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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Oct 20. 2024

[본격 홀덤 소설] 파이널 테이블 #14

#14. 승리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카지노 첫날의 아픔을 뒤로한 채, 둘째 날에는 세명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금액도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모두 첫날 잃었던 비용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이겼다. 영훈과 민섭은 활짝 웃고 있었다. 가진 돈이 딱 200달러뿐이었는데, 첫날 50~60달러 이상 따고 있다가 순식간에 100달러를 잃었을 때 그 좌절감이란.. 그렇게 남은 100달러 마저 잃었다면 남은 기간 동안 구경만 하다 가거나 삼촌의 호텔에서 알바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셈이다.  


카지노에서 이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 좋게 이겼다 하더라도 금세 그 이상으로 토해내도록 설계된 곳이 바로 카지노이다. 첫날의 패배 이후 유일한 위너인 진혁이 사주는 술을 마시며 들었던 말을 잘 새겨듣고 그대로 실천했더니 이런 멋진 결과가 나왔다. 이기는 습관(winning habit)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훈은 그 많은 경험을 통해서 알지 못했다.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냥 이기던 지던 게임 하듯이 해왔던 지난날이 매우 부끄러워졌다. 카지노에 처음 온다는 진혁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영훈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평소엔 자기가 항상 친구들 사이에서 대장이라고 생각했던 영훈은 카지노에서만큼은 진혁의 아우라에 범접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매우 든든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아무튼 셋은 그날의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저녁을 먹고 호텔 라운지 바에서 축배를 들었으나 내일의 승부를 위해 최대한 절제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셋째 날이 밝아오자 진혁은 영훈과 민섭을 일찌감치 깨웠다.


"으.. 몇 시야? 잉? 8시? 이렇게 일찍부터 카지노 가려고?"

"아니 카지노 가기 전에 다 같이 운동하러 가자."

"우.. 운동? 아니 갑자기 무슨 운동이야."

"카지노에서 이길 확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체력이 중요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야."

"야, 너네 어제 오후에 어땠는지 말해줄까? 3시쯤부터 눈이 살짝 풀려가지고는 엉뚱한 베팅을 하질 않나, 무리하게 스플릿이나 더블 해서 다 이긴 판을 헌납하질 않나. 그전에 조금 벌어 놓은 게 있어서 다행이지 너네 그렇게 한 시간만 더 했으면 또 첫날처럼 오링날 뻔했다고. 알아?"

"그.. 그게 그냥 전날 술 마셔서 그런 거지.."

"오늘 하루 운동한다고 달라질 건 없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게임을 하려면 무조건 운동, 체력이 필수야 필수. 자자, 빨리 대충 챙겨 입고 동네 한 바퀴만 뛰고 오자."

"아.. 알았어. 잠깐만.."


진혁의 재촉에 잠이 덜 깬 영훈과 민섭은 주섬주섬 벗어 놓은 옷을 입고 진혁을 따라나섰다. 간단하게 한 바퀴만 돌자던 진혁은 벌써 3km가 넘게 달리고 있었다.


"자, 이제 반환점 다 도착해 가니까 조금만 힘내자."

"야이.. 미친놈아. 간단하게 동네 한 바퀴 한다며."

"어, 지금 이 동네에서 가장 짧은 코스 산책길로 가는 거야. 잔말 말고 빨리 따라와."


인근 공원에 도착한 셋은 거친 숨을 달래며 스트레칭과 맨손 체조를 했다. 영훈과 민섭은 영문도 모른 채 진혁이 하라는 대로 15분 동안이나 체조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하다 보니 나름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얼른 씻고 출전 준비해야지! 가자!"

"야야, 잠깐 안 쉬고 또 바로 달려?"

"뭔 소리야, 방금 체조하면서 쉬었잖아. 뭘 또 쉬어 쉬긴. 일분일초가 아까운데 빨리 가자. 카지노가 우리를 기다리신다! go go!"

"아, 저 또라이 새끼 진짜.. 쟤 원래 저런 놈이었어?"

"나도 모르지. 같이 여행 와본 게 처음인데.. 카지노 오더니 애가 헤까닥 돌아버린 건가? 휴 힘들어.."

"말하면서 뛰면 더 힘들다. 입 다물고 뛰어! go go!"




속소에 도착하자마자 깨끗이 샤워를 하고 만반의 출전 준비를 한 채 늦은 조식을 먹으러 로비로 내려왔다. 


"밥 너무 많이 먹지 마. 그리고 기왕이면 고기와 야채를 위주로 먹고, 탄수화물은 최대한 적게 먹어."

"야, 이제 밥 먹는 거 까지 관리하는 거야?"

"당연하지. 단 한 개라도 승리의 조건들을 높여야지. 탄수화물 많이 먹으면 자꾸 졸립고 피곤해진다고. 그럼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지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ㅎㅎㅎ"

"맞는 말이라 반박은 못하겠지만, 야.. 이거 매니저가 너무 빡빡하구만.."


3일 차 카지노도 모두 100달러씩의 본전을 가지고 시작했다. 현재까지 진혁은 총 250달러를 벌었고 그중 50달러를 술값으로 사용해서 현재 20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영훈은 전날의 수익으로 약 20-30달러의 수익을, 민섭은 거의 본전 상태로 3일 차 게임에 임했다. 


3일 차에 영훈과 민섭은 진혁의 작전대로 테이블을 수시로 옮겨 다니며 플레이를 했다. 50달러 정도를 땄을 때 과감하게 일어나고, 또 20-30달러를 연속 잃었을 때도 일어나는 식으로 야금야금 수익을 올리면서 카지노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진혁이 없어도 영훈과 민섭은 서로 티키타카 해가며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진혁은 블랙잭과 바카라를 오가면서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 2시간 만에 목표했던 100달러를 채웠다. 영훈과 민섭은 3시간이 돼서야 각각 70달러와 80달러를 땄고 오전 게임을 마감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오후 게임을 위해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의 휴식 시간을 갖고 다시 카지노로 입성을 했다. 여전히 각각 100달러를 가지고 시작을 했고, 오후에는 오전보다 훨씬 타이트하게 게임을 운영하여 3시간 만에 130달러, 150달러, 180달러를 벌었다. 오전과 오후 합쳐서 진혁은 230달러, 영훈은 220달러, 민섭은 260달러를 이기면서 게임을 마쳤다. 이틀에 걸쳐 돈을 딴 영훈과 민섭은 점점 진혁의 말이 조금씩 이해가 가면서도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 


"야, 다들 고생했다. 오늘.. 오후 타임에는 나보다 다들 위너네. ㅎㅎㅎ 기특한데?"

"그러게 니가 알려준 대로 운동하고, 알려준 대로 먹고, 알려준 대로 게임하니까 신기하게 계속 이기네.. ㅋㅋ"

"단순히 게임하는 게 아니라 자꾸 이기니까 더 재밌는 거 같아 진짜. 신기해.."

"나도 카지노는 처음이지만 그래도 이럴 때 또 조심해야 하는 거 다들 잘 알지? 바람 들어가면 안 된다."

"당연하지! 호랑이 선생님이 옆에서 지켜보는데 어깨에 뽕 들어가면 안 되지. 그럼 그럼.."


그렇게 오후 게임까지 승리로 장식한 셋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첫날의 상처는 이제 다 잊어버린 듯했다. 진혁은 그런 친구들이 약간은 걱정되었지만 자신이 옆에서 잘 지켜보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오케이 옆에서 잘 감시할게. 야 근데 오늘 저녁에 홀덤바에 한 번 가볼래?"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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