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리나 작가 Mar 07. 2024

탈모를 막아주는 요술 방망이

하나뿐이었던 드레스를 심술궂은 언니 둘에게 찢긴 신데렐라가 털썩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 망연자실한 그녀를 돕기 위해 나타난 작고 통통한 요정 할머니가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왜소한 몸집과는 달리 요정 할머니께서는 엄청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분이셨다.

"비비디 바비디 부!"


요정 할머니가 마법 주문과 함께 조그만 요술지팡이를 허공에 이리저리 휘두르니, 보잘것없던 신데렐라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무도회에 간 신데렐라는 왕자님 눈에 들어왔고, 신데렐라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만약에 그 마법 지팡이가 없었다면, 신데렐라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왕자님을 형부로 맞이하여 그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심심하면 찾아오는 요정 할머니에게 자신 쓰디쓴 인생을 넋두리하는 둥 지금과는  다지도 모르겠다.


내게도 이야기 신데렐라 속 마법 지팡이와 같은 것이 존재한다.




1월에 탈모 클리닉을 방문해서 원장님에게서 들은 여러 가지 팁 중에서 '나무 방망이빗' 사용하라는 주문이 있었다.

원장님께서는 나무 방망이빗으로 머리에 자극을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그 이유를 내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두피에 건강한 자극을 줘야 해요. 두피가 건강하지 않다는 건 혈액 순환이 머리끝까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거든요. 혈액이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제대로 순환되어야 두피에도 새로운 머리카락이 날 수 있어요."


몸에 직접 닿으면서 쓰는 제품이니 플라스틱보다는 친자연적인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건강에 좋다는 원장님 말씀에 일가견이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손가락핸드폰 액정 위아래로 움직여가며 쇼핑앱에서 나무 방망이빗을 찾아 뒤적거렸다.

이뿐만 아니라 머리를 감을 때에 사용해야 하는 '두피 마사지 브러시'가 있는데, 그것도 함께 쓰면 좋다고 하셔서 두 가지 브러시를 동시 다발로 찾아보았다.

'어차피 온 가족이 쓰는 머리빗인데 두 가지 형태 다 구매하지, 뭐.'

평소 빗을 잘 안 쓰던 사람이 두 가지 종류 빗을 갑자기 산다니 좀 과한 감이 없지 않나 싶었으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하니 이번만큼은 고분고분 말을 듣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나무 방망이빗과 마사지 브러시가 지닌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이것이 나만의 요술 방망이가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고 나무 방망이빗과 마사지 브러시가 차례로 도착했다.


첫 번째 빗은 자극을 주는 빗솔도 나무 형태로 되어 있는, 끝이 둥근 나무 머리빗이었다.

촘촘하고 견고해 보였다.

참나무로 만들었다는데... (이것이 꼭 참나무까진 아닐지라도) 어쨌든 진짜 나무인 것 같아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탈모 샴푸에 들어간 멘톨 사건 이후,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내 신뢰도가 예전만 하지 않다.



실물 브러시솔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어서 좋았고, 끝이 둥글어서 톡톡 머리통을 때려도 그리 아프지 않았다.

옆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배송 온 나무 방망이빗을 건네주며 말했다.


"남편 이걸로 머리통 좀 때려봐요."

"왜? 꼭 그래야 해요?" 남편은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빗솔로 두피를 자극하면 혈액 순환이 잘 돼서 건강에 좋대요."


평소 본인 건강을 끔찍이 여기는 남편은 영 내키지 않는 것 같았으나, 못 이기는 척 머리빗으로 자기 머리를 내려쳤다, 그것도 아주 세게.

"으악!"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통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몹시 괴로워 보였다.

아니 대체 얼마나 건강해지고 싶었던 걸까. 굳이 그렇게 세게 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풉하고 실소가 터졌으나 입을 틀어막았다. 활명수 병을 원샷한 것처럼 가슴속 깊은 곳까지 알 수 없는 시원함이 전해졌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조금 더 세게 내려쳐도 괜찮았겠다 싶은 생각이 살짝 일었다.)

내가 웃음이 터진 이유도, 속이 후련한 이유도 정확히 길이 없었다.

바로 그때 빗살을 확인했다.  


수그리고 통증을 호소하는 남편과는 달리, 남편 두피와의 묵중한 충격 이후에도 빗살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꼿꼿이 처 들고 있었다.  

멀쩡했다.

내 웃음은 건강을 향한 과욕에 눈이 먼으로 남편 때문이 아니라, 머리빗에 있던 많은 솔이 모두 무사했기에 뿌듯해서 흘러나온 것인가 보다. (뭐, 그런 걸로 치자.)

남편의 반응으로 미루어보아 머리빗은 진짜 참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다. 빗살도 참으로 튼튼하다.

'아주 탁월한 제품이야!'

내 구매에 흡족했다.


배우자의 비자발적이만 적극적인 도움으로 머리빗에 대한 검증을 마쳤고, 머리를 감을 때마다 그 나무 방망이빗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기 전에 이 빗으로 머리를 싹싹 빗으면서 일부러 자극을 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머리통 전체를 이 빗으로 툭 툭 툭 건드린다.

때에 따라 강도를 세게 해도 좋다. 상처를 주지 않을 빗이다. (다만 아플 뿐.)

방망이빗으로 머리를 짧게는 일 분에서 길게는 삼 분 정도 매일 빗고 두피에 자극을 주면, 기본적으로 두피와 머리카락에 붙어 있던 먼지도 날아가고, 혈액 순환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 방망이빗은 화장실에 두고 우리 온 가족이 함께 쓴다.

남편도 이제 꽤 잘 쓰는 거 같다. (그날 이후, 그는 더는 대책 없이 머리통을 내려치지 않는다. 아쉽다.)




그다음, 머리를 이렇게 빗으로 잘 빗어주고 나서 머리카락과 머리통을 물에 적신다.

샴푸통을 펌프질 해서 샴푸를 두피에 도포하면서 두피와 머리카락 모두 깨끗하게 씻어낸다.

첫 번째 샴푸질이 끝나면, 곧바로 번째 샴푸칠을 한다.

이제 두 번째로 구매한 '두피 마사지 브러시'가 제 역할을 할 때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마사지 브러시는 거의 다 고무 재질이다. 젖은 머리라서 부드럽게 자극을 주라고 고무로 만들어진 같다.

인터넷에 판매하고 있는 고무 재질의 마사지 브러시를 아무거나 구매하면 된다.

실제로 만져보면 굉장히 매끄럽고 부드럽다.  

회심의 이 마사지 브러시로 두 번째 샴푸칠을 한 두피를 빗으며 두피를 박박 문지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사지 브러시로 머리카락이 아닌 두피를 문질러야 한다.  

머리카락이 젖어서 어려우나, 최대한 이 고무 브러시로 두피를 꼼꼼히 닦는다.

대중목욕탕에 가면 떼를 밀어주시는 세신사분께서 사람 몸통에 달라붙은 떼를 박박 밀듯이, 두피에 앉아 있는 묵은 각질을 박박 밀어버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밀면 고무로 만들어진 빗이라서 두피에 부드럽게 자극이 되고, 남은 때를 끔하게 씻어낼 수 있다. 




이렇게 두 번째 샴푸질까지 깔끔하게 하고 씻은 후 두피 스케일링을 한다.

두피 스케일링(scaling)은 말 그대로 두피에 있는 묵은 각질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두피 스케일러'라는 제품을 이곳저곳에서 많이 판매하고 있다.

그중 알코올이나 에탄올 그리고 멘톨'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으로 선택하면 된다. 또한 제품에 천연 소금 같은 것이 들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소금으로 스켈일링이 잘 된다. 나는 천연 소금이 들어있는 제품으로 구매해서 두피에 잘 비벼주고 있다.

스케일링 제품은 샴푸질을 다 한 후에 사용하면 된다.

머리에 있는 거품기를 싹 없애고 난 다음, 머리에 도포하여 두피를 문지르고 2분 정도 도포한 상태로 놔두면 된다.

그리고 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나는 두피 스케일링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다. 탈모 클리닉에서 스케일링을 매일 하거나 너무 잦게 하는 것은 과한 자극이 될 수 있으니 피하라고 하셨다.


 

스케일링을 마치고 나면 린스 혹은 트리트먼트를 한다.

트리트먼트 제품을 머리 바르고 충분히 흡수시키며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역시 2~3분이 흐르는 동안 다른 일을 하고 (이때 양치질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머리를 물로 깨끗하게 헹궈준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 마지막 헹굼질은 꼭 찬물로 한다. 

찬물로 머리카락을 패딩 하듯 찹찹 쳐주면서 머리카락과 두피에 붙은 트리트먼트를 깨끗하게 닦아낸다.

이렇게 하면 두피에 있는 늘어진 모공이 닫히고, 머리카락도 탄력이 생긴다. 


이런 방식으로 매일 머리를 감으면 된다.

샴푸와 트리트먼트는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해주고 스케일링은 일주일에 두세 번.

또한 두피 탈모를 막기 위해 두피를 자극할 마법 지팡이인 나무 방망이빗질은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해주어야 한다.

두피 마사지 브러시도 샴푸질을 할 때마다 사용하여 두피를 마사지해주어야 한다.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기 위해 갖춰야 할 생활 지침이 언뜻 보기엔 많은 것 같아도 막상 이것이 습관만 되면 대수롭지 않다. 아니, 오히려 건강해진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방식으로 머리를 빗고 감는다.

그리고 이 일련의 행동을 습관화한 지 벌써 3개월째.

지난달부터 방바닥에 떨어진 내 머리카락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남편이 증언했다, 방바닥에 널브러진 내 머리카락 수가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고.

그렇다, 요즘 난 자타공인할 정도로 머리카락이 덜 빠지고 있다. 


나무 방망이빗과 마사지 브러시는 나만의 마법 방망이다.    

당신도 나처럼 탈모로 또는 탈모 기미가 보여서 애가 타는가?

그렇다면 조금만 힘을 내어 지금까지 발행한 내 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똑같이 실천해 보길 권한다.

또 아는가?

내가 당신의 탈모를 막아주는 요정 할머니가 될는지도.


To be continued on Thursday





#여성탈모 #탈모 천만 시대 #탈모극복기 #탈모클리닉체험기

 [연재 브런치북] 스치듯 탈모 : 탈모 탈피 백서 (brunch.co.kr)



이전 08화 탈모 제품 속에 숨어 있는 놀라 자빠질 비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