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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신 Sep 27. 2021

고마워 한류

한국인에게 호의적인 싱가포르의 배경에는 어김없이 한류

나는 외국에 가면 특히나 사람들을 물끄러미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마트에서 현지인들의 카트를 슬쩍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옷차림, 행동, 말투 등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양한 다양한 군상을 경험할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한결같이 모두들 열심히 폰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중 조금 나이가 지긋한 중국계 싱가포르인이 한 명쯤은 누구라도 들을 수 있도록 음량을 크게 틀어놓고(이어폰이 웬 말이냐는 듯) 자기 집 안방처럼 드라마를 시청하고 계신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소리를 줄이라는 주의도 주지 않는다. 한국에선 상상치도 못할 신기한 일이다. 

나머지는 열심히 개인 폰을 잡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중 반 이상이 드라마나 예능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경, 한국 배우들이 많이 보인다. 

BTS가 신곡을 발표했던 주간에는 교복 입은 틴에이저들이 심심치 않게 BTS 뮤비를 보고 있는 모습도 많이 포착하기도 했다. 그렇다. 그들은 한국 미디어에 푹 빠져있다. 빨려 들어갈 듯 진지하게 시청하거나 미소 짓거나 깔깔거리며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다 뿌듯해진다.


공유차량 서비스인 그랩만 이용해도 한국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열의 예닐곱 정도는 내가 한국인임을 아는 순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로 또박또박 인사함은 기본이요, 그중 한 두 명 정도는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스타일로 한국 드라마 재밌다, 한국 배우들 너무 예쁘고 멋있다, 이것은 한국말로 어떻게 말하냐 등 본인의 한국 사랑을 내게 알려주는데 여념이 없다.


마트의 캐셔 분들이나 음식점의 직원 분들 중에서도 기본 인사말이나 단어 몇 가지 정도는 거뜬히 하시는 분이 많아서 우리가 한국인임을 눈치채면 어떻게든 한국어로 한마디를 건네보려 노력하는 게 보여 한국인이라는 게 은근 흐뭇하다.    

따라서 아이들에게도 밖에서 자기들끼리 한국말로 대화할 때면 부정적인 말은 삼가라고 항상 조심시키는 편이다. 요즘에는 한국어를 배우거나 알아듣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누가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엿듯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경험은 동네몰 컵케이크 상점의 싱가포리언 직원 아주머니였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내게 "한국인이세요? 뭐 드릴까요?"라는 매끄러운 한국어로 시작해서 계산이 끝날 때까지 영어나 중국어 한 마디 섞지 않고 유창한 한국어로 마무리하셔서 완전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마치 한국의 가게인 줄...

내가 입을 딱 벌리고 어떻게 그렇게 한국어를 잘하시냐는 나의 물음에 본인이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이고, 현재 자신의 딸이 한국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으며(굉장히 뿌듯해하시는 표정을 포착함) 가까운 지인 중의 한국인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접하게 되었다고 수줍게 대답하셨다.

관심 정도로는 이렇게까지 할 수 없는 수준의 대화능력을 갖춘 그녀였다. 그 엄청난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코로나로 인해 동양인에 대한 혐오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부 무지하고 몰상식한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동양인 공격이 서방국가에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너무나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다.     

한류에서 시작된 싱가포리언들의 한국인들에 대한 호의, 이런 우호적인 나라에 사는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 무척이나 감사한 요즘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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