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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록 Aug 23. 2021

나다운 삶을 살고 싶었던 에디터의 기록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하며 얻은 3가지 깨달음

지난 글에서 말했듯 난 호텔관광경영을 전공하다가 3학년 때 에디터라는 꿈이 생겼다. 조금 더 정확히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며 나답게 성장해나가는 것이 내 새로운 꿈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난 아직 에디터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에디터가 되려면 무슨 준비가 필요한지도 몰랐고, 나답게 성장하는 삶의 전제조건인 '나'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라는 사람,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부터
정확히 이해해야겠다.



그래서 일단 휴학을 신청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간 학교 생활은 접어두고, 나와 내 꿈에 대한 깊은 사색˙탐구의 시간을 갖기로 다짐했다. 오늘의 글은 내가 그 선택을 통해 얻은 3가지 깨달음에 대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그때의 난 어떤 사람이었는지 짧게 적어볼까 한다.



나는  당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다. 그래서 내가 맺고 있던 대부분의 관계에 솔직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내가 나의 진심을 말하게 되면 상대가 혹시 상처 받을까 봐, 그래서 그 사람이 나에게 실망할까 봐, 그게 우리 관계를 망칠까 봐, 결과적으로는 내가 상처 받을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자라오면서 나도 모르는 틀이나 방어막을 몇 겹씩이나 만들었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 누군가 실망할 게 뻔한 나의 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가리고 숨기는 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2018년 10월 29일의 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기도 했다.


싫은  싫다고, 좋은  좋다고 말하는  나는  그리 어려울까? 화가 나도, 짜증이 나도 꾹꾹 눌러내기 바쁘다. 상대방에게 뭔가를 하자고 제안하기  '하기 싫은데 미안해서 알았다고 하면 어쩌지?' 걱정하고,  먹다가도 ' 사람이 맛 없는데 억지로 먹나?' 눈치를 본다.


내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자존감이 낮은 시기였다.  도대체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는 걸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걸까. 궁금하지만 알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나다운 삶을 살고자 다짐한 이상,  내면과 마주하는 것을  이상 피할 수는 없었다.





1. 솔직함도 근육처럼 쓸수록 단련된다

-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나에게 귀 기울이는 방법



일단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요즘의 고민거리, 망설이고 있는 , 어제 있었던 좋은 , 감사했던 순간, 화가 났던 상황  그냥  모조리 적었다. 유일한 원칙이 있다면 '오늘 내가   있는 최대한으로 솔직할 '.


처음에는 날 것의 감정이나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서운한 마음부터 드는 내가 오히려 나쁘게 느껴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어떤 감정도 좋고 나쁨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것들일 뿐임을 받아들이게 됐다. 쓰면 쓸수록 점점 감정 그 자체보다는, 그것들이 생겨나는 이유에 귀를 기울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향해 질문도 던지기 시작했다.


일기 쓰기가 내 마음의 벽에 균열을 내는 행위였다면, 질문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뭘 좋아하지? 어떤 시간을 보낼 때 행복을 느끼지? 내게 성취감을 주는 건 뭐고, 내 삶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일까?


나에 대해 어렴풋이 추측만 했던 사실, 혹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 질문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내가 나의 언어로 나를 정의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2. 매력적인 콘텐츠는 매력적인 관점에서 나온다

- 느리지만 확실히, 관점과 안목을 기르는 방법


컨셉진 에디터스쿨 (現 에디터 캠프)


일기와 질문을 통해 나와 친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다. 제일 먼저, 컨셉진의 에디터스쿨을 들었다. 5주에 걸쳐 기사 기획하는 법, 촬영의 기본, 실전 인터뷰,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등 에디터의 실무 전반을 배웠다. 하지만 그 모든 회차를 통틀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에디터에게는
유려한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매력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더 '있어 보이게 쓸까' 고민할 시간에, 나만의 관점을 기르기 위해 노력할 것. 매력적인 에디터로 성장하고 싶다면, 나만의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싶다면 일단 스스로 생각하는 힘부터 길러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살아온 나도 과연 가능할까? 가능했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나의 관점과 안목을 길러주었던 습관 3가지를 소개한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기록하기

2019년의 내가 남겼던 카페투어 기록


카페 하나를 가더라도 아주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발견할 수 있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향이 났고, 어떤 노래가 흘러나왔으며, 커피 맛은 어땠고, 의자는 어떤 모양이었는가? 구석구석 발견하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보는 습관은 관찰력과 안목, 거기에 감각을 자극하는 생생한 표현력까지 길러준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색다른 영감을 찾고, 관점을 기를 수 있다. 오감을 활짝 열고, 관심을 기울인다면 말이다.



잡지나 책 읽기

잡지를 읽으러 자주 방문했던 합정 종이잡지클럽


독서 역시 관점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단 여기서의 독서는 책에서 말하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읽기'가 아니다. 질문도 던지고 의심도 해보며 저자의 생각 위에 내 생각의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적극적인 읽기'를 의미한다.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가지 방식과 관점으로 풀어내는 잡지는 한 권으로도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더더욱 추천한다. 매력적인 브랜드, 트렌디한 공간 등에 대해 안목이 높아지는 것은 덤이다.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해보기

UE11 워크숍 부스에 참여해 독립출판을 경험했다
라이프코치 하이디님과 함께 티셔츠를 디자인해보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큼 내 세계를 확장시키는 건 없다. 나도 책 몇 권을 읽은 것보다, UE11 워크숍에 참여하며 난생처음 인디자인을 만져보고, 인쇄소에 방문하고, 홍보도 판매도 직접 해보면서 독립출판에 대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 힘으로 책임져보면서 실패도, 성공도 온전히 겪어본 사람의 글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글과 깊이부터가 다르다. 시행착오로부터 얻은 깨달음은 분명 어디 가지 않고, 우리 안에 선명히 남기 때문이다.






3. 우리에게는 자신만의 방향과 속도가 있다

- 작고 큰 실패 속에서도 스스로 일어서는 법


라이프코치 하이디님의 타임디자인 수업


나,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나의 하루, 한 주, 한 달, 한 해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건 '시간관리 습관'이었다.


사실 예전에는 시간관리가 초 단위의 숨 막히는 계획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타임디자인 수업을 듣고 진정한 시간관리는 내 삶의 우선순위에 맞게 나만의 균형을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이 습관을 통해 만든 변화는 다음과 같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에게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의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해내려고 애쓴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성장에 대한 의지가 나를 삼켜서, 쉬지도 않고 빡센 일정만 소화하다가 탈이 난 적.


이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내 우선순위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으나,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어떤 걸 해야 하는지보다 어떤 걸 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법임을 시간관리 습관을 통해 깨닫게 됐다.



나만의 방향과 속도를 받아들이게 됐다.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다가도, SNS 속에 대단한 사람들의 대단한 이야기를 읽으면 언제나 쭈구리가 됐다. '이 사람은 끝도 모르고 나아가는데, 나는 왜 멈춰 있을까?' 답답했다.


그러나 시간관리를 배우며 익힌 피드백(회고) 습관은 타인과 내가 아닌, 1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는 언제나 과거의 나보다 반 발짝은 나아져 있었고, 그건 내가 절대 멈춰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방향과 속도가 있다는 것. 그건 시간관리가 나에게 가르쳐준 미덕이다.






Epilogue.



이 글을 쓰기 위해 약 3년 전의 기록, 창작물들을 다시 들춰봐야 했다. 그건 많은 생각을 일으켰다. ─ 이때는 에디터의 '에'자도 몰랐구나(여전히 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열심히 똥을 만들어댔구나! 그럼에도 정말 치열했네, 이때처럼 순수하게 진심일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정말 나를 사랑하기 위해 애썼구나.

.

.


눈에 보이는 성장이 미미하고, 나조차 나를 믿을 수 없던 때에도 내가 계속했던, 계속해야만 했던 이유. 그건 나다운 삶에 대한 갈증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한 발버둥 때문이었음을 깨닫고 과거의 내게 꼭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설프더라도, 삽질처럼 느껴지더라도 지금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자. 천둥이 치고, 비가 와도 꿋꿋이 살아남는 열매가 되자. 지금 이 고통이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을 더 단단히 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함께 걸어가자.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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