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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Feb 10. 2021

밍밍한 말하기에 양념 한 스푼

맛있는 스피치를 위한 비법 레시피, 시작과 끝맛!


스피치 수업의 한 코너로서 영화의 인상적인 한 장면을 떠올리고 주제와 연결하여 구조 흐름을 짜는 실습이 있었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설경구가 양 팔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던 장면, 터미네이터 영화에서 슈워제네거의 “I'll be back",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키스신 등 주로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소재를 채택하는 교육생들의 패턴을 읽을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앤딩 씬이나 뮤지컬의 막이 내린 뒤 뭉클한 감정을 느낀 경험이 그만큼 많은 까닭이다. 유난히 앤딩 씬이 많은 기억을 낳고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는 사실에는 장면 연출에 극적이고 계산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클로징 못지않게 영화 감동이나 극작가들이 굉장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초반 오프닝 장면이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오싹한 기운이라든지, 자극적인 장면이라든지 화려한 CG로 무장한 장면 등은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작용을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오프닝의 효과에 따라 우리는 끝까지 집중하며 보는 관객이 되거나 조는 관객이 되곤 한다. 영화 전반을 대하는 우리의 긴장감, 흥미가 달라지는 셈이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훌륭한 한 편의 영화나 극작품에는 여전히 인상적인 처음과 끝이 존재한다. 즐겨 읽은 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발표의 처음과 끝이 가지는 효과가 생각 외로 크기 때문. 본론의 내용들만을 중요하게 여기던 지난 패턴에서 잠시 벗어나 오프닝과 클로징의 작용과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것은 당신의 발표에 마치 유명 맛집의 비법 양념과도 같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주제와 목적에 따른 오프닝 연출

말하기의 주인공은 청중이다. 그리고 시작은 언제나 청중이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사용하자.  고수들은 그날의 발표가 순식간에 청중을 사로잡지 못하면 끝까지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회사의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듣기 위해 찾아온 잠정 고객일 수도 있고 당신 회사가 요청한 긴급 자금을 대출해 줄 것인지 결정하는 금융인일 수도 있다. ‘다수의 청중이 오프닝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무엇일까’를 고민하자.      


처음부터 청중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복잡한 설명으로 가득 찬 본론으로 돌진할 것인가? 그렇다면 아마 프레젠테이션의 목적 달성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인상적인 초반 공략을 마련하자. 초반 공략은 청중의 주의를 사로잡기 위한 짧은 연출이다. 동시에 발표자가 더욱 편안하고 친근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입증된 일종의 수사기법들을 도입하여 직접 연출해보자.     




-질문 기법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면서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프닝 기법은 질문이다. 청중을 향해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것. 신중하게 선택된 질문은 즉시 청중으로 하여금 반응과 사고를 일으키며 주위를 환기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이러한 질문은 당신과 청중 사이의 벽을 금세 허물어 주며 청중으로 하여금 당신의 메시지가 자신들에게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화소가 높은 전자 액자를 개발한 B사는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면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어떻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는지 살펴보자.




“참석해주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프레젠테이션은 몇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아직도 인화된 사진들을 오프라인 앨범으로 정리하십니까? 정리하시는 분 손 들어 봐 주시겠어요?” 당연히 몇몇의 청중이 손을 들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분들 중에 사진을 직접 사진관에서 인화하고 앨범을 정리하는 것이 항상 쉽고 재미있으신 분은 몇 분이나 될까요?”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람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손을 내리기 시작했다. 공감이 간다는 듯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발표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여러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SNS에 몇 장 기록하고 그대로 폰 안에 간직할 뿐 인화를 하고 액자나 앨범에 넣는 일은 귀찮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B캔버스’라는 사용하기 쉽고 저렴한 앨범 관리 전자액자를 개발했습니다!”      




만약에 발표자가 앨범의 세부 기능에 대한 장황한 슬라이드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면 아마 청중은 즉시 지루함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또한 상품에 대한 호기심이 형성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젠터가 시작한 질문 초반 공략은 청중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들이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노골적으로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은 삼가야 한다. 게다가 당신의 예상과 달리 손을 든 사람과 내리는 사람의 숫자가 나간다면 그 질문 전략이 실패한 셈이다. 즉 청중에게 의미가 있는 것, 그들이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 그리고 즉각적 대답을 얻을 수 있는 화제와 장치로써 오프닝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비유 기법

초반 공략 중에서도 비유는 프로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고 있는 오프닝 방식이다. 비유는 복잡하거나 외관상 관련이 없어 보이는 2 가지 사항을 비교하는 것이다.  훌륭한 비유는 난해하고 불분명한 개념을 설명할 때 매우 유용하다. 만일 당신의 상품이나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면, 청중에게 이것의 본질을 쉽게 파악하도록 비유를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레젠테이션 사례 중 비유를 사용한 오프닝 멘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안녕하세요? 지금 제가 유럽에 왔으니까 인사를 좀 다르게 드려야 할 것 같네요. 봉쥬르, 부에노스 디아스, 그리고 제가 이탈리아계이니까 본 죠르노! 수 세기 동안 이탈리아는 여러 독재체제와 서로 대립하는 작은 국가들로 분열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1870년 이탈리아는 극적으로 전국이 하나로 통일되었죠. 독재적인 몇몇 기업이 서로 경쟁하는 오늘날의 모바일 장치 업계가 과거 이탈리아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오늘날의 전투는 기술과 플랫폼, 그리고 시스템의 싸움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러한 파벌주의로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고 여러분이 겪고 있는 혼란을 이해합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는 인텔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를 비롯한 주요 업체와 공동협력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밖에 많은 기업들이 모두 오픈 플랫폼을 탄생시키기 위해 저희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했습니다. 오늘 이 협력의 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진심으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     



발표 담당자의 품위 있는 비유는 확실하게 청중의 이해를 돕고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적절한 표현이 가미된 멋진 발표 내용으로서 아직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 순간이다.

 



기억은 기본, 감동은 덤 '인상적인 클로징'

시작이 중요하듯 마지막도 중요하다. 평범한 설명이 이어졌다 하더라도 청중의 이목을 끄는 결정적 한방이 마지막에 이어진다면 충분히 순식간에 승부가 반전으로 엇갈릴 수도 있다. 강력한 마지막 메시지 전달에 힘입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게 된 사례가 실제로 많다.       


-인용 기법

클로징 기법으로써 인용 기법이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나 윈스턴 처칠, 존 F 케네디 등과 같이 세계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의 거창한 문구를 인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이런 위인들의 말이 발표자인 당신의 사업이나 회사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셈. 만일 당신이 오늘 일자의 중앙일보나 한국경제신문과 같은 언론에 실린 자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찬사나 추천사 또는 긍정적 평가를 인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인용은 당신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적절한 효과와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출처 + 인용 + 의미 형식을 취하는 것이 깔끔하다.


“모기업 광고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역사는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 우리도 역사의 뒷골목으로 사라져 버리는 2등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업 윤리의 중요성! 그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이 순간에도 원칙을 무시하고 특권을 누리려는 비도덕적인 기업인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권을 쫒을 것이냐, 원칙을 지킬 것이냐, 기업 마인드를 건강하게 가진 사람이라면 그 해답을 찾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일례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역사적인 순간인 취임사에서 한마디로 일침을 놓았습니다. ”원칙보다 특권을 더 좋아하는 민족은 머지않아 그 둘을 모두 잃게 될 것. “이라고!”     





인용에 의한 클로징 기법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서너 문장으로 끝낼 수 있으면 더 좋다. 클로징은 짧고 명쾌할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체의 메시지와 잘 연결되는 소재를 감각적으로 선택하는 것, 멋진 스피치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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