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이나 콘텐츠 사용자들에게 내가 가진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누구나 사전 연습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연습 방식과 방법 이전에 그 결과물을 상당히 다른 퀄리티로 나타낼 수 있는 원천 기획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익숙한 주제와 뻔한 흐름에 대해서 또박또박 외운 듯이 발표하는 모습은 흔한 하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슬라이드의 내용 또한 참고사항일 뿐, 현장의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무기 한 가지를 들이밀며 이야기(telling)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핵심을 전하는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 감이 오지 않을 때는 성공 사례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
무기 하나, 그 어떤 기술도 열정을 대체할 수 없다
발표 이전에 열정과 진정성이다. 최근 성공 프레젠테이션의 사례를 살펴보면 ‘열정’이 빠진 경우가 없었다. 그 어떤 발표 기법도 제품이나 서비스, 회사와 명분에 대한 열정은 대체할 수 없는 것. 지금 눈앞에 놓인 프레젠테이션의 결과를 점치고 싶다면, 내가 가진 열정 지수를 체크하면 될 것이다.
단순히 외관의 디자인을 멋지게 구성하고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에 프레젠테이션의 성공이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필자 역시 오랫동안 방송일과 코칭, 강의일에 종사하면서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혁신을 이룩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모든 사람은 저마다 멋진 고유성과 소재거리가 있다. 자신을 자세히 관찰하고 지금 내 손에 달린 발표에 나를 녹여내는 것이야 말로 성공의 지름길일 것이다. 진정한 청중과의 교감의 비결은 일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에 달려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짚어보아야 한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의 예를 살펴보자. 그는 무엇보다도 청중이나 소비자의 지지를 얻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곤 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매우 열정적인 기업가로서, 실제로 그의 저서에서는 모든 장마다 열정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
그런 그의 특성은 책이나 인터뷰에서 ‘커피’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쓰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히려 커피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경험으로써 만나는 바리스타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데, 이유는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가 커피 한잔을 파는 것 그 이상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을 존중하는 회사를 만들었고 업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도 유명하다. 하워드 슐츠는 결국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직원들과 공유했고,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회사 이상의 명품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Think Different!, 애플
무기 둘. 사실을 극적으로 들이밀자
2018년 드디어 대한민국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지만, 유치 과정에서는 러시아에 패배의 쓴잔을 마신 프레젠테이션 경험이 존재했다. 러시아의 성공 프레젠테이션 전략, 어떠한 인사이트(insight)가 무기로 작용했을까?
‘러시아는 동계 스포츠의 강국이다!’는 한 마디는 그 무엇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명실상부 동계올림픽 세계 랭킹 1위의 선수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동계 올림픽이 자국에서 열린 사실이 없다는 것은 다른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제쳐두고서 우선 상당한 메리트가 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 부분에 착안한 한 가지의 통찰을 끌어냈다. 모든 동계올림픽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나라, 동계 스포츠의 강국으로서의 강한 이미지를 홍보 콘텐츠에 접목시켰다. 그리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벌인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지만, 러시아도 역시 올림픽 유치전 당시 경기장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였다. 러시아는 이때 할리우드의 명장 스티븐 스필버그를 영입하게 되는데, 할리우드만의 수려한 CG 기술을 도입하여 경기장 시물레이션, 운영 방안을 정지 이미지가 아닌, 영상으로써 어필했다. 소치의 우수한 경기력과 멋진 경기장 시설 영상에 IOC 심사위원들도 매료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리 본질의 맛에 보는 맛이 더해진다면?!
무기 셋. '지금' 느끼도록 만든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으며, 그로 말미암아 형성된 팬덤이 애플의 브랜딩을 더욱 확장시키는 성과를 낳았다. 그 속에 숨겨진 공은 바로 제품의 매력을 더해준 그의 프레젠테이션.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마치 하나의 쇼케이스를 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오프닝에서 보여주던 다양한 시연들은 매 번 청자로 하여금 감탄과 환호성을 자아냈는데, 직접 보여주기 식의 제품 시연이 관객으로 하여금 직관적인 감흥을 유발했다. 말없이 서류봉투 하나를 가지고 나오더니 그 속에 들어있던 얇은 노트북을 꺼내어 보이던 모습, 발표 기법을 코칭하는 필자에게도 그의 오프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높이 들어 보이며 지어 보이던 미소. 무언의 강력한 퍼포먼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노트북입니다!"라는 한마디를 대변하고도 남는 충분함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이러한 프레젠테이션 방식은 이후 줄곧, 요즘도 내내 많은 CEO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정갈하고 딱딱한 정장 차림, 단상에 서서 부동의 자세를 취하던 과거의 CEO들과 달리 요즘 CEO나 기업의 핵심 인물들은 보다 친근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콘텐츠가 가지는 영향력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굉장히 쉬운 방법, 우선 성공적인 발표나 콘텐츠들을 직접 눈과 귀로 감상하는 일! 이것보다 더 성공 비결을 얻는 생생한 학습 방법은 없을 것이다. 다른 분야이더라도 사례 연구를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아하!’라는 통찰이 생기는 효과를 얻는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분석하는 감각을 길러보자. 이때는 분석 요소별로 메모를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콘텐츠 구성과 흐름, 슬라이드 구성 디자인, 발표자의 이미지와 전달 기술 등 부문별로 세밀하게 관찰하는 힘을 기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말하기 자산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