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현 Apr 08. 2019

알뜰하고 꼼꼼한 정부의 재테크 노하우

인간에겐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 벤자민 플랭클린


한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만 했던 태토 코인 사건은 ‘돈의 흐름’에 대한 교훈을 주기는 했지만, 왜 이러한 문제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의문은 그대로 남겨둔 채,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한정된 태토 코인은 아이들의 노동의 대가로 계속 지출되고 있었지만 수입은 없다는 것이 내가 겪은 태토 코인 유동성 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다.     


나는 아이들로부터 태토 코인을 얻어낼 방법을 고안해 내기로 했다.


마치 정부가 우리에게 그렇게 하듯 일종의 세금 형태로 수입원을 만들어 내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은 교통 위반 범칙금을 내듯 동생과 싸웠을 때, 가해자는 태토 코인 10개, 피해자에게도 쌍방 과실의 책임을 물어 5개의 태토 코인을 부과했다.


상상해 보라!


지난주 내내 1개,  2개, 각종 귀찮은 심부름으로 어렵게 모아 놓은 태토 코인이 동생과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그것도 무려 10개씩이나 한 방에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계속 그렇게 싸우면, 태토 코인 10개야!”     


그 후, 태토 코인은 아이들의 다툼을 현격하게 줄이는데 톡톡한 효과를 보았다.


태토 코인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자 했던 본래의 목적은 오히려 부가적인 메리트로 느껴졌을 정도였다.    



정부는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화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다.


그들은 월급쟁이나 자영업자 같은 노예들에게는 물론, 사업가와 투자가 같은 돈의 주인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한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 돈을 벌더라도 정부가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버린다면 내 통장 잔고는 텅 비어 버릴 것이다.


내 아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오늘부터 이를 닦지 않고 자면 태토 코인 100만 개야!’라는 규칙 하나를 적용하기라도 한다면 아들 녀석이 10년 동안 모아 놓은 70만 원은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가 절대 그렇게 할 리가 없어.’라는 말은 ‘우리 아빠가 나에게 절대 그렇게 할 리가 없어.’라고 말하는 순진무구한 열 살짜리 아들 녀석이 할 만한 생각에 불과하다.


나는 태토 코인이 필요하다면 절대로 환전 수수료 따위를 아들 녀석에게 줄 생각이 없다.


그저 지키기 어려운 규칙 하나를 더 만들어 내거나, 태토 코인 1개였던 범칙금을 2개로 늘려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러한 생각에 잠겨 있을 무렵 TV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 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양도 중과세 부과와 보유세 인상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들은 내가 했던 행동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것은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금융뿐만이 아니라 정부의 생각과 움직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국가가 화폐 시스템을 이용해 나의 노동력을 손쉽게 사용했던 것처럼, 내가 가진 화폐를 다시 가져가는 것 역시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도덕적으로 깨끗하고자 노력하는 성실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돈을 위해 위법한 행동은 절대 하지 말자는 것이 나의 원칙 중 하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법에 대해서는 항상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방식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세금으로 따지자면 ‘탈세’는 안 되지만 ‘절세’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정해 놓은 정당한 세금을 내야지 그것을 왜 회피하려 하느냐?’는 질책을 하는 사람에게 나는 그가 정부를 100% 믿는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답해 주고 싶다.


정부가 만드는 제도들은 언제라도 실수가 가능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항상 옳은 방향일 수는 없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거래 규제를 하자, 오히려 집값이 더 올랐다든지 하는 사례들은 이를 방증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정부가 정해 놓은 규칙은 따르되, 틈이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 나의 경제적 이익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이전 18화 돈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