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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Feb 26. 2021

예측 가능한 사람 & 회사

비즈니스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잡플래닛 회사 리뷰'의 리뷰)


잡플래닛이라는 구인/구직 사이트가 있다. 그 사이트에 가면 각 회사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전/현직원들이 올리는 리얼한 리뷰가 가장 꿀잼이다. 내가 알고 있는 회사들 몇 개를 검색해서 회사 리뷰를 보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이다.


회사를 시작한 지 벌써 4년 하고도 8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거쳐갔다. 그런데, 아직 우리 회사의 리뷰에는 올라온 글이 2개밖에 없다. 이 곳을 거쳐간 직원들이 족히 10명은 될 텐데, 리뷰를 올리는 사람이 적다.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고 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평점이 둘 다 5점이라 평균이 무려 '5점 만점에 5점'이라는 사실!


이벤트 업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일이 엄청 고된 것은 사실이다. 남들 놀 때 일해야 하고, 남들 일할 때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하니 저녁 야간 근무도 잦고, 주말의 여유를 누리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그러다 보니 이 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쉽게 지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물론 직원을 지치게 하는 것이 비단 야근이나 주말 근무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보다 더 큰 스트레스의 원인들이 따로 있다. 잡플래닛 회사 리뷰를 보면 그 스트레스의 원인들이 아주 적나라하게 올라와 있다. 오히려 이벤트 업의 특성상 야근이나 주말 근무는 불가피하다고 나름 인정(혹은 체념)하는 글이 많다. 그들이 전 직장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회사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상사의 감정에 따라 회사의 분위기나 복지, 급여, 상여금 등이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잡플래닛 한 이벤트 회사 리뷰


1. 회사가 체계적이지 못하다.

2. 상사의 기분에 따라 회사의 모든 것이 좌우된다. (연봉, 복지, 상여, 결재 등) 

3. 직원들을 기계 부품 정도로 취급하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업무가 주어지지만 보상은 없다.


다른 좋은 의견을 적은 리뷰도 많지만 일부러 회사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리뷰를 골라왔다. 주로 평점이 매우 낮거나 나쁜 리뷰가 많은 회사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저 세 가지 정도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른 내용들도 많이 있지만 결국 저런 내용을 약간씩 다르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저 세문장도 결국 하나로 압축을 하자면 바로 "예측이 가능하지 못한 사람, 예측이 가능하지 못한 회사"이다. 즉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일관된 규율 혹은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대다수의 회사들은 그러한 것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내가 전에 몸담았던 국내 최초 이벤트 회사였던 Y사의 경우에도 직원이 100명에 가까운 회사였지만 모든 규정이 주먹구구식이었다. 



사례1) 품의서 결재를 하나 받는데 결재권자의 컨디션이 어떤지를 살피다가 기분이 좋지 못한 것을 확인하고 급하긴 하지만 결재 품의와 보고를 다음으로 미룬다. 


사례2) A대리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상사들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하며 잘 보이려고 노력하더니 결국 혼자서만 고과를 A등급 받고 월급도 대폭 인상된다. 


사례3) 1년 내내 엄청난 업무량으로 최고의 매출과 수익을 찍었지만 항상 경영진은 회사가 어렵다며, 인센티브를 주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매번 더 좋은 차로 바꾼다. 



나는 오랜 시간 직원 입장에서의 불만들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회사를 처음 만들 때부터 최소한의 기본적인 규칙을 만들어 놓았다. 그냥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일반적인 규칙이 아니라 우리 업과 회사의 철학,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들로 재구성하여 룰북을 만들었다. 근무시간, 연차, 대휴, 복지, 급여, 인센티브 등 아주 기본적으로 필요한 규칙들은 디테일하게 설정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최소한 위의 사례와 같은 일들이 회사 내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처음 7페이지로 시작한 룰북은 2020년 현재 총 20페이지에 달하는 룰북 3.0으로 업그레이드된 상태임)


내 기분이 좋고 나쁜 것과 관계없이 직원들에게는 늘 같은 아웃풋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사안인데 내가 기분이 좋으면 그냥 넘어가고, 기분이 나쁘면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경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누구나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대한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한 두 사람의 주관적 평가에 그 직원의 고과가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전 직원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가 일정 수준의 매출과 수익의 성과를 내면 반드시 정해진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아예 처음부터 근로 계약서에 명기했다. 


직원 한 명 한 명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일정한 룰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결국 모든 사람이 서로 불만을 가지게 된다. 어차피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최소한 서로 비슷한 수준의 불만을 갖도록 기계적 형평성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자의 입장으로 약 5년을 지내보니 가장 갖춰야 할 덕목이 바로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인 것 같다. 모든 사람의 불만, 스트레스, 고민을 가슴으로 뜨겁게 공감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규정에 없는 특혜를 주거나 예외 규정을 적용하면 결국 나머지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회사를 시작하기 전 그 누구로부터 이런 경영의 규칙을 배우거나 한 적이 없지만 이상하리만큼 규칙에 집착을 했고, 결과적으로 5년이 흐른 지금 과정을 돌이켜보면 큰 흔들림 없이 여기까지 온 것에 아주 큰 기여를 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다른 회사들에 달린 나쁜 리뷰는 또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기회가 된다.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회사를 만들 수 있을지 오늘도 고민을 하며 앞으로 100명 200명의 회사로 성장할 그날에도 여전히 활용할 수 있는 회사의 프로세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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