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예상보다 덤덤했다

2025년 8월 6일

by Hong Sukwoo

병원을 나올 즈음에는 비가 꽤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내렸다가, 그쳤다가, 국지성 호우.

아버지 검진 결과를 들으러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대략 기억해 보면 '위는 그래도 괜찮아 보인다' 정도로 시작하여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래, 그래도 우리 가족 내력에 암은 없지, 속으로 되뇌었다. 그런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왔어요, 라는 말에 다시 철렁. 결과적으로 의사 선생님의 진료 소견은 '상세 불명의 췌장의 악성 신생물'이었다. 암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았으나, 같은 뜻이었다.

다만 일종의 퍼스트, 세컨드 오피니언처럼 두 가지 의견이 있다고는 했다. 하나는 암이고, 나머지 하나는 염인데, 상세하게 CT 촬영 결과를 보며 설명해 주셨을 때, 아무래도 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하였다. 함께 온 증상 중에 당뇨가 있다 ('이렇게 갑자기?'라는 생각에 또 속으로 철렁했다). 병원을 나와 부모님과 늦은 점심도, 이른 저녁도 아닌 밥을 먹는 중 틈틈이 검색해 보니, 췌장암의 증상 중 하나로 당뇨가 연동된다는 기사와 글이 여럿 보였다.

늦은 오후, 빗줄기가 조금 잦아들었다가 다시 세차게 내리는 와중에 스튜디오에 돌아와서, 요청받은 자료를 보내고, 메신저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은 아마도 이러한 병명을 받은 가족들의 심정으로 생전 검색하거나 보지 않았던 유튜브 영상을 틀고 있다. 이후의 모든 일은 물론 상급 병원의 전문가 선생님의 말씀을 따를 생각이지만, 그래도 왠지 더 알고 싶어지고, 모르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비가 오니까, 작은 카메라를 들고 나갔었다. 서울의 온갖 이상한 것들이나 무생물을 촬영하는 데 더 익숙한 나는, 부모님을 그만큼 촬영하고 살지 않았구나, 하고 수년 전 즈음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틈이 나면 조금씩 촬영을 한다. 여기 보라고 하지는 않는다. 얼굴이 굳으니까. 그냥 툭, 여러 장 찍고 전원 버튼을 끈다.

아빠는 예상보다 덤덤했다.

평소 크게 표정 변화가 없는 분이다. 엄마와 있을 때는 장난을 많이 치시긴 한다. 아마도 (적어도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가족, 특히 엄마가 걱정할까 봐 더 그리 반응하거나, 표현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아직 확진 판결을 받은 게 아니니, 너무 침울해질 필요도 없다. 그건 아버지 본인에게도, 또 우리 가족에게도 그러하다.

8월 초순에는 다음 주말, 부모님에게 호텔 숙박을 예약해 드렸는데, 마침 다음 주 수요일 대형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진료를 받고, 그다음이 어떻게 될지 정확히 아직은 모르지만, 가능하면 그대로 호텔에서 푹 쉬는 며칠이 되었으면 한다.

당분간 어쩐지 집중이 꽤 안 될 것 같고, 머릿속은 여러 생각이 많다. 가령, 나와 가족은 어디까지 평범하게 보내야 할까? 그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모든 걸 짐작하거나 추측하여 더 과한 어딘가로 끌어 들어가거나, 끌려 들어가지는 말자고 다짐하였다. 과하게 긍정적이지는 않게, 반대로 너무도 부정적이지도 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실과 실이 연결되어 계속 이어지는 삶에 관하여 생각한다.

Seoul, S. Korea

Wed, August 06, 2025


아빠



Photographed by Ricoh 리코 GR IIIx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