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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n 28. 2021

중소기업 생존기 - 철학의 부재(不在)

개똥철학도 철학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매우 어려우면서도 매우 쉽고, 아주 멀리 있지만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중소기업에게 뜬금없이 철학이 없다고 하니 다소 의아할 것이다. 철학? 그런 거 없이도 잘 먹고 잘 사는 회사들이 많다. 나는 대기업을 다녀본 적도 없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완비된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어 이론적인 근거는 없다. 다만 내재되어 있는 본성과 다양한 경험이 만나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중소기업이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5년간 살아남을 확률은 26%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는 운 좋게도 그 26% 안에 간신히 포함되어 살아남아 있다. 나는 그 수많은 원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을 꼽아보라면 단연코 '우리만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철학이라는 것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한 문제를 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너 자신을 알라


우리가 철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이 문장일 것이다. 복잡하게 설명할 것도 없이 말 그대로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크고 작은 문제점을 파악하여, 개선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철학이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들의 상황을 조금만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상황에 맞게 룰을 세팅하여 직원들과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회사는 회사의 입장이라는 게 있고, 직원은 직원의 입장이라는 게 있다. 흔히 말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 이런 입장의 차이는 생각한 것보다 항상 클 수밖에 없지만, 그건 결코 나쁜 것이 아니고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각자의 입장을 잘 조율하여 그 차이를 줄여나가고, 제도화시켜야 각자의 동상이몽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쉽게 예를 들면, "매일 점심에 직원들에게 밥을 한 끼 제공하겠소." 이런 것도 철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직원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식사 시간에 함께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이,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비용을 제공하여,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직원들끼리 얼굴 보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가졌다면 그것도 대단한 철학인 것이다. 


다른 예로, 연봉의 인상과 관련해서 미리 정해놓은 테이블이 있다면 사전에 공유하고 그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입사를 하게 된다. 그 룰을 어기고 더 적게 연봉을 인상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서로 약속한 선에서 이루어지는 연봉 협상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보통의 경우 정해놓지 않고 그때 그때 즉석으로 혹은 기분에 따라 하다보면 늘 밀당하느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다. 


이와 같이 회사의 여러 가지 사정과 직원들의 니즈를 고려하여 적절한 원칙을 만들고, 그 원칙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만 잘 지켜진다면 직원들과 특별히 마음 상할 일도 없고, 서로 배려하는 좋은 관계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우리 회사만의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해보라고 하면, "마음을 훔치자"이다. 회사가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좋을 때는 좋은 대로, 힘들 때는 힘든 대로 그 상황에 맞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들을 제도화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회사가 해 주는 것이니 너희는 그냥 받기나 해'라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한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내가 이 회사에 왜 있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 회사의 숙명이다. 그러기 위해서 직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디테일한 감정을 건드려줘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러하듯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직원들을 위해서 만든 제도가 오히려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땐 빠르게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간구해야만 한다. 행여나 '해 줘도 지 X이야'라는 갑의 마인드로 접근하면 필패한다. 


아니, 회사가 그런 거 까지 고민해야 돼?
응, 그 이상으로 더 고민해야 해.


주변에 많은 중소기업 대표님들께 우리 회사의 개똥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반응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그렇게 해주면 뭐하냐, 다 뒤통수치고 나가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도 사실 할 말은 없다. 내가 그들의 대변인이 아니므로.. 그렇지만 뒤통수를 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사람 자체가 또라이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된다면 회사 자체의 시스템 문제도 한번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인들께 차마 그 말을 건넬 수는 없었다.) 


나는 워낙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Too-Much-Talker' 이자 'Too-Much-Thinker' 라 정도가 심할 정도로 상대의 입장을 고민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가끔 투머치로 인해 낭패를 겪은 적도 여러 차례 있으나 그것이 나의 즐거움이기에 굴하지 않고 계속한다. 그러한 행위가 반복되어 오늘의 내가, 오늘의 우리 회사가 있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어찌보면 참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또 나의 경우에는 잘 맞았던 방법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잘 안맞는 방법일 수도 있기에 모두에게 정답처럼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고, 묵묵히 지켜나간다면 조금 더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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