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카톡, 카톡!
요즘 이곳저곳에서 내 글을 읽고 문의가 온다.
글쓰는 작법이나 작가가 되는 길에 대한 질문이겠거니 싶지만, 놀랍게도 '탈모'에 관한 궁금증이었다.
"리나작가님, 작가님 글 읽고 제가 가지고 있는 샴푸를 봤는데 세상에! 멘톨이 들어 있는 거 있죠."
멘톨이라는 어휘에 눈알을 반짝이며 곧바로 카톡에 응답했다.
"그죠, 은근히 멘톨이 들어 있는 샴푸가 많아요. 근데 글에도 남겼지만 멘톨 자체가 나쁜 성분이 아니에요.
탈모나 탈모 기미가 보이는 분, 혹은 민감성 두피를 소유하고 계신 분만 기피해야 할 성분이에요.
정상 두피이신 분은 멘톨이 있는 제품을 얼마든지 쓰셔도 돼요."
다행히 질문하신 분은 내 글을 꼼꼼하게 읽으셔서 이 부분도 제대로 인지하고 계셨다.
탈모가 있으셔서 가족 중에서 본인만 그 샴푸를 당분간 안 쓰기로 했다며, 덕분에 멘톨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고 말씀을 전하셨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문의로 추가적인 탈모 제품 추천을 요청하시는 분도 계시고, 내가 지금 현재 쓰고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 묻는 분도 계셨다.
그리하여 이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한 분 한 분에게 "이 성분과 그 성분은 달라요. 오해하지 마세요."라며 붙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탈모로 고통받는 분은 많았고,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탈모에 무방비 상태인 듯 보였다.
그렇다. 나만 돌아봐도, 가족들 아무도 탈모인 사람이 없는데 이런 내가 '탈모'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그나마 늦게라도 내 발로 호기롭게 탈모 클리닉' 문을 두드렸고, 전문가에게 '탈모 중기'라는 진단을 받으며 이를 인정하게 되었지만.
그 누가 멀쩡하던 자신의 두피가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더 빠진다는 이유 하나로, 갑자기 탈모인지 의심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왜? 집안에 탈모 유전자도 없고, 설마 내가 탈모 일리 없으니까.
이런 생각이 우리 발목을 붙잡는다.
솔직히 안다고 해도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평소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왔던 나는 그랬다. 용납하기 어려웠다.
머리카락이 현저히 빠지고 있다는 걸 느꼈으나, 그걸 보면서도 쉽게 수긍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행여 탈모는 아닐 거라며 방바닥에 널브러진 수많은 머리카락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겁이 덜컥 났다.
'내 옹졸한 수치심과 부끄러움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나중에 정말 손 쓸 수 없게 되면 어쩌지?'
두려웠다.
결국 두려움이 수치심을 제쳤고, 내 두 발은 탈모 클리닉으로 향했다.
막상 탈모 클리닉에서 '탈모 중기'라는 진단을 받고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후 나는 매우 적극적으로 탈모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탈모 클리닉 원장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조언과 팁을 바탕으로 내가 먹고, 쓰고, 살펴야 할 것을 다시 돌아보고 파고들었다.
그러다 알코올, 에탄올, 변성제가 들어간 에탄올인 변성알코올은 모두 민감성 두피 혹은 탈모 두피에 좋지 않은 성분임을 알게 되었다.
탈모클리닉 원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 그리고 쓰고 계시는 샴푸에 알코올이나 에탄올이 들어 있으면 안 됩니다.
그 성분은 탈모 두피에 해로워요."
선생님 말씀을 하나하나 받아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집으로 돌아와서 알코올과 에탄올 그리고 변성알코올까지 네이O을 통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리 대부분 생활 속에서 이 세 가지 성분에 대한 경계가 흐릿하다.
알코올, 에탄올, 변성알코올 모두 소독을 위한 휘발성 화학 성분이다.
알코올은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술에 많이 들어가 있는 성분이다.
에탄올은 피부에 닿으면 모공을 축소시키고 톤을 균일하게 맞추는 역할을 해주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토너나 스프레이에 흔히 들어가 있으나, 농도가 강할 경우 지속적으로 쓰면 좋지 않다. (물론 우리가 쓰는 화장품에 들어 있는 에탄올은 곡물이나 과일을 발효하면서 얻은 '천연 에탄올'인 경우가 많다.)
'에탄올'은 계속해서 사용하면, 휘발하면서 피부에 자극을 주고 피부를 덮는 천연오일을 벗겨낸다.
그러면서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기에 민감성 두피와 탈모 같은 문제성 두피에는 이롭지 않다.
탈모 두피와 민감성 두피는 둘 다 기본적으로 건조하다. 그러니 이런 두피에 자극을 주는 건 좋을 리 없다.
변성 알코올은 알코올에 변성 물질을 첨가한 제품으로, 술에 들어가는 에탄올과 공업용 에탄올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성분이다. 따라서 변성알코올은 많은 소독제나 화장품 제품에 들어가 있다. 하나, EWG스킨딥 등급이 4등급으로 중간 위험도에 해당한다.
각질과 피지를 닦아내며 화장품의 유효성분이 침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나, 민감성 피부인 사람은 '변성 알코올'이 든 제품을 사용시 따갑거나 화끈거릴 수 있으므로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안타깝게도 탈모 전용 샴푸라며 판매하는 제품 중 상당히 많은 제품에 에탄올 또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다.
심지어 때때로 변성 알코올도 눈에 띈다.
민감성 두피이거나 문제성 두피, 탈모가 일어나고 있다면 내가 사용하는 헤어제품 성분 중 에탄올, 알코올, 그리고 변성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는지 꼭 살펴보아야 한다.
탈모 클리닉 원장님께서 내게 신신당부하신 '멘톨' 역시 집에 와서 알코올 삼형제와 함께 알아보았다.
멘톨에 대해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엘-멘톨과 멘톨이 다르다는 것이다.
멘톨과 엘-멘톨 모두 천연성분이고 이름도 비슷해서 그 녀석이 그 녀석 같은데, 이 둘은 뼛속부터 달랐다.
멘톨 성분 모양과 입자 박하사탕을 입에 넣으면 싸한 것과 같이 이 둘 모두 표면에 닿으면 시원하게 해주는 기능은 똑같다.
하나 멘톨은 냉점에서 역으로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레보멘톨'로만 구성된 엘-멘톨(Lmenthol)은 멘톨과 달리 표면의 열을 내려준다.
따라서 엘-멘톨은 피부의 열을 내려주고 피부 톤을 맞춰주며 피로까지 낮춰준다.
뿐만 아니라 이 둘은 분자 구성과 모양도 달랐다.
맞다. 태생이 다른 것이다.
엘-멘톨은 탈모 두피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최근에 탈모 제품에 많이 쓰이고 있는 성분이다.
샴푸, 트리트먼트 등 이런 헤어 제품은 우리가 매일 쓰는 데일리 용품이다.
따라서 꼼꼼하게 알아보고 구매해야 한다.
더군다나 내가 민감성 두피이거나 탈모 조짐이 보인다면, 혹은 이미 탈모를 앓고 있다면 더욱 신중하게 살펴보고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문제성 두피나 민감성 두피를 잘 케어해서 정상 두피로 개선된다면, 그다음에는 에탄올 그리고 멘톨이 들어 있는 제품을 얼마든지 사용해도 된다.
'탈모 중기'라는 진단을 올해 1월에 받았던 필자는 현재 쓰는 제품에 엘-멘톨이 들어가 있다.
엘-멘톨이 들어간 헤어 제품은 전보다 많이 늘어나서 조금만 찾아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대부분 병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알고 개선해 나가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다행히 탈모도 불치병이 아니라서 이에 속한다.
나와 같이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많은 분이 함께 힘을 내어 생활 속 습관과 삶의 방식을 하나하나 바꿔 간다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 탈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필코 해피엔딩이 되리라!"
봄볕 아래서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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