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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Aug 18. 2024

[본격 홀덤 소설] 파이널 테이블 #10

#10. 바카라, 그 단순하고도 심오한 세계

진혁은 클락에 오기 전 카지노에 대해 이론적으로 많이 공부를 했었다. 또한 오래전부터 카지노에 관한 소설을 많이 읽어온 터라 첫 방문이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그중에서도 진혁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의 소설 <도박사>라는 소설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었다. 대부분 카지노 관련 소설이 화려한 승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도박사>라는 작품은 카지노의 바카라 플레이어의 심리와 내면의 갈등과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철학을 깊게 파해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유명 바둑기사이자 포커 플레이어인 차민수의 인생을 그린 소설 <올인>이라는 작품도 화려한 승부와 더불어 프로 포커 플레이어의 인생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진혁에게 많은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 

도박사의 내면을 그린 김진명의 <도박사>와 훗날 이병헌, 송혜교 주연의 인기 드라마로 재탄생한 <올인>

둘째 날 성공적인 첫 타임을 끝내고 잠시 쉬는 동안에 카지노 주위를 둘러보던 진혁은 수많은 게임들 가운데서 바카라 게임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진혁이 책과 인터넷을 통해 배운 바카라는 블랙잭에 비해 훨씬 단순했다. 플레이어와 뱅커 2개의 패 중 누가 이기는지를 맞추는 게임이다. 방식은 조금 다르겠지만 결국은 홀짝 게임이나 동전 던지기와 다를 게 없었다.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게임에 전 세계의 바카라 플레이어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이 울면서 끝나긴 하지만..) 특히 바카라 사랑에 관해선 중국인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열광적이다. 클락의 카지노 안에도 바카라 테이블엔 중국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난 아직 바카라는 해본 적이 없어. 저거 그냥 홀짝 게임인데 재미있을까?"

바카라를 해본 적 있냐는 진혁의 질문에 영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재미가 없는데 저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하겠어? 뭔가 우리가 모르는 매력이 있겠지. ㅋㅋ"

"그런가? 아무리 봐도 50% 확률에 저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하는 이유가 뭘까? 몇 번 뒤에서 지켜봤는데 게임의 룰도 너무 어렵고 복잡하던데..."

"맞아. 베팅은 플레이어 혹은 뱅커 둘 중 하나이지만 카드를 나눠주는 방식이 엄청 복잡하더라고.."


바카라는 플레이어와 뱅커에게 각각 2장의 카드를 나눠주고 카드의 합이 '9'에 가까운 쪽이 승리하는 지극히 단순한 게임이다. 다만 처음 2장의 카드의 합이 '9' 혹은 '8'일 경우 내추럴이라고 해서 2장만으로 바로 승부가 끝이 나지만 양쪽 모두 '7'이하일 경우에는 조건에 따라 한 장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단, 카드의 합이 7:6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승부가 종료된다) 바카라는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와 '뱅커'의 50:50 싸움이지만 '타이'로 비기는 경우도 있고, '뱅커'가 6으로 이길 경우에는 베팅 금액의 50%만 주는 식으로 카지노의 커미션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진혁은 클락에 오기 전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해보았지만 규칙자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기에 큰 원칙 정도만 머리에 입력하고 나중에 실전으로 해보면서 익혀가리라 생각했었다. 막상 카지노에 와보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바카라 테이블에 몰입해 있어서 자리에 앉아 베팅할 엄두가 나질 않아 우선 바카라 테이블 옆에 서서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를 슬며시 구경을 했다. 


플-뱅-뱅-플-뱅-뱅-플-뱅-뱅. 현재까지 9판이 진행된 바카라 테이블의 기록은 매우 규칙적인 패턴을 보였다. 진혁은 바카라를 잘 모르지만 다음 카드는 규칙에 따라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쪽에 마음속 베팅을 해보았다.

결과는 플레이어 8 VS 뱅커 3으로 플레이어가 깔끔하게 내추럴로 승리를 거두었다. 즉 규칙이 연장되었다는 뜻이다. 바카라는 대체로 규칙을 따라가야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전해졌다. 물론 앞의 결과와 관계없이 언제나 승률은 똑같기에 말도 안 되는 미신이었다. 하지만 규칙과 반대로 베팅하다 패가망신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급적' 규칙을 따르는 편이다. 


그런 규칙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뱅커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바카라의 보드판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데, 일단 n이 무한대로 갈 때, 결국 확률은 50%(타이 제외)에 수렴하므로 사실 확률적으로 본다면 또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진혁은 바카라가 처음이기에 일단 이번에도 규칙을 따라 가상 베팅을 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역시 플레이어 6 VS 뱅커 7로 뱅커가 승리를 거두었다. 또 한 번 규칙은 이어졌다. 이쯤 되면 바카라는 뱅커와 플레이어의 싸움이 아니라 규칙과 확률의 싸움이라고 진혁은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언제라도 50%인 확률이기에 누가 승리한다 해도 그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분석이라고도 생각했다. 이처럼 고작 2판을 지켜봤을 뿐인데 진혁의 머리는 이성과 공상을 끊임없이 오가며 규칙주의자가 되기도, 확률주의자가 되기도,  분석 무용론자가 되기도, 분석 옹호론자가 되기도 하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아.. 이래서 바카라가 단순하지만 복잡하고 심오하다는 말을 하는 거구나..'


블랙잭은 사실 룰은 바카라보다 복잡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그렇게 머리를 많이 쓸 필요가 없다. 그냥 거의 공식대로만 플레이하면 초보자들도 금방 적응을 할 수 있는데, 바카라는 매 게임마다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에 생각을 해야 하는 게임이다. 진혁은 우선 섣불리 바카라에 접근할 게 아니라 두어 시간 정도 더 친구들과 블랙잭을 즐기다가, 집에 가기 전에 바카라를 꼭 경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남기며 다시 블랙잭 테이블로 향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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