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왜 여성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는가?
당신에게 '필라테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날씬함, 여성, 레깅스'
이런 명사들이 떠오르시나요? 그렇다면 그것은 필라테스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에만 붙는 명사입니다. 필라테스는 여성을 위한 운동이 아닙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에게 좋은 운동입니다. 단순하게 '코어 운동'으로 치부되기에는 너무나 깊은 운동입니다. 필라테스라는 명사는 사실 한 사람의 이름입니다.
조셉 필라테스,
그는 '컨트롤로지 시스템' 창시자입니다. 오늘날에 클래식 필라테스라고 불리는 운동을 직접 창안했습니다. 그는 남자입니다. 필라테스를 만든 사람은 남성입니다. 그럼에도 21세기 대한민국에는 많은 여성들이 즐기는 운동이 되고 말았습니다.
조셉 필라테스가 창안한 '컨트롤로지 시스템'을 정확하게 느끼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오늘날 조셉이 만든 컨트로로지 시스템은 수 백가지 운동으로 변형되고 말았습니다. 필라테스는 체형교정의 고유명사가 되고 말았고, 단순한 코어 운동이 되는 여성의 전유물인 것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남성이며, 10년 이상 보디빌딩 방식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제게도 필라테스는 여성의 전유물과 같았습니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오랫동안 오리지널 필라테스를 했지만, 남성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이 그들의 운동법보다 효과적이라 착각했습니다.
결국 두 운동은 다른 것입니다. 그러나 웨이트 트레이닝이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고 여성에게도 효과적이듯이, 오리지널 클래식 필라테스 또한 남성에게 효과적입니다. 당연하게도 창시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성이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필라테스는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알고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사업성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조셉이 운영하던 뉴욕 스튜디오는 지금처럼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그곳은 좋은 시설도 아니었으며, 언어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가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조셉의 운동법을 이어나갔습니다. 그에 반해 지금의 운영 방식은 오직 수익창출의 목적으로 인해 날씬한 여자 선생님들의 현란한 말솜씨만 남았습니다.
조와 클라라는 체육관 바로 옆에 살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체육관은 그들에게 인생이었다. 남들이 부엌과 거실을 오가듯이 그들은 집과 체육관을 오갔다. (중략..) 내 앞에는 단단한 나무다리의 테이블이 있었고, 그 주위를 6개의 똑같은 운동기구가 둘러싸고 있었다. 체육관에도 있는 '운다 체어'였다. 운다 체어는 조의 예술적 감각, 아마도 그의 삶의 철학까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시였다. 그는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가구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우리 안의 사자, 존 하워드 스틸 / 존은 조셉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조셉에게 직접 운동을 지도받은 인물이다.>
조셉은 자신이 만든 '컨트롤로지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스튜디오 바로 옆이 자신의 집이었으며, 집 안에는 자신이 만든 기구가 가구로 변해있었습니다. 그는 돈을 벌 목적보다 자신이 만든 운동법을 발전시키는 것에 몰두한 괴짜 천재였습니다. 불친절하고 거칠지만 철학이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철학적인 사람이 만든 운동법은 현재는 소수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가 만든 운동법 그대로 운영을 이어가면 수익 창출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입니다.
클래식, 재즈보다는 대중가요가 수익성에 더 가깝고,
예술 영화보다 상업 영화가 수익성에 더 가깝고,
순수 문학보다 대중 문학이 수익성에 더 가깝습니다.
슬프게도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창시자가 만든 운동법을 이어가기 힘듭니다. 그가 만들어 낸 운동 방법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다릅니다. 요즘에는 조금씩 오리지널 클래식 필라테스가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리지널조차 조금씩 변형된 운영 방식에 맞춰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이 그라임 선생님(조셉 1세대 제자)이 운동하셨던 실제 조셉이 운영하던 시절에는 필라테스 그룹 레슨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헬스장처럼 고객들이 자유롭게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자기 주도적으로 조셉의 운동법을 행하고 있었습니다. 헬스장의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센터를 돌아다니며 운동을 지도해 주듯, 조셉의 스튜디오에는 조셉의 아내 클라라 필라테스, 조셉의 오랜 조수 존 윈터스가 고객들을 지도해 주었고 조셉은 개인 레슨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리지널 필라테스는 사라져 가고, 수익 창출을 위한 필라테스만 남았다.
결국 현대에 와서 수익 창출 목적 때문에 창시자가 만들어 낸 운동법은 변질되고 변형되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더 심합니다. 한 예로 오래된 남자 회원님께서 저희 동네 필라테스를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을 때, 남성이라는 이유로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거절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저희 스튜디오만 가능하다고 하셨기에 저희와 함께하셨습니다. 아내가 LA에 위치한 여러 마스터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많은 고객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곳에는 많은 남성들이 있었다고 합니다.(할아버지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필라테스는 여성의 전유물이지만, 미국에는 건강을 위해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동작을 하는 동안 다음 동작이 기억나지 않아도 나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지금 하는 자세에 집중했다. 운동의 이런저런 부분들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적극적으로 암기하지 않고 간신히 배울 수 있는 정도였다. 마침내 나는 내면의 학생에게 신경을 껐다. 생각하지 않으니 훨씬 수월했다.
<우리 안의 사자, 존 하워드 스틸 / 존은 조셉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조셉에게 직접 운동을 지도받은 인물이다.>
조셉이 만들어 낸 운동법은 반복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동작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가 만든 운동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깨닫는 순간, 이것은 평생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리지널 클래식 필라테스는 소수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필라테스라는 파이는 커졌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의 전유물, 체형교정으로 각인되었기에 남성들이 시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도할 생각조차 없습니다. 여성의 운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오히려 헬스장에서 중량 운동은 할 수 있지만 필라테스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클래식 필라테스 강사로서 무척이나 씁쓸하고 슬픈 일입니다.
아내와 저는 조셉 필라테스가 만든 운동법에 미쳐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좋은지, 효과적인지, 어떠한 결과를 주는지 절대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변형되지 않은 오리지널을 지켜낸 저희들의 선생님, 김지혜 디렉터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필라테스를 처음 시작한다면 그룹 레슨보다는 개인 레슨을 받는 것이 조셉의 운동법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적은 투자를 통해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필라테스는 아닙니다.
오리지널 필라테스를 처음 시작한다면 무조건 개인 레슨을 받습니다. 개인 레슨이 비싸기 때문에 권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야 오리지널 시스템을 습득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으려면 개인으로 배워야 합니다.
오리지널 필라테스, 자기 주도적인 운동?
조셉 필라테스는 옆에서 어떻게 스프링을 조정하는지, 어떤 스트랩을 사용하는지 등 운동에 필요한 움직임을 알려주었다. 내가 어려움에 봉착해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기구를 조정하거나 자세 잡는 것을 도와주지도 않았다. 내가 익숙하지 않은 자세를 바로잡느라 허우적대도 침착하게 지켜보면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자신의 리듬에 따라 내가 움직이게 했다.
<우리 안의 사자, 존 하워드 스틸 / 존은 조셉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조셉에게 직접 운동을 지도받은 인물이다.>
아내의 오랜 지인은 저희와 같은 클래식 필라테스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동네의 클래식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레슨을 받던 여성 분이 스튜디오에 상담을 왔다고 합니다. 상담을 진행하고 이후 수업 예약을 했습니다. 수업 당일, 클래식 필라테스를 정화하게 배웠다면 할 수 있는 세팅 방법을 그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지인은 기본적인 부분을 알려주었고, 리포머의 도구 중 박스를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세팅하시면 된다고 안내를 했습니다. 회원분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말씀하셨습니다.
"그걸 제가 왜 해야 되죠?"
"회원님 클래식 필라테스는 자기 주도적인 운동입니다. 기구 세팅, 도구 이동, 스프링 조절을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운동을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하시길 권장드립니다.
친절하고 정확한 안내를 드렸음에도 고객은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불쾌한 마음과 함께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클래식 필라테스는 자기 주도적입니다. 스스로 스프링을 조절할 수 있고, 스트랩 위치를 조정하고, 리포에 위에 박스를 어떻게 올리는지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르는 운동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희들은 가이드이며, 리포머 위에서의 고객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개인마다 인디 비주얼을 파악해서 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래서 클래식 필라테스는 자기 주도적인 운동인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그렇기 배우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희들도 고객님들과 같습니다. 리포머 위에 올라가면 가이드는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존재만 존재하게 됩니다. 조셉 필라테스는 40년 넘게 자신이 만든 운동법을 연구했고, 수많은 기구들을 파손하고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기에 이것저것 입혀 변형시킬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그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그러면 자신만의 ‘움직임’이 생겨납니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허위라고 느끼더라도, 의심하고 생각하는 우리의 존재를 의심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방법론적 회의 끝에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제1원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의심하고 의심하다, 진실을 몸으로 알게 되면 그곳에는 여성과 남성은 없습니다. 오직 당신만 존재하게 됩니다. 오리지널 클래식 필라테스에는 당신이 존재합니다. 존재론적 당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