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방울방울

아련함: 말할 수 없는 무언가1

by 오래된 독서가


기술의 발전은 경이롭다. 판타지 세계관 속의 네크로맨서들만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 것을 실제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AI를 통해 고인이 되어버린 추억 속의 터틀맨의 가수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재현하여 새로운 곡을 불렀다면? 이란 상상을 실현시켰다.


한 번쯤 우리 곁에, 내가, 우리가 좋아했던 가수들이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란 생각을 할 때가 있었고, 추억에 젖게 되는 노래들을 들을 때면 그런 생각은 절실해졌다. 그렇게 기억되는 가수들은 각자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었는데, 그들의 개성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계속 아쉬웠다.


그리고 그 아쉬움을 그리움으로 바꿔준 프로그램의 첫 주인공이 바로 거북이와 터틀맨이었다. 내게 거북이는 그런 가수였는데, 언제나 굳굳이 이겨냈으면 하는 희망들과 소망을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에 가득 담아냈고, 그런 가사들이 좋았다. 그 노래의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전달된 것인지, 노래방에서 거북이의 노래는 가장 많이 불러지는 애창곡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케이블 방송국의 AI프로젝트가 참 신기하고 감회가 새로웠다. 나와 당신의 감성을 자극하고 눈가에 눈물이 고이게 만들었고, 특히 내게는 신해철, 김광석 보다는 더 가까운 시기에 내가 직접 스스로 찾아서 노래를 듣기 시작하던 청소년기에 활동한 것이 거북이였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방송에서 터틀맨의 모습, 그리고 그의 동료들이 흘리는 눈물과 그리움을 보면서 나 역시도 방송 내내 같이 울 수밖에 없었고, 재현된 터틀맨과 거북이의 멤버들이 함께 공연한 방송영상은 업로드된 지 하루 만에 유튜브에서 75만 회를 기록해 나 외에도 많은 이들이 거북이의 공연과 노래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 지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이 방송을 보면서 자연스레 다른 가수들을 떠올리게 된다. 마왕이라고 불렸던 신해철, 그는 촌철살인으로 세상에 대해 냉소를 날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삶이란 것의 따뜻함을 자신의 노래에 담아냈다. 또 다른 가수로는 김광석이 있다. 그는 평범한 우리네의 삶에서의 애환들을 노래하며 위로했다.


이 방송 이전에도 유튜브에서는 예전의 히트곡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 모음 영상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가수들이 활동을 종료한 지도 한 참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들의 노래를 찾아 듣는데, 어쩌면 우리는 이들에게 빚을 졌다고 그리움의 표현은 아닐까? 우리가 슬프고 기쁠 때, 우울하고 짜증이 날 때 그들의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서 우리 감정을 달래곤 했었던 고마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예전 노래를 찾아 듣는 것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로 예전의 그리운 가수를 재현한 방송이 끝난 후 나는 한동안 여운에 사로잡혀 거북이의 노래들을 다시 찾아들었다. 그처럼 우리 곁에는 터틀맨과 신해철, 김광석은 없다.


돌아보면 당시 그 가수들이 우리와 이별하는 그 순간은 아무런 날도 아니었다. 그 추억의 스타들이 자신의 삶을 자의든 타의든 끝냈다는 소식에 잠시 가슴 아파했고, 이후 점차 그 기억은 희미해져 갔고, 우리는 살아남은 자가 되어 삶을 이어갔다. 그런데 성인이 되거나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고단함으로 위로가 필요할 때가 다가오면 그들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 지를 느끼게 된다. 더구나 몸도 시리고 요즘 같이 마음까지 시린 겨울에는 더욱.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