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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Mar 22. 2021

나를 아는 순간부터 말 실력은 ‘쑥쑥’

성공한 연습벌레, 효율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저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데도 변화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네요.”

“연습한다고 되는 게 맞는 걸까요?”     


가끔 스피치 연습의 효과에 관해 의구심을 품는 교육생들이 있다. 필자 또한 발표와 사투리가 고민이던 학생 때 그랬었다. ‘뭐? 연습하면 된다고?’ 하마터면 삐딱해질 뻔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 많은 연습이란 없다. 하면 할수록 좋은 것. 다만 뭘 좀 제대로 알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

     

되돌아보니까 참 무식했다. 그리고 참 억척스러웠다. 모르고 연습해서 시간은 엄청나게 소요되었으나 시행착오 끝에 결국 교정에 성공했으니까 말이다. (필자는 발성, 발음, 억양, 공포증 등 많은 부문을 교정한 끝에 감격한 나머지 말하는 직업으로 진로를 정했다는 전언)

     

그때를 떠올리자면 아나운서 학원은 서울에나 있었고, 체계적인 스피치 학원은 미처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동네에도 예전 웅변학원처럼 스피치 교육기관이 있는 걸 보면서 ‘늦게 태어났더라면 덜 고생했으려나?’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다. 심지어 이제는 유튜브와 인강 플랫폼을 통해서도 전문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이 얼마나 좋은 시대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어쩌면 요즘 친구들이 나보다도 훨씬 빠르게, 효율적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꾸준하고 열정적인 연습을 통해서 말이다.      

하지만 연습 이전에 이것이 없으면 절대로 변화할 수 없다. 바로 자신의 약점을 아는 일이다. 약점을 발견하는 과정은 쉬울 수도 있지만, 의외로 쉽지가 않을 수도 있다. 나 스스로는 나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은근히 많아서다.

      

‘이 정도면 느낌이 괜찮은데?’ 스스로 좋아하던 내 목소리가 남에게는 듣기 싫은 하이톤으로 느껴진다거나, ‘이 정도면 잘 들리겠지’ 싶었던 내 발음이 사실은 살짝 뭉개진 바나나처럼 흐물(?) 거린다거나, ‘이 정도면 괜찮았어’라고 느낀 내 발표에 남들은 건조하고 딱딱했다고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스피치의 영역에서는 스스로에 관한 관대함이 종종 실력의 브레이크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성이 '솔톤'으로 이야기하면 남성의 귀에는 한 톤 더 높이 들린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니까 솔이 아닌 라로 들린다는 결과다. 또한 경상도 내 고향 친구들은 스스로 억양 변화가 얼마나 잦은지를 가늠하지 않지만, 서울에서 오래 산 나는 종종 그들을 만날 때마다 억양이 참 변화무쌍한 느낌에 ‘나도 한때 이렇게 말했었구나?’ 커다란 억양 변화의 폭이 흥미롭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의 목소리와 말투는 다른 성별, 다른 사회 문화적 계층에게 스스로의 인지적 기준을 넘어선 느낌으로써 다가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관찰하자     

카메라를 켜고 나를 촬영하는 것은 연습의 필수적인 제반 사항이다. “아, 도저히 못 봐주겠네요 “ 꼴 뵈기 싫다는 듯이 스스로의 스피치를 관찰하지 못하는 교육생들이 간혹 있어서 같이 곤 한다. 촬영을 통한 피드백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은 사실 잘 없다. 그냥 마지못해 ‘해야 하니까 한다’는 사람이 대부분. 얼굴이 김태희처럼 예쁘고 스티브잡스처럼 말을 너무 잘해서 나르시시즘에 취해도 OK인 사람은 예외이고 말이다.

    

특히 촬영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몰랐던 어벽, 손동작이나 시선과 같은 비언어의 습성, 전반적인 이미지와 태도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도출한 일종의 ‘개선 리스트’ 통해 나 스스로는 좀 더 효율적인 연습이 가능해진다.

     

타인이나 전문가를 찾아가 관찰을 요청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사실 더 좋은 방법이 된다. 내가 나를 보면서도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거니와 내가 인지한 부분을 확인사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런 촬영 유형의 피드백 코칭을 진행할 때마다 나는 굳은살이 아플 정도로 메모를 한다. 어느 특징이 얼마나 나오는지, 부정의 이미지가 될 만한 특징은 언제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서 빈도를 특히 많이 기록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의 메모를 브리핑하는 순간, 우린 서로 웃음보를 터트린다. 단점을 들으면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인 일이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타인에 대한 피드백은 절대로 소위 지적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그렇고 언제나 그럴 수 있다는 보편성에 관한 이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다수가 결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희망을 함께 공유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나의 약점을 인정하자  

인지하되 인정해야 가능하다.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단점을 발견하고 났을 때, 마음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피드백은 객관성을 갖춘다. 마음 편하게 나의 결점이나 약점을 고치기 시작한다면, 혹은 그 과정을 즐기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크고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아마도 그 반대인 경우가 동력 없는 자전거라면, 후자는 강력한 엔진을 단 자동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벽한 스피치란 없다.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러하다.' 마치 삼단 논법처럼 담담한 셀프 인정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때부터는 오로지 연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쓸 데 없는 부끄러움이나 주저함, 상념에 갇힐 필요가 없다. 가장 쉽게는 유명인들의 사례를 살펴보는 일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안녕? 난 바이, 바이, 바이... 바이든이야.”

말더듬증이 있던 소년 조 바인든 의 별명은 ‘바이-바이’였다고 한다. 바이든은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말을 더듬는 스피치 증세가 심했는데, 이 버릇을 주변 친구들이 흉내를 내는 일이 빈번했다. 이렇게 주변에게 놀림을 당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발표에서 제외가 되는 등의 사건은 그를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학창 시절 내내 고생이 이어졌지만 바이든은 스스로에 대한 연민에 빠지거나 자포자기 심정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말 한마디가 생명인 직업 정치인이 되기를 꿈꿨다. 그는 말더듬증을 고치기 위해서 피나는 연습을 거듭했다. 돌멩이를 입에 넣은 채 발음 연습을 했고, 시를 통째로 외워 거울 앞에서 큰 소리로 낭송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로부터 60여 년, 말더듬이 소년은 제46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막강한 상대를 꺾고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방법을 알고 연습하자

효율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방법 또한 인지해야 한다. 나의 상황이나 증상에 꼭 맞는 처방을 얻는 일. 사실 이 부분이 제대로 어렵다. 그렇지만 다양한 두드림과 공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내가 사투리를 고친 뒤 발성 교정법과 퍼블릭 스피치 기법을 터득하는 과정에 몇 년이 소요되었을까? 대강 따져보았을 때 5년 이상은 걸렸던 것 같고, 십몇 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꾸준히 연마하는 중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학원을 다니거나 나와 같은 코칭가를 통해 훈련을 받는 사람들의 경우는 속도 자체가 다르다. 습득력이 좋은 사람들은 단 3개월 만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보인다. 자신의 케이스에 잘 맞는 개선책을 속히 제대로 얻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례가 문득 떠오른다. 발표 공포증을 가진 아무개 씨는 스스로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 무지함이 심리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 트라우마 또한 없기 때문에 무지가 원인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칭을 진행하면서 발견하게 된 그의 약점은 경험의 부족이었다. 발표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러한 자리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것. 스피치 재료를 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에 더 많은 기회에 노출되는 것을 우선으로 그룹 코칭에 종종 그를 초대하기도 했다. '다수 앞에서의 말하기' 빈도를 높이면서 그는 점점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로 그의 발표 공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간혹 승진 소식이나 안부를 듣는 것은 교육인으로서 매우 커다란 보람으로 다가왔다.     




만약 지금 스스로에게 말하기 브레이크가 걸려있다면? 그것은 심리적인 준비가 문제인지 혹은 재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 정확한 개선 방법을 모르고 있는 건지 등의 원인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난점을 무작정 극복하겠다는 다짐을 하기에 앞서 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인정할 수만 있다면, 더불어 훈련 방법까지도 제대로 얻은 상태라면 연습은 결코 어렵지 않다. 당신에게는 오직 시간문제만이 남아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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