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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출어람 Nov 15. 2019

통신 보안

여보세요가 아니라 통신보안

고된 일과시간이 끝나고 개인 정비 시간이 되면 가족이나 여자 친구에게 전화하기 위해 공중전화기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많다. 요즘 일부 부대에서는 휴대폰이 지급되지만, 오래전에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방법만 있었고 수신자가 요금을 부담하는 콜렉트 콜을 병사들은 많이 이용하였다. 이로 인해 전화로 울고 웃을 일이 참 많다.


이등병이 통화 중 부모님 걱정 줄여 드린다고 생각보다 편하다고 말하는 걸 뒤에 서 있던 선임병이 듣고는 막대가 군 생활이 편하다고 했다는 말을 내무반 전체에 해서 난감해지는 상황도 있고 훈련소에서 동기가 울며 통화하는 것을 보고 이유는 모르면서 같이 줄줄이 우는 일도 있다. 여자 친구가 콜렉트 콜을 차단하는 슬픈 사연도 있고 집에 전화했다가 할머니가 받고는 누구냐고 물으셔서 이름을 말씀드렸더니 그 애 군대 갔다고 전화를 냉정히 끊더라는 웃픈 이야기 등 많은 일화가 있다.


군 전화 예절은 전화를 받으면 ‘통신 보안! XX중대 XX소대 일병 XXX입니다!’와 같이 통신보안과 관등성명을 말하고 전화를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훈련 상황에서 무전기 사용은 피아식별을 위해 사전에 약속한 찰리, 브라보, 에코 등이 들어간 암호를 먼저 말하고 무전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잘 암기해야 한다.


오병목 하사 소대로 통신 암호 코드가 수신되었다. 이에 피아식별을 위해 코드를 말해야 하는데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짧지만 긴 고뇌의 시간이 흐른 후, 오 하사가 말했다.


“여보세요?”    


수신 측에서 당황했는지 짧은 침묵 이후, 통신이 다시 들어왔다.  

  

“예~??? 뭐~라구요???”    



밝게 웃으며 바른 자세로 통화하는 태도는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피아식별: 훈련 중 무선 통신을 할 때 특정한 암호 코드를 송신하여 아군을 식별함. 사전에 약속한 코드를 서로 확인해야만 우군으로 식별하고 무전을 계속 이어감. 코드가 다르면 통신을 하지 않음. 그리고 병력이나 장비에 특별한 표식을 부착해 판단하는 방법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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