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현 Apr 15. 2019

아이스크림 할인판매의 비밀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서 1개에 700원 하는 아이스크림을 7개에는 3천 원에 판매했던 적이 있었다.


아내는 집에서 놀고 있던 우리 아이들과 그들의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며 현금 3천 원을 쥐어 주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신나게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아이들은 울상이 되어 돌아와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아이스크림 4개와 거스름돈 200원이 들려져 있었다. 다섯 명의 아이 중 하나가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아들 녀석이 1개에 700원 하는 아이스크림 5개를 판매대에 올려놓자, 판매원은 자연스럽게 ‘3,500원’을 카운터 표시창에 띄워 올렸고, 아들 녀석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돈은 ‘3,000원’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1개를 다시 냉장고에 가져다 놓았다. 결국 아이스크림은 4개밖에 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내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7개를 사 오면 5명의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고 남은 두 개는 자신과 남편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을 깨닫고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정해 놓은 규칙은 간단했다. 아이스크림을 1개 사는 사람에게는 700원을 부과하고, 7개를 한꺼번에 사는 사람에게는 총 3,000 원으로 할인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아이스크림 5개를 사려는 아이들에게 개당 700원으로 계산해 3,500 원을 요구한 판매원의 행동은 잘못한 것이 전혀 없었다. 마치 공무원처럼 그들이 만든 규칙을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니 말이다.


내 아들 녀석 역시 그들이 정해 놓은 규칙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니 잘못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판매원이 ‘3,000원이면 7개를 살 수 있는데 왜 저 녀석들은 5명이 와서 비슷한 돈으로 4개만 사 가는 걸까?’ 하는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친절한 의문을 제기했더라면 이와 같은 문제가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들 녀석은 잘못은 전혀 없었지만 똑똑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녀석이 친구를 위해 아이스크림 저장고에서 1개를 훔쳐내어 다섯 명의 아이들이 모두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면 그것은 ‘탈세’와도 같은 ‘범법 행위’였겠지만, 아이스크림 2개를 더 사서 7개를 만들었다면, 점원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카운터의 표시기에 ‘3,000 원’을 띄워 올렸을 것이다.


이는 바로 ‘절세’에 해당한다.     

    

아내로부터 이 사건을 전해 들은 나는 시간적 여유가 넘쳤기에 좋은 경제 교육의 포인트라 생각하고는 아들 녀석의 손을 잡고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나는 아들 녀석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4개가 든 봉지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는 환불을 요구했다.


환불 처리가 완료되자, 나는 아이스크림 저장고에서 아이스크림 3개를 더 들고 와서는 200원을 내밀었다.


나에게 환불해 줄 2,800 원을 준비하고 있던 점원은 아이스크림이 3개나 더 늘었는데도 추가로 받은 돈은 2,100 원이 아닌 200 원뿐이라는 사실에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아이스크림 냉장고 위해 붙여 놓은 ‘7개에 3,000 원’이라는 안내 문구를 확인하고는 아이스크림 7개를 봉지에 담아 주었다.    

 

정부가 정한 세법이나 규칙들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정한 규칙처럼 모든 경우와 모든 사람에게 완벽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토지보유세가 자동차 보유세의 7분의 1에 불과하다.’며 현행 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어느 지방 자치 단체장의 요구는 내 돈을 토지를 사는데 투자해야 하는지 자동차 구입에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 줄 뿐이다.


세금을 잘 내면 애국자고 절세를 하면 파렴치하다는 안일한 생각은 당신의 경제적 자유 달성을  어지  줄 뿐이다.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 브런치 위클리 메거진 연재를 마치며     


오늘의 위클리 메거진은 지난 20주 동안 진행했던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의 마지막 연재였습니다.     


그간 부족한 글에 공감을 해 주시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많은 독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사실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는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직 하고 싶은, 그리고 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연재가 끝나 아쉽게도 더 이상 글을 연재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아주 운 좋게도 또 다른 방법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가치 있고 재미있게 본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았고. 결국 계약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올 가을쯤 서점에서 책으로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 책이 나오기 전까지 또 다른 방법으로도 또 다른 ‘돈’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해 드리며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oot    

 

그 동안 제 글을 좋아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전 19화 알뜰하고 꼼꼼한 정부의 재테크 노하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