주라고 하셨고, 오늘 하루는 샤워를 하지 말라고 하시며 접종 후 주의사항과 행동수칙이 적힌 안내장을 주셨다.
#2. 백신접종, 생각보다 맞을만할지도..? (16일 수요일, 오후~저녁)
집에 돌아와 주사 부위에 냉찜질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자리에 누워 얀센 접종 후기를 찾아보니 덜컥 겁이 났다. 북극과 사막을 왔다 갔다 하며 정신이 흐릿해지고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통까지 다양한 증상이라니...
그나마 최근에 병원을 다니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크게 아프지는 않겠지라고 위안하며 걱정을 덜어내었다.(???)
접종 직후에는 매 시간마다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며 몸 상태를 예의 주시했다. 그러나 후기에서 보던 무시무시한 증상은 내게 찾아오지 않았고, 이내 빠른 속도로 걱정은 줄어들었다. 다만 조금씩 체온과 혈압이 오르고 있었다. 원래 혈압이 높은 편이었으나 약을 꾸준히 복용하며 135/85 정도를 유지했었는데, 오르는 열과 함께 조금씩 혈압도 오르는 것이었다. (오르라는 주식은 안 오르고...)
이윽고 저녁이 되니 본격적으로 증상이 찾아왔다. 약간이지만 열감이 있었고, 통증과 함께 체온이 상승했다. 그러나 참기 어려울 만큼 큰 통증은 아니었다.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면역체계가 몸 안에서 백신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큰 통증(열, 근육통, 어지러움 등)이 수반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면역력이 약하면 통증도 약하다는 소리인데, 나는 큰 통증 없이 접종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게 정녕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3. 힝, 속았지? (17일 목요일, 하루 종일)
새벽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침이 되어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떠보니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체온과 혈압을 체크했다.
'삐삐삐삐삐삐, 삐삐삐삐삐, 삐삐삐삐삐삐삐삐삐, 삐삐삐삐'
체온계가 평소보다 더 호들갑을 떨며 요란스럽게 삐삐거렸다. 뭐지 싶어 체온계를 보니 '37.5'를 표시하고 있었다. 아마도 37.5도를 넘어가면 더 유난스럽게 작동되게끔 프로그래밍이 된듯했다. 어제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몸이 괜찮았으면 출근하려고 했는데... ㅎ
부랴부랴 같이 일하는 연구원님께 연락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특별 휴가를 쓰겠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회사 자랑을 하나 하자면,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에서는 일반적인 여건상 도입하기 어려운 '백신 특별휴가'를 도입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의미로 '백신 특별휴가(유급) 2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으로 만든 것이다. 백신 접종 당일과 그다음 날까지 총 2일간의 유급 휴가를 통해 구성원이 보다 편히 쉬며 빠르게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랐던 대표님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이다. 그렇게 연락을 한 뒤 대표님께 감사(^^7)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체온계의 호들갑은 시간이 지나도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유난스러워졌다. 체온이 올라갈수록 더 크게 울리도록 설정된 건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정오에는 38.1도까지 체온이 올랐다.
'아, 이제는 더 이상 해열제를 안 먹고 버틸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이 올라서인지 도수 맞지 않는 안경을 쓴 것처럼 어지럽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가방을 뒤적거려 미리 준비해뒀던 타이레놀을 꺼내 들어 2알을 삼켰다. 존슨앤존슨에서 얀센도 만들고 타이레놀도 만들었으니, 효과가 좋겠지?라는 쓸데없는 생각과 함께 잠을 청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타이레놀의 효과는 대단했다!
해열제를 먹은 지 한 시간 만에 온 몸으로 땀이 흐르며 체온이 37도로 내려갔다. 해열제가 이렇게 효과가 좋은 건가? 아니면 역시 같은 회사라..
열과 함께 올랐던 혈압도 조절되며 한시름 덜었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자 약효가 떨어졌는지 귀신같이 체온이 올랐다. 그러나 타이레놀을 먹고 나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체온이 떨어졌다. 해열제가 이렇게 효과가 좋은 약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 덕을 톡톡히 봤다. 혹시라도 백신 맞은 후에 저처럼 열이 올라 고생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간 해열제를 드시기를!(꼭 타이레놀이 아니어도 된다고 합니다)
#4. 혈압과 체온의 상관관계 (18일 금요일, 하루 종일)
회사에 출근하니 여러 직원들이 몸은 괜찮은지, 아프진 않은지, 더 쉬어야 하는 것은 아니냐며 걱정하는 말을 건넸다. 한 분, 한 분의 걱정해주시는 마음에 감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래, 백신도 맞았고 이제 무서울 것 없으니 일에 몰입하자!!'
... 는 생각을 했다면 이는 무척이나 잘못된 생각이다.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무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백신은 실질감염재생산수를 낮추고, 혹여나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치명률을 낮춰 큰 피해를 줄이는 것에 그 효용성이 가장 크다고 한다.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다니기보다는 적어도 올 한 해는 마스크와 함께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또 마스크를 쓰면 이틀에 한 번만 면도를 해도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 나름 장점이다.
조금 일찍 퇴근하여 몸 상태를 체크하고 그간의 기록을 살펴보니 체온과 혈압이 함께 오르고 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온이 오를 때, 혈압도 함께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