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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Oct 27. 2024

[본격 홀덤 소설] 파이널 테이블 #15

#15. 터져 나온 설움

진혁의 제안에 다들 눈이 번쩍 뜨였다. 홀덤이라는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족보는 친구들끼리 늘 하던 세븐오디와 다를 바 없었지만, 게임의 방식이 세븐 오디와는 조금 달랐다. 홀덤의 경우는 각 플레이어들에게 2장의 카드가 주어지고, 가운데 공통의 카드 5장이 순차적으로 깔리면서 총 7장으로 플레이어 간 승부를 보는 방식이었다. 진혁도 살면서 단 한 번도 홀덤이라는 것을 해본 적은 없었으나 워낙 각종 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여러 정보들을 통해서 대략 돌아가는 흐름은 알고 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숙소로 돌아와서 진혁은 민섭과 영훈에게 홀덤에 대한 실전 훈련을 시켜주었다. 


수십 판의 연습을 거친 후에 어렴풋하게나마 홀덤의 돌아가는 방식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사설 홀덤바로 향했다. 셋은 오늘 딴 돈 중 100달러씩만 가볍게 체험해 보고 오기로 하고 딱 100달러만 들고 왔다. 홀덤바에서 가장 미니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주워들은 건 있어가지고 같은 일행인 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각각 따로 입장하여, 테이블에도 시간차를 두고 앉았다.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난 3일간 카지노에서 이미 블랙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지만, 홀덤의 경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이라 세 사람 모두 엄청나게 긴장이 되었다. 더구나 기존 블랙잭이나 바카라는 사실 영어가 짧아도 크게 불편한 것이 없었는데, 홀덤은 대부분의 대화를 영어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 긴장감은 2~3배로 커졌다. 그렇게 인생 첫 홀덤의 카드가 세 사람에게 주어졌다. 



아무리 홀덤이 처음이라고 해도 이 정도 패가 비전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쉽지만 셋 모두 첫 베팅에서 모두 폴드를 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구경했다. 진혁은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베팅하는 순서, 방식, 그리고 구사하는 언어 등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혁을 포함하여 세 사람은 정말 괜찮은 핸드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기로 했기에 거듭해서 폴드를 하며 분위기를 살폈다.  


그렇게 여러 판이 지나가고 진혁과 민섭이 동시에 림프인(아무도 베팅 없이 빅블라인드에 콜)하며 처음으로 플랍(바닥에 깔리는 공통패 3장)을 보게 되었다. 진혁은 A♥︎, 10♣︎을 민섭은 J♣︎J♠︎들 들고 있는 상황이었고 당연하게도 서로는 서로의 패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첫 플랍 3장이 바닥에 깔렸고, 진혁과 민섭 모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진혁의 입장에서는 탑 페어가 맞았으니 상당히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민섭은 숨겨진 J 파켓을 들고 있었으므로 10 탑페어를 맞춘 사람이 있다면 역으로 감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각자의 동상이몽을 하며 턴 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Q♠︎. J 파켓을 들고 있는 민섭으로서는 상당히 안 좋은 카드가 나온 셈이다. 누군가 Q 한 장을 들고 있다면 완전히 불리해지는 상황이 되었으니 이번 턴에서는 다소 소극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9-10-J-Q 스트레이트 양차가 있어 약간의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 홀덤에 많은 경험이 없던지라 조심스러웠다. 진혁 역시도 탑페어를 맞춘 상황이지만 Q♠︎의 등장으로 자신의 카드에 자신감이 확 떨어져 체크를 외쳤고, 민섭 역시 체크 콜을 불렀다. 그러자 현지인 P가 소소하게 베팅을 했고, 두 사람 모두 소심하게 콜을 받았다. 



마지막 리버 카드에서 8♣︎이 나오면서 민섭의 카드는 스트레이트가 되었다. 바닥에는 10-9-9-Q-8로 누군가 J, K를 들고 있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자신의 승리 혹은 무승부가 되는 상황이었다. 민섭은 지금까지의 베팅을 봤을 때 누군가 J와 K를 들고 있었다면 이미 메이드 상황이기 때문에 분명히 레이스를 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진혁의 경우 10 투페어로 마감되어 또다시 체크를 외쳤고, 민섭 역시 상대의 블러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일단 체크를 불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P는 올인을 외쳤고, 진혁은 고민도 없이 폴드, 민섭은 숨도 안 쉬고 콜을 부르고 상대방의 카드가 오픈되길 기다렸다.


민섭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의 카드를 던지며 쌓여있던 칩을 가져왔다. 자신의 칩이 적었기에 아주 큰 팟은 아니었으나 처음으로 홀덤에서 승리를 한 것과 진혁을 상대로 거둔 값진 승리였기에 감개가 무량하였다. 사실 카지노에서 돈을 따게 된 것, 얼떨결에 홀덤바에 와서 첫 승리를 거두게 된 것 모두 진혁의 덕이었지만 왠지 그 순간 민섭은 진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진혁의 그늘에 가려 있던 설움이 터져 나온 것이리라..


그 마음을 전혀 모르는 진혁과 영훈은 민섭의 첫 승리에 축하의 말을 전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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