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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18. 2022

#1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


나는 빚지고는 못 산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간에 그렇다. 내가 더 내면 더 내고, 더 사면 더 샀지 조금이라도 내가 덜 사거나 덜 내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면 불편할 정도다. 친구에게 A라는 것이 10개 있고, 친구에겐 1개를 제외한 나머지 9개가 불필요하더라도 그 1개를 달라는 말을 못해서 그냥 산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거나 사달라고 하는 건 정말 극히 드문 일이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에게 그랬다면 내가 친해지고 싶거나 아주막역한 사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주기를. 아무튼 나는 이런 나의 성격이 장점이라고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번 33살에 맞이한 생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이 성격을 좀 문제라고 인식한 것은 서른 세살의 생일 날이었다. 그러니까 2022년 8월 14일. 여러 사람들에게 선물을 받았는데 불편한 거다. 모두에게 그런 건 아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받은 선물이 불편했다. 불편한 이유는 가까이서 보면 제각각이었는데 멀리서보면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빚지는 것 같아서...


일단 A라는 분 덕분에 내가 비트코인으로 300만원 넘게 벌었고, 카풀도 한 달이상 해주셨어서 늘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분의 생일이 되었고 나는 이런 저런 감사한 마음을 담아 고가의 선물을 드렸다. 사실 난 선물을 할 때 그걸 꼭 돌려받을 생각으로 하지는 않아서 사실 그분이 내 생일에 뭐 선물을 주든 말든 관심도 없었는데 그분이 내 생일에 똑같이 고가의 선물을 보내신 거다. 그래서 고민이 시작됐다. 이분도 이 금액의 선물을 주시면 내가 표현한 감사가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닌가, 그냥 기브앤 테이크로 서로 주고 받고 하면 선물의 의미가 있나 싶고 말이다. 그래서 선물 거절을 누르고 그 대신 내가 받고 싶은 저렴이를 사달라고 할까 싶었는데 아 또 우리가 서로 막역한 사이가 아니다보니 거절을 누르는 행위조차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나는 안읽씹을 절대 못하는 성격이라 카톡에 1이 떠있는 걸 가만히 두지 못하는 성격인데 이걸 고민하느라 5시간이나 흘렀다.


두번째로 B라는 분, 이 분하고는 친해진지 겨우 이틀째인데 하필 내 생일이 눈치도 없이 껴있는 거다. 조금만 더 늦게 친해졌으면 선물을 안 주셨어도 되는데 내가 다 민망한 거다. 나는 왜 하필 이때 태어나가지고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인가... 이 카톡 역시 3시간을 고민하다가 감사하다는 답장을 했다.


마지막으로는 10년 넘게 서로의 생일을 챙겨오던 친구들이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그냥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서로 만나기도 힘들어지고 선물만 띡 보내는데 그마저도 생일 당사자가 고른 선물을 보내니까 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나같은 경우엔 정해진 가격대에선 갖고 싶거나 필요한 게 없어서 늘 생필품들을 선물로 달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고맙지가 않은거다. 오히려 생일이 다가오면 아 이번엔 뭘 해달라고 해야하나 고민만 하게 되고 말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서로 선물을 하지말자고 해서 안 하고 있다. 그래도 생일에 축하 인사는 해야지 했는데 현생이 바빠 그 친구들 생일에 축하한다고도 못했다. (이 사실조차 내 생일에 깨달았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내 생일에 축하 인사를 하는 거다 .나는 정말이지 카톡을 탈퇴해버리고 싶었다. 그 감정은 아마 고마움과 미안함이 버무려진 기분이었을 거다. 그 친구들에게는 그래도 비교적 빨리 답장을 했지만 오랫동안 마음이 괴로웠다.


사실 카톡에서 내 생일 알림을 끄면 누구에게도 내 생일이 뜨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걸 알면서도 하지 않는 건 생일 알림이라도 떠야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관계가 몇 있기에 나는 이걸 포기 못 하겠더라.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나라는 존재가 너무 별로인 것 같아 작아지고 마음은 아리다. 내 인생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성공하는 것도 아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건데 가끔은 이 목표가 너무 주관적인 목표라 앞의 언급한 두 개의 목표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내 자신,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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