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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신 Sep 25. 2021

소주가 만원이라니요

주당들 피 말리는 주류 가격

싱가포르 주요 대형 체인 마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김치나 햇반, 김을 비롯 다양한 한국 라면, 과자, 냉동식품들이 제법 구비되어 있어 놀라기도,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하다. 여기에 한국 제품만 파는 전용 마트도 주요 지역에 포진되어 적어도 음식에 대한 향수병은 걸리지 않겠다 싶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식 BBQ, 치킨, 떡볶이 등의 한식은 현지인들에게는 매우 핫한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보니 한국 식당들도 성황중이다.


허나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어마무시한 소주 가격!!

한국에서는 못해도 일주일에 2~3번 남편 혹은 친구들과의 술자리, 특히 소주를 위주로 한 음주를 사랑했던 나에게는 싱가포르의 소주 가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10시 이후에는 소매점에서도 술을 팔지도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대형마트에 파는 가격조차 이렇게 안 예쁠 줄은 몰랐다.

  

보통 초록병의 한국 소주(참이슬, 처음처럼 브랜드 별로 들어와 있음, 특히 한국에선 유행이 지난 과일맛 소주들이 싱가포리언들에게는 제법 유행이라 잘 팔리는 모양이다) 판매 가격은 마트에서 평균 13불~15불 정도!!

가끔 2병에 22불에 세일 행사 때나 (여전히)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특템인양 집어오곤 한다.


하지만 한국 식당에서 판매가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도 사뭇 놀랍다. 한국에서도 보통 마트와 식당의 소주 판매 가격이 2배에서 3배 차이가 나는데 싱가포르 한식당에서는 소주 한 병당 보통 15불~18불 선에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한식당을 가면 무조건 소주는 시키고 보는 편이다.(굳이 안그래도 되지만;;)


맥주 가격 역시 그리 착한 편은 아니다. 한국에서 편의점에서나 마트에서 보던 '만원에 4캔(그것도 500ml가!!)' 세계맥주 행사가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싱가포르의 대표 로컬 맥주인 '타이거' 350ml를 마트에서 사면 3~4불, 식당에서 주문하면 무려 7~10불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외국산 맥주는 이 가격에 2~5불 정도 더 비싸다고 보면 된다.    


재밌는 사실은 한류붐을 따라 한국의 음주문화도 덩달아 유행인 건지 한식당 외 외국 음식점에도 'SOJU BOMB'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한국 맥주 2병과 소주 1병의 소맥 세트를 35불선에 팔고 있다.

나도 한 번씩 소맥이 당길 때 한국식 고깃집에 가서 시켜먹곤 하는데 이것 때문에 객단가가 확 올라가서 계산할 때보면 훌쩍 100불을 넘곤 한다. 소맥 세트는 그야말로 폭탄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실정이라 소주를 사랑해 마지않는 인간이지만 가성비 떨어지는 소주보단 평소에 음주를 위해서는 한국과 비교해 가격 차이가 별로 없는 와인을 선택하곤 한다.

다행히 어딜 가든 와인 종류는 나라별로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편이라 매주 새로운 와인 마시는 도장깨기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까지 소주 대신 싱가포르에서 마신 와인을 합치면 약간 과장해서 저 정도?


"이 기회에 끊는 건 어때?"

2015년 정부에서 국민 흡연율을 낮춘다며(그래도 피우던 사람은 기꺼이 피우더라;;) 내놓은 파격적 담배가격 인상. 한 갑에 4500원이나 주고 담배를 굳이 피우던 남편에게 내가 자주 던지던 말이다.


싱가포르에 오니 무서운 주류가격에 놀란 내 마음의 소리가 이제는 저리 말하는 것 같아 살짝 찔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지라(외국에서 더욱 가슴에 새겨지는) 외식으로 한번씩 한식을 먹어줘야 하고 안주가 받으면(좋으면) 진한 소주도 땡기는 난, 이러한 제약에도 꿋꿋하게 비싼 소주를 기꺼이 사서 마신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여행이 풀리고 한국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나 싱가포르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주문하고 싶다.

“팩소주 듬뿍 사와, 면세점 양주도 환영해”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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