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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성상회 Aug 08. 2023

사사로운 생각

솔직하다는 건

복동이는 일곱 살이 되었다. 수술 후 말이 트이고 나서 감기 걸렸냐는 말을 계절에 상관없이 이렇게 자주 듣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작고, 허스키한 목소리 탓이다.


며칠 전 막둥이 이모 주관으로  열린 꼬마 이야기 대회에서 복동이는 일등을 차지했는데, 이름이 불리는순간, 쑥스럽고도 행복해하던 복동이가 이렇게 말했다.

“난 목에 구멍이 났거든요. 그래서 엄청 빨리 말했는데, 내가 일등 해가지고 좋아요. “

아직도 한 문장을 다 말하기도 전에 숨이 차오르는 복동이가 목에 구멍이 나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관 생활을 시작하면서 ‘목소리가 왜 그러니, 감기에 걸렸니?’ 등의 예상 질문에 목 수술을 해서 그렇다는 답을 연습시키고 있다. 감기에 걸렸냐는 흔한 말, 어린 아이가 귀여우니 눈길이 가고, 또 걱정이 되니 말을 건네고 싶은 사람들이 골라서 하는 말인 줄을 안다. 그러나 걱정에 호기심을 두른 질문은 복동이로 하여금 남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자꾸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매번 내 마음을 구긴다.


무척 더웠던 날, 이르게 퇴근을 하고 복동이를 픽업하여 카페에 갔다. 복동이를 먼저 들여보내놓고 주차를 다시 하고 들어서는데 사장님이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넨다.

“아가가 감기에 걸렸냐고 물어봤는데, 목을 늦게 봤어요. 마음이 안 좋네요. 죄송해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감기가 아닌데, 감기에 걸렸냐는 말을 듣고서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걱정을해주고 있었다. 모르겠다. 호의로 한 말이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엄마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사과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사로운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을 소심하다고 하여 우습게 여기기 일쑤지만, 나는 그의 말에 큰 위안을 얻었다. 사려 깊은 솔직함, 사과할 수 있는 용기는 이렇게 큰 힘이 있다. 그로 인해 나와 복동이의 세상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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