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입인데도 겨울 같이 추운 밤이었다.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식당에서 사골 만둣국과 파전으로 저녁을 먹던 중 그만 복동이가 밥그릇을 바닥에 엎지르고 말았다.
“한 손으로만 먹으면 어떡하니, 왼손으로는 그릇을 잘 잡고 먹어야지. 식당에 오면 통 손을 안 쓰고…“
당황한 엄마의 길어지는 잔소리에 복동이는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 알죠?”
“… 그래, 아는데 왜!”
“엄마가 방금 나쁘게 말했지요? 그래서 나도 예쁘게 말할 수 없어요.”
언짢은 기분도 녹이고, 그날의 피로도 싹 다 녹이는 복동이의 한 마디.
기분이 상했을 땐 화내거나 피하지 말고 눈을 보고 차분하게 말하라고 여러 차례 일러왔기에,
한 방을 제대로 맞았음에도 배실배실 웃음이 새어 나오는 저녁이었다.
나를 꼭 닮은 아가가, 나와 다른 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을 일열에서 지켜보는 기쁨이여.
이래도 저래도 자랑이고 사랑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