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년 만에 지옥에서 사옥까지, 스릴 넘치는 창업 드라마
드디어 2019년이 밝았다. 창업 이후 첫 흑자를 경험한 직원들은 한껏 고무되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인센티브와 각종 복지 혜택이 바쁜 스케줄을 견딜 수 있게 해 주었다. 고무된 것은 진혁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4년~5년 정도는 죽어라 고생할 것을 각오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 기회가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했고, 꿈에 그리던 인센티브로 플렉스 할 수 있게 된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기존에 진혁이 경험했던 대표님들은 회사의 부채를 상환하거나 고가의 차를 구매하는 등의 이유로 회사가 수익이 나도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는 이유를 만드는데 급급했었다. 하지만 진혁은 우선 성과를 나누면서도 회사의 부채 상환과 내년을 위한 운영 예비비를 구분하여 최대한 합리적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했다.
늘어난 매출과 함께 두 배로 늘어난 15명의 직원들을 먹여 살리려면 올해도 험난한 길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진혁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기본 운영비 자체가 대폭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 작년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이 엄청난 식구들을 케어할 수 있다는 엄청난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웠지만 언제나처럼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만은 충만했었고, 그 자신감은 곧 현실로 이어졌다.
"대표님, 올해 글로벌 대회 스케줄이 확정됐어요. 올해도 단단히 준비하셔야 할 것 같네요."
"새해부터 너무 반가운 소식이네. 처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할게."
진혁은 새해가 시작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준호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2019년에는 총 두 번의 글로벌 대회가 열린다고 했다. 7월에 열리는 올스타전은 올림픽처럼 국가대항전으로 치러진다. 각 팀에 소속된 선수들 중 국가별 최고의 선수들이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며, 대회는 한국에서 개최 예정이었다. 11월에 열리는 공식 글로벌 대회는 기존대로 1년간 우수한 성적을 거둔 최고의 32팀이 출전하여 3주 동안 예선전과 결승까지 치르는 일정이며, 개최지는 무려 미국이라고 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의 글로벌 대회라니... 일단 너무나도 큰 기회였지만 진혁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현재 15명의 직원으로 이 큰 규모의 대회를 두 번이나 치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독일과 달리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이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졌다. 두 대회의 개최 일정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경험으로 보면 각각의 팀을 구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어 또 발 빠르게 준비 과정에 돌입하였다.
진혁은 연간 스케줄이 발표되자마자 또 새로운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분명 새로운 사무실에 이사 올 당시만 해도 넉넉했던 사무실이 어느새 사람과 짐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빽빽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어렵게 마련한 회의실 2개 중 1개는 이미 새로 충원한 직원들의 사무 공간이 되었다. 또 눈물을 머금고 휴게실을 없애 사무 공간으로 바꿨다. 진혁은 대회를 숨 가쁘게 준비하는 한편 빨리 또 새로운 사무실을 찾아서 다시 이 사라진 회의실과 휴게 공간을 복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9년 연말까지 계속되는 프로젝트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첫 글로벌 대회는 확실히 수월하다고 느껴졌다. 작년에 열린 독일에서의 글로벌 대회는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과 낯선 언어로 업무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대회 장소에 미처 체크하지 못한 것이 있어도 쉽게 찾아가 볼 수가 없어 무척 답답한 마음이었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익숙한 공간, 익숙한 사람, 익숙한 언어이기 때문에 업무의 난이도가 훨씬 낮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서 물어볼 수 있고, 행사 장소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 찾아가서 눈으로 체크를 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부담이 적었다.
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첫 글로벌 대회이니만큼 무대의 규모가 기존 대회들을 압도할만한 수준이었다. 무대와 시스템, 운영 인력, 물자 렌탈, 네트워크, 체험 이벤트, 선수단 케어, 미디어 데이, 애프터 파티 등 방송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영역을 진혁의 회사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기존에 해왔던 일반 이벤트 무대와 규모나 예산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지난 3년간 항상 신세만 졌던 협력사들에게 모처럼 보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협력사 대표님들도 마치 자기의 일처럼 기뻐하며 최선을 다해 대회의 성공을 위해 뛰어 준 덕에 대회는 큰 문제없이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또한 온라인으로만 대회를 접했던 진혁의 가족들도 처음으로 대회 현장에 방문하여 직접 눈으로 대회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진혁의 회사는 방송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을 담당했기 때문에 7월 대회만으로 벌써 1년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만든 게임으로는 처음 글로벌 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대회의 규모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인 League of Legend(L.O.L) 다음으로 큰 규모의 글로벌 대회였고, 그런 역사적인 현장에 조연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진혁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 한 번의 장기 프로젝트인 <글로벌 국가 대항전>을 무사히 마치고 자신감이 충만해진 진혁과 직원들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바로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챔피언십 대회의 본격적인 대장정의 준비에 돌입했다.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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