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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Feb 15. 2024

그런 습관이 있으니 머리가 자꾸 빠지지

중학생 다섯 명이 모인 자리. 방 안에는 긴장감이 살짝 맴돈다.


"기본적인 룰을 정하고 시작하자."

모두 눈으로 합의하고 우리는 하나씩 원칙을 세우기 시작했다.


"따닥?"

"한 장씩 주는 걸로."

"쪽은?"

"그건 좀 넘어가자. 그거까지 챙기면 판이 너무 커져."

"그래, 맞아."

"총통은 두 배로?"

"콜!"

"광은 어떻게 할래?"

"우리 인원이 다섯 명이니까 돌아가면서 한 명씩 광을 파는 걸로 하자."

"좋아!"


중학교 2학년, 시험 기간이 끝나면 앞집 A양 집에서 오총사가 모여 하룻밤 다같이 자곤했다.

대충 오고 가는 용어에서 눈치챘겠지만 화투로 올나잇을 하는 날이다.

멤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문과 전교 1등, 이과 전교 2등, 아이큐가 148로 전교에서 가장 높아서 수업 시간에 맨날 엎드려 자도(아픈 친구라 병원 약을 먹어서) 이과 전교 15등 안에는 항상 거뜬히 안착하는 친구, 국제 간호사가 되겠다며 야무지게 노력하는 이과 전교 25위 안에 드는 친구, 그리고 반에서 겨우 10등 안에 드는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나까지 모두 다섯 명이었다.


비록 성적 차이는 있지만, 중1 때부터 살포시 인연을 쌓아오다가 생각이나 관심사 등 여러 가지가 잘 통해서 우리 오총사는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았다.

만나면 보통 머리를 쓰는 놀이를 즐겼는데 원카드는 물론이요, 포카, 훌라, 고스톱에 루미큐브까지 온갖 보드게임을 섭렵했다.


학창 시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 날이면 부모님께 미리 허락을 받고(다섯 명의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모여서 만화책을 읽다 자는 줄 아셨다) 꼭 누군가의 집에서 날밤을 지새웠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머리카락을 만지고 쥐어뜯는 습관이 생긴 것이.




패를 손에 쥐고 눈알을 굴리거나, 바닥에 깔린 화투장을 보며 친구가 어떤 카드를 손에 쥐었을지 유추면서 나는 어김없이 내 머리카락을 비비 꼬며 만지기 시작했다. 무심결에 시작된 이 행동이 생활 속 습관으로 정착고, 나중에는 시험공부를 하거나 모르는 문제를 풀면서 끙끙거리며 머리카락을 쥐어뜯기에 이르렀다.

또, 고등학교 때에는 야간 자율학습을 하거나, 독서실에서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머리카락을 비비 꼬며 만지곤 했다.  당연히 집에서도 이어졌다.

내 방에서 뭔가에 골몰할 때 머리를 꼬거나 잡아 뜯는 모습이 보이자, 엄마가 한 말씀하셨다.


"너 그러다가 대머리 돼, 이것아!"


엄마를 흘깃 노려보며 열심히 공부하는 딸에게 그 무슨 악담이냐고 소리를 지르던 철없는 내가 떠오른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 습관이 탈모를 유발한다는 것을.




소름이 돋는다.  

열여덟 살, 엄마에게 핀잔으로 듣던 그 말이 약 삼십 년 뒤 내 삶에서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마흔 중턱 봄날, 탈모 중기 판정을 받게 되었으니.

이래서 어른이 하는 말씀을 새겨들으라는 걸까. 옛말 그른 게 없다는 속담이 머릿속을 스친다.

물론 오로지 이 행동 하나만으로 탈모가 생긴 건 아닐 테다. 하지만 탈모클리닉 원장님의 주의사항에도 이 항목이 들어 있었다. 


"아, 그리고 머리를 자꾸 손으로 만지거나 잡아 뽑지 마세요."


상담할 당시 내가 머리를 손으로 만지지 않았음에도 원장님이 말씀하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떡 하니 포함되었다.


머리를 자꾸 손으로 만지면 더러운 손에 있는 먼지나 오염물이 머리카락이나 두피에 묻고, 손으로 모발을 만지면 부지불식간에 힘이 가해져서, 가만히 존재할 수 있던 모발이 빠진다.

따라서, 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행위는 결코 두피나 모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루를 돌아보자.

우리는 일어나서부터 매우 다양한 물건과 장소를 잡거나 사용하기 위해 손을 사용한다. 그곳에는 나름의 오염물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출근을 하러 나갈 때 현관문을 만지는 것부터, (나는 계단 옆 난간을 만지지 않지만) 난간을 만지며 내려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여러 사람이 사용한 대중교통 의자나 천장 손잡이, 다양한 형태의 스침과 스킵쉽도 경험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손은 닦아도 닦아도 늘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또한 무언가를 만지거나 쥘 때 우리는 무심결에 힘을 주게 된다.

이러니 탈모에 일조하는 거 아니겠는가.


팁을 하나 말하자면, 손으로 얼굴을 자꾸 만져도 뾰루지가 생긴다. 혹은 뾰루지가 생긴 얼굴 부위를 손으로 짜면 악화된다. 뾰루지는 면봉이나, 소독된 도구로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심해지거나 종국에는 흉이 남게 된다. 해서 나는 피곤하거나 어쩌다가 얼굴에 생기는 뾰루지는 손으로 직접 만지지 않는다.  아니 얼굴 자체에 가급적이면 손을 잘 안 댄다. 토너를 바를 때에는 화장솜을 사용한다. (내가 아는 피부 전문 관리사님은 도 큰 면봉으로 펴 바르신다.)

이렇듯 손으로 우리 피부나 신체 직접 만지는 건 이롭지 않다. 

두피도 피부이다.

하나, 두피가 얼굴에 이어지는 피부라는 걸 나를 포함한 많은 이가 망각한채 살아간다.


습관도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고칠 수 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머리를 손으로 만지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허전했다.

하던 행동을 안 하니까 그 순간을 어떻게 메꿔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한데 나 자신에게 해롭다고 하지 않은가?

탈모클리닉을 다녀온 후로는 머리를 감거나 말릴 때 빼고는 더욱 머리와 두피에 손을 대지 않는다.


아무리 깨끗이 닦아도 우리 손은 공사다망하게 일을 하기에 다시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와 같은 습관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 당장, 당신 머리에서 그 손을 떼길 바란다.

우리 두피와 모발이 손과 거리를 두면 둘 수록 소중한 머리카락을 지킬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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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브런치북] 스치듯 탈모 : 탈모 탈피 백서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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