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년 만에 지옥에서 사옥까지, 스릴 넘치는 창업 드라마
매주 일요일 연재를 선언하며, 첫 Prologue를 업로드했다. (누가 연재 시킨 사람??) 일주일에 한 편쯤이야 아주 우습게 쓸 수 있으리라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경기도 오산이었다. 처음 3주는 미리 어느 정도 써놓았기 때문에, 순조롭게 약간의 다듬기만으로 연재를 마칠 수가 있었다. 하지만 4주 차부터는 왜 그렇게 일주일이 빨리 돌아오는지 토요일 저녁만 되면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토요일 저녁에 미리 써놓으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상하리만치 꼭 일요일 아침이 되어야만 진도가 나가는 현상이 계속되었다.
보통은 미리 챕터와 에피소드 순서라도 정해놓고 시작하기 마련인데, 나는 그런 것 하고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그냥 미리 정해놓은 것 없이 과거를 회상하며 시간 순서대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들을 골라 즉흥적으로 적어나갔다. 미리 목차라도 정해놓았더라면 중간에 큰 에피소드들을 빼먹지 않았을 텐데, 다 지나고 나서야 몇 개의 중요한 사건이 빠지고 그냥 지나갔음을 인지했다.
전체 흐름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사건들이지만 그래도 회사의 전체적인 희로애락을 표현하기에 빼놓으면 아쉬운 에피소드들이 몇 가지 있어서 그것은 에필로그 뒤에 쿠키 영상처럼 세계 최초로 '쿠키 에피소드'를 맨 뒤에 첨부하려 한다. 에피소드 넘버는 해당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 맞는 숫자를 부여할 예정이어서, 기존 에피소드들과 시간 흐름을 연결시켜 보면 된다.
프롤로그 포함 총 16편의 연재가 비로소 끝이 났다.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고작 이 짧은 글을 쓰는데도 이렇게 감개가 무량한데, 장편소설 혹은 대하소설을 쓴 대작가님들의 감정이야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 같다. 당초 10편 정도면 충분히 끝나겠거니 예상했는데, 역시 투머치토커답게 뒤로 갈수록 에피소드 길이는 길어지고, 회차도 자꾸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 빼먹은 에피소드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처음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소설 속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실존 인물에게 가상의 이름을 부여하였다. 모든 사건은 95% 사실에 근거를 하고 있으며, 일부러 사실을 훼손하거나 극적으로 각색한 적은 없다. 5%의 여지를 둔 건 오로지 내 기억에 의존하여 쓴 글이므로 손상된 기억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한 수치라고 보면 된다.
이 소설에는 제대로 된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부분 주인공 진혁을 도와줬거나 긍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만 의도적으로 부각했다. 가장 첫 부분에 등장한 영훈도 빌런처럼 보이지만 결국 진혁의 창업을 도와준(?) 훌륭한 조연이었다. 그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실 당연한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짜 빌런들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우연한 기회로 이 글을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급적 악역인 사람들은 내용에서 최대한 배제하였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에 '쿠키 에피'로 간단히 소개할 예정이다.
소설의 마지막 문단에서도 밝혔듯이 세상에 의미 없는 연결은 없다. 나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유불리를 따지기 이전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 된다. 그게 나의 후배이건, 협력사이건, 경쟁자이건 그런 건 현재 시점의 세상이 정한 질서에 불과하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 언제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 준 건, 모두 한 때는 나의 '을'이었던 사람들이다.
지금부터 5년 뒤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솔직히 구체적으로 상상해 본 적은 없다. 막연한 희망사항이 있긴 하지만 그게 현실로 이루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때도 나는 지금처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수많은 연결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있는 '박씨'를 물어다 줄 제비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진혁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매번 행사 때마다 예산이 너무 부족하다고 한 이유를. 그래서 정말 상식 이하의 예산을 들이밀어도 진혁은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일이 없으면 회사를 운영해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그 말도 안 되는 예산을 받아들였다. 어쩔 수 없이 협력사분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행사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모두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
행사 비용이 터무니없이 줄어든 이유는 그 전체 예산의 일부가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진혁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일부의 돈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그냥 너무 힘들다고, 너무 예산이 적다고 앓는 소리만 했을 뿐이다. 그래 봐야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지만...
"저는 그런 비싼 곳에 갈 돈이 없어요. 잘 아시잖아요. 우리 형편 뻔히 알면서..."
"누가 대표님 보고 술값 내라고 했나요? 제가 살 테니 그냥 와서 같이 놀아요."
"아니, OO님은 직장인이 돈이 어딨다고 그런 비싼 술을 매번 사요?"
"주식해서 돈을 왕창 벌어서 쓰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오기나 하세요"
진혁은 행사 이후에 강남의 비싼 술집에 자주 초대되었다. 광고주가 술을 산다고 하니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은 없었다. 자주 다니다 보니 광고주의 고정 파트너와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그 파트너가 진혁의 얼굴에 샴페인을 뿌렸다. 그 아가씨마저 진혁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방 안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틀어져 있었지만, 진혁의 귀에는 슬픈 멜로디가 맴돌았다. 대리를 불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혁은 숱한 눈물을 삼켰다. 그가 계산한다는 술값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면서도 바보처럼 모른 척하는 것도, 술집 아가씨에게서 조차 아랫것으로 대접받는 상황도, 모두가 슬프디 슬픈 상황이었지만 진혁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냥 X나게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런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그로부터 1년 뒤에 공금 횡령에 대한 내용이 모두 밝혀져 그 광고주는 결국 해고를 당했다. 해고를 당하면서까지 진혁에게 와서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한바탕 늘어놓고 갔다. 관련 회사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지만 진혁은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았다. 조사를 받았다고 한들, 비싼 술을 얻어 마신 죄 밖에 없었기 때문에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는 현재까지도 진혁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몇 개월이 지난 후에도 자신이 억울하다며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는 것을 보니.
지금은 그와 연락을 끊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진혁은 늘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였지만 그래도 진혁에게 많은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적은 예산이나마 그런 일이라도 있었으니 협력사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회사를 운영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적절한 타이밍에 진혁의 인생에서 훌륭한 조연의 역할을 마치고 깔끔하게 퇴장해 주었다. Special Thanks!
진혁은 4월 독일 자동차사의 페스티벌을 대대행으로 진행한 이후,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당장에는 이런 대대행 업무로 회사가 잠시 연명해 나갈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진혁 회사의 주식을 10% 가지고 있는 A社와 합병을 추진하게 되었다. 다시 복기하면 진혁이 보유한 주식은 70%, 직원인 전본부장이 12%, 김팀장이 8%, 그리고 나머지 10%를 A社가 보유하고 있었다.
처음 회사를 창립할 당시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A社의 대표는 진혁의 회사에 50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조건은 별도로 없었고, 앞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함께 도모해보자는 취지였다. 진혁은 상징적으로 지분 10%를 A社에게 배정했었다.
A社는 직원이 3명뿐인 작은 회사였지만, 주요 광고대행사에 협력회사로 등록이 되어있어 꾸준한 물량이 있었다. 반면 진혁의 회사는 직원이 7명이었지만 고정적인 물량이 없어서 매번 대대행이나 남들이 손대지 않는 소위 짜친 일들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서로의 부족한 점이 명확하게 보완되는 관계라고 판단이 되어, 통합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구체적인 합병 제안서까지 오가고, 양사의 직원들이 모두 모여 통합에 대한 발표 및 회식까지 진행하였다. 원래도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공식적으로 통합을 선언하고 나니 서로 기대가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렇게 합병이 순조롭게 추진되던 어느 날 A社의 대표가 진혁에게 물었다.
"자료를 보다 보니까 몇 가지 궁금한 게 생겼는데, 회사 법인차를 네가 개인적으로 몰고 다니는 거면 급여에서 리스비를 공제해야 하는 거 아닌가? 또 회사 화장실 청소는 직원들이 직접 하면 되는데, 왜 청소 업체에 맡기는 거야? 직원들 식비와 커피 값까지 너무 불필요한 지출이 많은 거 아닌가? 본부장과 팀장한테 지원되는 유류비와 법인카드 한도가 너무 높은 거 아닌가? ... (이하 생략)"
진혁은 질문을 받는 순간 머리가 잠시 하얘졌다. 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해야만 했다. 저런 세세한 것들이 정말 궁금했던 것일까? 아니면 막상 통합을 하려고 보니 후회가 돼서 핑계를 찾는 것일까? 일단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모든 판이 깨질 것으로 예상되어 매우 조심스러웠다.
"물어본 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답변해 줄 수는 있는데, 혹시 솔직하게 통합하는 게 좀 망설여져서 그러는 거라면 난 괜찮으니까 조금 시간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때?"
진혁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사실 우리도 아직 대출이나 빚이 많아서 막상 통합하려고 보니까 너네 회사에 폐를 끼치는 거 같아서 고민이 되네. 세무사 사무실과 조금 더 상의해 보고 다시 이야기해줄게.
그의 대답은 궁색했다. A社의 대표는 참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다. 진혁의 회사 장부를 막상 까 보니 아마 답이 안 나왔을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었기 때문에 그는 출구 전략을 세웠을 것으로 진혁은 생각했다. 이미 BR 친구인 영훈에게서 한 번 경험했던 일이라 크게 놀랍거나 당황스럽지 않았다. 그냥 인연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각자도생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통합은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여담으로 정확히 1년 뒤에 진혁의 회사는 글로벌 이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회사의 모든 부채를 한 번에 다 탕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연락을 못했던 A社의 대표와 만나서 초기 투자금 5000만원에 이자 500만원까지 총 5500만 원을 돌려주고, 10%의 지분을 무사히 돌려받았다. 진혁은 친구였던 A社의 대표 덕에 또 많은 것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주며 그 역시 진혁의 인생에서 깔끔하게 퇴장해 주었다. Special Thanks, too.
눈물 없이는 절대 볼 수 없는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는 창업 스토리.
* 저 몇 살처럼 보여요? <너의 나이가 보여> 유튜브 런칭 스토리
: https://brunch.co.kr/@zinzery/238
* 창업 5년 만에 지옥에서 사옥까지, 그 스릴 넘치는 창업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 창업 실화 스릴러 소설 : 세상을 바꾸는 연결 - <지옥에서 사옥까지> 드디어 9월 12일 (일) 완결
: https://brunch.co.kr/magazine/connect-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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