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立秋)

2025년 8월 8일

by Hong Sukwoo

어제는 입추였다.


24절기란 이상 기후에도 여전히 옳은 조상의 지혜일까. 비가 내린 후 실제로 기온이 제법 떨어졌다. 평소라면 밤의 산책이나 바람에 관하여 몇 줄 정도 남겼을 것이다.


일요일에 식사 예약을 했다. 부모님과 여자 친구가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왜 진작 안 했을까. 조금이라도 빨리 검진과 확진을 받고 싶어서, 연세세브란스병원에 연락했다. 8월 22일에 예약이 잡혔다. 기존에 잡힌 병원에 그대로 가게 될 것이다.


3차 병원의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아버지의 진료 의뢰서와 진료 소견서를 꼼꼼히 보고, 100% 믿는 건 아니지만 챗지피티 ChatGPT에 다양한 의견과 해석을 문의하고 있다. 뭐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반, 나머지 반은 가족을 위하여 내가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반이다. 아주 간략하게 풀어내면 이렇다.


종양 위치: 췌장 몸통 + 꼬리에 9 x 3.1cm

상태: 주변 큰 혈관에 닿거나 침범 → 진행성 의심, 우선 정밀검사와 조직검사 필요


1차로 진단을 첫날 밤에는 평소의 마음을 유지하려는 다짐과 문득 밀려오는 불안한 마음이 앞뒤로 쳇바퀴처럼 이어졌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나는 지금은 이를테면 일상성과 신중함을 함께 유지하려고 한다. 아빠와 가족의 일 그리고 나의 일, 삶을 어떤 균형 감각으로 이루어내는가, 하는 점이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다.


대체로 기획자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구글 독스 Google Docs에 문서 뭉치를 만들어 가족과 공유하였다. 알고 있는 것,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 생기면 그곳에 적어둔다. 챗지피티 ChatGPT의 채팅 하나에 학습과 지침을 만들어, 희망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주도록 만들고 있다. 가령 암호처럼 보이는 진료 의뢰서와 소견을 의학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석을 의뢰한다. 췌장의 종양에 관하여, 주요 대학병원들을 기준으로 비교 분석을 의뢰한다. 진료 의뢰서와 소견에 나타난 예후를 이제 읽을 수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이해한다. 뭐랄까, 쉬운 길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지금은 너무 먼 미래를 보는 대신 내일, 모레, 일요일과 다음 주를 생각한다. 집중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니다.

Seoul, S. Korea

Fri, August 01, 2025


Gloves

Fri, August 08, 2025


Plant



Photographed by Leica Q2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