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사람들을 뽑는 건가요?"
아니, 그 회사는 도대체 그런 사람들을 어디서 뽑는 건가요?
아주 최근에 모 클라이언트로부터 실제로 들은 말이다. 우리 회사는 총 3개의 실무팀이 있는데 프로젝트에 따라 어느 팀, 어떤 담당자와 일을 해도 소위 구멍이 없다는 의미였다. 물론 대표인 나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아예 없는 말은 아닐 것이고, 나로서는 최고의 칭찬을 들은 셈이다.
5년 전 우리는 3명으로 시작해 처음 2년간은 5~7명 정도의 직원을 유지했었다. 2018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현재는 17~2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말을 듣고서 직원 한 명 한 명을 돌아봤다. 정말 그의 말처럼 다들 믿음직한 직원들 뿐이었다. 물론 직급에 따라 업무의 역량은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해당 직급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주는 직원들이다.
"알겠으니까 그만하고, 그런 사람들을 어디서 뽑는 건지나 속시원히 얘기해주쇼~"라고 하는 이야기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만 애태우고 빠르게 그 해답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그런 훌륭한 인재들을 뽑을 수 있는 곳은 사실 없다. 아니 모른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여~?" 하는 원성이 또 들려온다.
사람 잘 뽑는 방법이란 건 없다. 궁합이 잘 맞는 직원들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들과 끝없는 '밀당'을 하는 것뿐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항상 매력 어필을 한다. 또 직원도 회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실력 이상의 퍼포먼스를 낸다. 그 성과에 따른 보상을 명확하게 지급하고, 그 보상에 따라 더 열심히 힘을 내는 그런 아주 기초적인 Give & Take 정신이 정상적으로 잘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그 밀당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회사를 떠나거나, 혹은 반대로 눈물을 머금고 권고사직을 하게되는 것이다. 그 최종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남아있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회사와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주고 있고 또 노력하고 있다. 매우 싱겁고, 허무한 대답이었다면 용서를 바라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갑을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빠르게 인정하면 된다. 우리 회사의 절대적인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사람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다. 그 원칙을 반복해서 어기거나 나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람은 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단호하게 이별을 고한다. 고약한 바이러스는 금방 전파되니까.
우리 회사의 rule-book에 이런 내용이 있다.
선배라고 후배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행위는 절대 있을 수가 없다. 옛날식으로 일명 '까라면 까는 식'의 상명하복 문화는 최소한 우리 회사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팀과 조직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의 생리상 지시를 내리거나 질책을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업무적인 정당성을 가졌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호칭만 조심해도 말하는 톤&매너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 협력 회사들에 대한 갑질 또한 절대 금지 항목 중의 하나이다. 설령 그 협력회사가 잘못을 하거나 부당하게 업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간혹 직원들의 불만이 발생하기도 한다.
"저쪽 회사에서 잘못한 게 분명한데도 아무 말도 못 하는 건 좀 억울한 거 아닙니까?"
"네, 억울해도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우리가 아무리 정당한 항의를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선 우리가 부당하게 트집 잡아 갑질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억울해도 절대 그러면 안됩니다. 문제가 있으면 저나 본부장이 직접 전화해서 해결해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업체를 바꾸면 됩니다. 굳이 그들과 불필요한 언쟁을 힘들게 할 필요가 없어요."
직원과 마찬가지로 협력사와 우리가 '갑을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우리는 비용을 제공하고 그들은 전문가로서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거래 대상일 뿐이고, 그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면 될 뿐이지 우리가 그들에게 명령을 하고 화를 낼 권리가 있지는 않다. 다른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우리 회사에 온 경력직들의 대부분이 그 부분에 대해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한다. 이전 회사에서는 오히려 은근히 갑질을 권장했으니까.
"야, 왜 니가 걔네한테 사정을 하고 있냐? 힘들게 설득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해! 앞으로 우리랑 거래하기 싫대? 하기 싫음 그냥 꺼지라고 해! 우리랑 일 하고 싶은 회사 줄 섰어!!"
만약 우리 회사에서 저런 말이 내 귀에 들어왔다간 그냥 그 자리에서 원아웃 퇴출감이다. 어떤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런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던 직원들도 금방 적응한다. 좋게 이야기하고, 우리가 먼저 전문가로서 대접해드리면 그 회사들이 훨씬 더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잘해준다는 것을 경험하면 말이다. 마치 햇님과 구름이 한 남자의 코트를 벗기는 내기를 하는 이솝우화처럼.
우리 회사가 돈을 벌고 성장하는 데는 정확하게 우릴 믿고 일을 의뢰해주는 클라이언트가 30% / 한 명의 구멍도 없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일해주는 직원이 30% / 전문가로서 저렴한 비용으로 최선을 다해 주시는 협력회사가 30%이다. (나머지 10%가 나인건 비밀). 그런 균형이 조화롭게 잘 유지가 되어야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최소한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그렇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의 국가대표 선발 방식은 많은 논란이 있었다. 스타플레이어보다는 실력과 가능성을 보고 선수들을 선발했다. 무명의 선수가 대거 발탁이 되었다. 외부 유력인사들의 선수 추천 압력은 철저히 배제한 채 객관적인 시각으로 선수를 평가했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 간에 위계질서를 없애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리고 기술보다는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결론적으로 그 모든 것이 잘 조합되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것이다. (내가 히딩크랑 동급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오해 마시길.)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오는 창의력이 조직에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고참이 후임에게 절대적으로 군림하던 시절은 끝이 났다는 것을 히딩크는 증명해 낸 것이다. 능력 있는 친구들을 어딘가에서 데려온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그 능력치가 잘 발휘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가 잘나서라기 보다는 정말 그런 조직에 잘 어울리는 직원들이 우리를 잘 찾아주었고, 우리가 그들을 잘 알아본 것.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자의던 타의던 간에 조직을 떠났다는 것.
그게 우리가 좋은 직원들을 많이 뽑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의 전부이다. 우리가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헤어질 때는 좋은 모습으로 서로의 발전을 기도하며 쿨하게 헤어지면 된다. 인생은 會者定離 去者必返 (회자정리 거자필반) 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