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년 만에 지옥에서 사옥까지, 스릴 넘치는 창업 드라마
독일에 있는 동안 뉴스를 통해 한국이 사상 최고의 무더위라는 소식을 접했다. 독일은 사실상 가을 날씨에 가까울 정도로 선선했기에 한국의 무더위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막상 귀국해보니 그날부터 무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때마침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사상 최대의 폭염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진혁은 날씨 같은 사소한 행운도 자신을 따라주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지난 7월 중순경 한국을 떠나기 전 진혁은 새로 이전할 사무실 계약을 했다. 실평수 40평에, 내부에 남녀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6층 건물 중 3층이다. 더구나 오래된 건물을 완전히 싹 뜯어고친 리모델링 건물이라 마치 신축 건물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직원들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사무실이다. 한국에 복귀한 직원들에게는 1주일간의 휴가를 주고 그사이 진혁은 아내와 함께 새로운 사무실로의 이사를 진행했다.
진혁의 첫 사무실도 웹툰 <미생> 팀이 대박 나서 이전했던 사무실이었는데, 이번 새 사무실의 기존 입주사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지멘스 보청기 통신 판매를 하던 곳이었는데, 매출과 인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망원역 바로 앞에 있는 대형 빌딩 100평짜리 사무실로 이전을 했다고 했다. 기왕이면 망해서 나간 사무실보다는 잘돼서 나간 사무실이 좋다고 생각해 진혁은 보자마자 고민도 없이 이 사무실을 바로 계약했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일부 프리랜서와 단기 계약직을 제외한 총 12명의 인원이 새 사무실로 출근했다. 기존 사무실에 비하면 새 사무실은 아주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사무실 한 편에 휴게실과 안마기도 설치했고, 또 다른 한쪽에는 방음이 되는 회의실을 2개나 만들었다. 직원들이 기존 사무실에서 불편을 느꼈던 부분을 최대한 반영하여 업무 환경을 대폭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독일에서의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남은 잔금이 들어왔다. 선금으로 받았던 210만 USD를 훌쩍 넘어서는 비용이었고, 마침 환율이 많이 오르는 바람에 뜻밖의 추가 수익도 발생했다. 전년도의 2배를 훌쩍 넘어서는 매출 규모였다. 그렇게 2년간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재정적인 위기를 넘겨왔는데 이제는 다소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회사가 안정권에 진입을 하자 진혁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투자자 A에게 투자받은 5000만원과 그에게 지급했던 회사의 지분 10%이다.
사업 초기에 회사가 한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투자자 A와 진혁은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며 서로 의지하고 지내오다가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A의 회사는 중요한 거래처를 가지고 있는 반면 직원들의 역량이 부족했고, 진혁의 회사는 반대로 직원들의 역량에 비해 변변한 광고주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의 니즈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합병을 위한 절차를 추진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합병은 결국 무산되었다. 그 뒤로 둘 사이는 매우 어색해지고 연락조차 뜸해졌다.
진혁은 회사에 돈이 생기자 가장 먼저 투자받은 돈을 돌려주고 싶었고, A는 마침 회사 상황이 조금 어려워져 투자금을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서로 먼저 연락을 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양쪽을 모두 잘 아는 민섭이 중간에 중재를 해줘 극적으로 다시 진혁과 A는 오랜만에 함께 마주하게 되었다. 진혁은 투자받은 돈에 이자 10%를 포함한 5500만원을 A에게 돌려주었고, 지급했던 지분 10%를 다시 회수하게 되었다. 회수한 10%의 지분은 회사의 창업 멤버인 진혁과, 전본부장, 김팀장에게 각각 5%, 3%, 2%씩 골고루 배분하였다.
■ 지분 변동 현황 : 진혁 70% → 75% / 성윤 12% → 15% / 태호 8% → 10%
독일 글로벌 대회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올해 할 일과 매출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진혁의 큰 착각이었다. 한국에 복귀하자마자 이번엔 같은 게임의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면서, 한국 모바일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가 바로 시작되었다. 전국 13개 도시의 야외에서 펼쳐지는 스트리트 챔피언 대회로, 서울 신촌 차 없는 거리에서 시작하여 광화문, 대전, 강원, 광주, 해운대를 거쳐 부산 G-STAR에서 최종 결승전이 열리는 무려 2개월에 걸친 국토 대장정급 대회였다.
비록 행사 기간이 길기는 했지만 행사 매출 규모도 10억에 달하는 대형 행사였다. 독일 글로벌 대회에 비하면 많이 적은 예산이었으나 2017년 회사의 총매출이 20억이 안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사실 이 정도 규모의 행사도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예전에 진혁이 큰 회사에 다닐 때도 단일 건으로 10억짜리 행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바로 직전에 무려 단일 행사로 40억 규모의 매출을 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큰 행사이다.
또 한 번의 장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직원은 또 어느새 15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불과 1년 전에 7명이던 직원이 1년 새 두배가 되어 있었고, 2017년 19억에 불과하던 매출은 2018년 세배에 달하는 55억으로 증가했다. 수익률도 매우 개선되어, 지난 2년간 자본 잠식에 달했던 손실들을 한 번에 다 정산하고도 많은 수익이 발생하였다. 진혁은 2년 만에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준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기 위해 두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첫 번째 선물은 4박 6일간의 해외 워크샵이었다. 워크샵 여행지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최종 괌으로 낙점되었다. 동남아에 비하면 괌의 비용이 다소 높긴 했지만, 진혁은 모두가 지난 2년간 고생해서 얻은 결과에 비하면 괌도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선물은 워크샵 첫날 저녁에 공개를 했다. 지난 1년간의 성과와 회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며 마지막 순서에 서프라이즈로 인센티브 지급 계획을 공개했다. 인센티브 규모는 월급의 300%로 정했다. 진혁은 이전의 회사들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인센티브를 받아 본 적이 없었지만, 처음 창업을 하던 순간부터 회사가 일정 성과를 내면 반드시 납득할 만한 보상을 해주겠노라고 스스로와 약속을 해왔다. 연봉 계약서에 적힌 대로라면 사실 인센티브는 200% 이상이면 얼마라도 상관없었으나, 진혁은 좌고우면 하지 않고 과감하게 300%로 발표했다. 직원과 회사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기 위해서 최소한의 규모라고 진혁은 판단했다. 내년은 또 내년에 열심히 해서 벌면 되는 것이기에, 최소한의 잉여금을 제외하고 직원들에게 충분히 나누어야 내년에 또 그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난 2년 반 약 30개월 동안 월급 무사고 배달은 물론 대규모의 인센티브 지급까지 무사히 마친 진혁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월급날이 두렵지 않은 회사, 인센티브로 플렉스 하는 회사, 직원과 상호 무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그런 회사를 꿈꾸었는데 점점 그 꿈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것 같은 기분에 너무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항상 기회 뒤에는 또 새로운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내년의 상황들을 점검하며 대비하며 2019년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했고, 진혁의 예상대로 2019년에는 연초부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며 진혁과 직원들은 초긴장상태에 돌입하게 되었다.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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