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힘이 들지만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법
힘들 때는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렵다.
힘들 때는 쉬는 게 맞다.
하지만 늘상 힘든 게 지속된다면
그건 마음의 문제일 수 있다.
예전보다 편해진 삶의 방식, 편해지는 것에 익숙해질수록 힘든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점점 더 강해진다. 때로는 힘든 상황을 이겨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러한 힘든 상황 자체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느껴진다든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때가 그렇다. 뜻하지 않게 느껴지는 멘붕과 불안함은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을 어둡게 만든다. 누구나 느끼기에 편안하고 좋은 장소일지언정 마음이 무너지고 힘들다면 그 장소는 벗어나고 싶은 곳이 된다.
어느 곳에 있든지 간에 마음이 편해야 한다. 마음이 편한 곳이 곧 내가 머물러도 괜찮은 곳이다. 잠시만이라도 힘든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거나 낯선 사람과 짧은 만남을 가져보기도 한다. 마음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뭐든지 하려고 애쓴다. 그 순간만큼은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마음의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힘든 마음과 힘든 상황, 벗어나면 그것보다 자유로운 게 없다. 상황에 구애받거나 간섭받지 않는 그러한 순간들을 느끼며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이켜 보면 편안한 순간들보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삶은 원래 힘들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힘들지 않은 삶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서 삶이 힘들고 쉽지 않다는 걸 배우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고 스스로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힘이 들고 어렵지만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 그게 세상이고 삶이다.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다. 처음 시작하는 것들은 다 쉽지 않다. 하지만 계속 시도하다 보면 점차 나아진다.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같이 맞춰나가기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져간다.
힘든 순간들을 어떻게든 우회하거나 피해서 갈 수는 없다.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 상황이 어떻게 보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느낌이 항상 100% 맞는 것도 아닌데
낯선 것에 대한 부담감과 스스로 예상하는 고된 시나리오 때문에 기피하기만 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시도보다 포기를 더 권장하는 분위기가 도처에 깔려 있다. 어떻게 보면 뭔가를 시도하거나 지속적으로 공부를 한다는 게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특정한 생활 패턴에 익숙해져서 어느 정도 안정을 잡으려고 하는데 반해 오히려 나이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뭔가를 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힘든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의 부담감과 부정적인 감정을 알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다.
포기가 지름길이 아니다. 포기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좋은 기회가 오거나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제일 먼저 포기부터 떠올릴 것이다. 취업, 연애, 사랑, 결혼, 출산, 집을 포기하는 게 당연한 시대의 분위기 때문인지 포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포기하면 마음이 편하다. 더 이상 뭔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내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지고 내 생각대로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살아가기 위해 돈은 필요한데 일거리가 없으면 기본적인 일상도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공부를 통해 대체 뭘 배웠을까? 대학에 올라와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 대체 뭘 배웠던 걸까? 어쩌면 포기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닐까? SKY 출신도 취업하기 힘든 세상,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은 대학교 1학년도 취업 준비하느라 바쁘다. 동아리 활동? 그런 건 없다. 대학의 낭만은 과거의 얘기다. 물가도 올라서 끼니를 때우기도 쉽지 않다. 대학생, 직장인 할 거 없이 어떻게든 밥값을 아끼기 위한 긴축 재정에 더 집중한다.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것만 같다. 살기 힘든 세상, 회피와 포기는 내가 생각한 최고의 선택들이었고 그렇게 머리와 가슴에 품고 있던 꿈들을 버리기 시작한다. 그저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잘 챙겨먹고 온전한 직장 하나만 있으면 땡큐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연명하고 또 연명했다.
'포기하면 그만이다'는 식의 철학은 참으로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게 삶의 모토가 되어선 안 된다. 특히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일 때 그런 생각과 가치관에 잠식되면 스스로를 비관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자신이 만든 우물과 한계에 갇힐 수 있다.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나이 되도록 도대체 뭘했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부족한 모습도, 볼품없는 모습도
결국 내가 마음 먹기에 달렸기에.
힘들어서 포기하면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후회가 남을 때도 있다. 왜 후회가 남을까? 더 잘할 수도, 더 개선할 수도 있다는 마음에서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힘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여지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자동적으로 후회라는 단어를 마음으로 느낀다. 어쨌든 힘든 상황은 누구나 겪는다. 낯선 일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의 불안감과 부담감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게 당연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힘들다고 생각하는 시간만 더 지속될 뿐이다. 역으로 그 힘든 순간이 단순히 외부의 상황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것인지를 되돌아보는 것도 힘든 상황을 지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힘든 상황은 언제든지 찾아온다. 정해진 날짜도, 시간도 없다. 새해여서 그런지 꽃길만 걸으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솔직히 꽃길만 걷기란 불가능하다. 오히려 요즘은 꽃길보다는 '포기하는 길'을 걷기가 더 쉽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포기하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아닐까 싶다. 나는 오히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닌 '도전하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20대, 30대는 직접 몸과 마음으로 부딪히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야 하는데 오히려 포기에 익숙한 젊은 날의 초상만 많아지는 것을 보고 싶진 않다. 힘들어도 일어서야 한다. 일어설 수 있다. 한때 나도 공백기가 길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일상을 보내고 있다.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 학창시절, 무작정 좋은 대학과 취업을 위해 공부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공부는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니었다. 왜 공부를 하는가? 스스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낯설고 부담스러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다. 기계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계획적이고 익숙한 상황이 아닌 낯설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접한 공부와 업무가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지도 모른다.
힘들면 힘들다고 느낄 게 아니라 거기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과 분위기는 결국 잘못된 방향으로 나를 이끌 뿐 거기서 얻는 건 아무 것도 없다.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면서 삶의 흐름과 방향도 더 명확해지는 것이다. 나아가야 한다. 자신의 부정적인 그림자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과거의 실수나 트라우마, 현실적인 상황으로 힘든 상황을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힘들어도 일어서야 한다. 그게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