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이기는 습관 (Winning Habit)
첫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진혁은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딴 돈을 모두 털어 친구들에게 맛있는 술과 저녁을 대접했다. 클락이 워낙 물가가 싼 곳이기에 100달러면 세 사람이 진탕 마시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영훈과 민섭의 돈으로 술을 산 것이나 다름없긴 했지만..
첫날부터 진탕 술을 마신 셋은 오전 내 잠에.. 아니 술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진혁은 술기운이 남아있는 가운데에서도 아침부터 눈이 자동적으로 떠졌고 다시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기만 해도 머릿속에서는 블랙잭 판이 아른거렸다. 흡사 예전에 당구에 빠져있을 무렵, 눈만 감으면 당구대가 아른 거리는 그때가 생각이 나서 혼자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잠을 청해보았다.
점심때가 되어도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친구들을 진혁은 억지로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2월이라는 날짜가 무색하게 클락의 날씨는 매우 더웠다. 여전히 술이 덜 깬 상태의 친구들을 이끌고 진혁은 근처 필리핀식 쌀국수 집으로 데려가서 해장을 시켰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던 진혁은 친구들이 자는 사이 1층 프런트에 내려와서 근처 쌀국수 집의 정보를 이미 파악해 놓았었다.
해장을 마친 셋은 빠르게 외출 준비를 하고 다시 카지노로 향했다. 카지노로 향하는 길에 진혁은 친구들에게 어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단단히 규칙을 숙지시켰다. 어제 진혁의 말을 듣지 않아 낭패를 경험한 영훈과 민섭은 진혁의 말에 철저히 따라 보기로 다짐했다.
규칙 1. 어느 정도 돈을 따고 있을 때 흐름이 꺾이는 순간 미련 없이 테이블을 옮긴다.
규칙 2. 딜러에게 연속으로 강한 패가 나올 경우, 흐름이 꺾이도록 변칙 베팅을 한다.
규칙 3. 그래도 흐름이 꺾이지 않을 경우, 과감하게 테이블을 이동한다.
규칙 4. 딴 돈이라고 쉽게 베팅하지 말고, 자투리 돈이라도 소중히 관리한다.
전 날과 마찬가지로 셋 모두 100달러로 게임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딜러를 만나 3판 연속 딜러에게 패했다. 세 사람의 카드도 대부분 나쁘지 않았으나 딜러의 카드가 3연속 19 이상을 맞추면서 석패했다. 진혁은 친구들에게 싸인을 주었고, 영훈과 민섭은 기다렸다는 듯이 변칙 베팅을 시작했다.
일단 변칙 베팅 작전은 1차 성공을 한 셈이다. 만약 원래대로 1인 1 베팅을 했다면 네 번째 카드인 K♥︎가 딜러에게 갈 뻔했는데 1인 2 베팅을 하는 바람에 딜러에게 6♣︎라는 최악의 카드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영훈과 민섭은 진혁을 바라보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하지만 진혁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딜러의 기세가 초반부터 매우 거셌기 때문에 어떻게 끝이 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진혁은 각각 18과 17로 스테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딜러의 카드가 6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으나 진혁에게는 기회가 오질 않았다. 한편으로는 딜러의 기운이 세기 때문에 이대로 스테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훈은 18이 완성된 두 번째 카드는 스테이를 하고 8♠︎, 8♥︎ 페어가 된 카드를 스플릿 했다. 다행히 9♣︎와 A♣︎가 떨어지며 각각 17과 19로 나름 안정적인 카드로 마감되었다. 민섭의 카드는 각각 9와 11이었기에 두 패 모두 더블 다운을 시도했고, 다행히 Q♥︎와 8♥︎가 떨어지면서 각각 19를 기록했다. 세 명의 카드는 일단 매우 성공적으로 최소 17 이상의 카드가 되었고 딜러에게 그림(10, J, Q, K) 두장이 떨어지길 기도했다. 기대해 볼만 한 이유가 있는 게, 마지막 4장 중에 1장만이 그림이고 바닥에 그림이 많지 않아 확률적으로는 딜러가 Bust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모두 숨죽이며 딜러의 카드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딜러에게 그림이 아닌 A♠︎가 떨어지며 최종 17로 마감되었다. 그래도 총 7개의 베팅 중에 5개가 이기고, 2개가 비겼으니 초반 딜러의 강력한 상승 기운을 변칙 베팅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진혁은 적절한 타이밍에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만 해도 훌륭한 수확이라고 생각하며 친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하지만 그것은 한 번의 성공일 뿐이기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기본 베팅으로 돌아가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 판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1~2 베팅을 하면서 흐름이 딜러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교란했고 결과적으로 1시간이 지날 무렵 각각 100달러의 원금은 영훈 170달러, 민섭 220달러, 진혁 190달러를 기록했다.
진혁이 전날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멈추고 테이블에서 일어나자 친구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칩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왜 분위기 좋은데 좀 더 하지? 어제처럼.."
"ㅋㅋㅋ 야 어제처럼 또 다 잃으라고?"
"잘 생각했어. 일단 이기고 있을 때 한 번 일어나서 확정 수익으로 만들고 나서 잠깐 쉬었다가 다른 테이블 가서 100달러 본전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넵! 형님 말씀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일동 차렷! 형님께 대하여 경롓!
"(영훈, 민섭 동시에) 충성!"
"닭살스럽게 왜들 이래. 나도 이론으로만 아는 거지 실전은 오늘이 두 번째인데 ㅋㅋㅋ"
"난 그래도 여기 클락 카지노밥 먹은 지가 좀 되는데,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서 원래 그런 줄 알았거든. 근데, 니 말을 듣고 보니까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거 같더라고. 이기는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ㅋㅋㅋ 맞지. 카지노를 재미로 하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이기고 가는 게 기분도 좋고 돈도 생기고 좋은 거잖아. 우리 잠깐 쉬었다가 다른 테이블로 가보자."
게임을 멈추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카지노 안에는 블랙잭 외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슬롯머신, 스크린경마, 룰렛, 다이사이(주사위), 바카라 등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어를 유혹하고 있었다. 진혁은 인터넷으로만 보던 게임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너네 바카라 해본 적 있어?"
(다음 편에 계속...)
PS : 개인적으로 일이 생겨 9화의 연재가 조금 늦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착실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