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짤막하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예강 Feb 25. 2023

짐작하지 못한 마음들

마주 앉은 사람의 눈을 공들여 가만히, 또 오래 들여다본다. 그런다 해도 그 마음을 다 가늠하기란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물론 가능하다 해도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냐마는.


아니다. 적어도,

악의 없이 천진하게 던지는 말과 행동들 중에서 거칠고 뭉툭한 것들을 골라낼 수는 있지 않을까.

깊은 밤 나를 울게 한 이유가 수백 수천 가지이듯 나 역시 타인에겐 그중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달라지는 게 있지 않을까.


마주 앉은 사람은 대충 뭉쳐 놓은 찰흙덩어리가 아니다. 그의 밤을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 당연한 사실을 종종 잊고 만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얼마나 많은 마음들을 짐작하지 못한 채 흘려보냈을까.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아무리 깊은 배려가 있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상대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는 일에 부지런하지 못해도 적어도 게으르진 않아야 할 텐데.


이제는 상영관이 몇 남지 않은, 영화 <애프터썬>을 보고 나서 든 생각. 그리고 연이어 떠오른 것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절망스러웠던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 잃은 게 너무 많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웠던 순간들도 많았어. 가능하다면 아무도 내가 느꼈던 것들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욕하는 사람들도,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도 내가 겪은 그런 감정은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능하다면. 그게 내 진심, 내 꿈이야."


어제 본 방탄소년단 유튜브 채널에서 꿈이 뭐냐는 질문에 타블로가 한 대답. 크기와 빈도는 달라도 누구나 슬픔과 아픔은 겪는다. 그 경험이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오롯이 스스로의 몫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56. 무더위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