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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Feb 24. 2024

탈모 제품 속에 숨어 있는 놀라 자빠질 비밀

어느새, 화장실 선반 위 아이용과 남편용 샴푸 린스 옆에 내 '탈모 전용 제품'이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꺼내 쓸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 없었으나 조금이라도 두피와 모발에 도움이 되려니 여기며 부지런히 샴푸통을 눌러가며 사용했다.


"오, 시원한데?"


탈모 전용 샴푸를 쓸 때마다 싸한 것이 두피가 시원해져서 기분만큼은 상쾌해졌다. 기분이 좋아지니 괜히 샴푸 두피에서 머리카락이 샘솟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쓸 때마다 느끼는 마법같은 개운함이 무엇 때문인지 알아보다가 '멘톨'이 그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멘톨은 남편이 쓰는 립보호 제품에도 들어 있는 성분이고 여러 생활 용품에도 들어 있는, 박하에서 뽑아낸 성분이기에 안심하며 사용했다.  

그렇게 몇 달을 이용하다가 1월에 탈모클리닉 원장님과 상담하면서 놀라 자빠질 사실을 접했다.


"그리고 탈모이신 분은 제품 사용 시, 조심하셔야 할 성분이 있어요."

나는 두 눈을 번뜩이며 원장님의 말씀을 받아 적었다.



"에탄올, 그리고 알코올, 또 멘톨이 들어있는 제품은 절대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네. 에탄올, 알코올, 또 멘..

네? 멘, 멘톨이요?  선생님 멘톨을 쓰면 안 되나요?!" 



내가 몇 개월째 쓰고 있는 탈모 전용 제품에 있는 성분이 탈모가 있는 사람에게 유해 성분이라니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탈모 전용 제품이라고 제조사에서 당당히 적어놓고 직접 판매한 샴푸였기 때문이다.


"선생님, 제가 지금 탈모 전용제품을 쓰고 있는데 그 안에 멘톨 성분이 있거든요. 왜 멘톨이 해로운가요?


선생님께서는 차분 말을 이어가셨다. 선생님의 말씀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멘톨이 일시적으로 주는 쿨링감 때문에 소비자가 많이 선호해서(머리를 감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드니까) 제조사에서 멘톨 성분을 넣는다.

한데, 실질적으로 멘톨은 두피에 열감을 일으키며(우리가 체감하는 쿨링감과 반대로)  높은 온도에서도 차가움을 느끼게 해주는 휘발성 성분이기 때문에 민감성 두피나 탈모 두피는 멘톨을 쓰면 두피에 더 해롭다.

두피에서 열이 발생하게 되면, 두피에 트러블이 생기고 모발이 빠지는 걸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성 두피인 민감성 두피와 탈모 두피는 두피에 열이 나는 걸 피해야 한다. 




멘톨의 정체 (오른 쪽 박하 잎)




그것도 모르고 두피에 도움이 되겠지 싶어 탈모 제품이라며 구매하고선, 여태껏 멘톨 성분이 있는 제품을 헤헤거리며 써댔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세상에, 맙소사!

누가 이럴 줄 알았단 말인가. 아마 나 말고도 이런 피해자가 엄청 많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물론, 멘톨 자체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일반인(탈모나 민감성이 아닌 사람)은 멘톨 성분이 있는 제품을 써도 무방하다. 그들의 두피는 우리 탈모인처럼 아프지 않으니 말이다.

이는 지극히 두피가 건강하지 못한, 민감성 두피 그리고 탈모 두피에게만 해당하는 의학 사실이다.


집에 오자마자 씩씩대며 멘톨과 에탄올이 들어 있는 샴푸, 트리트먼트를 몽땅 내다 버렸다.

휑하니 비어있는 내 샴푸린스 자리를 채울 다른 무엇이 필요했다.

난 멘톨, 에탄올,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는 탈모제품이 시급쇼핑몰 앱을 누르고 검색질에 돌입했다.

근데 이게 웬걸, 멘톨이나 에탄올 또는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은 탈모 제품을 찾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음... 비오틴, 나이아신아마이드, 녹차추출물, 검정콩추출물, 아.. 에탄올...

다른 거 찾아야겠네.

에틱헬실글리세림, 소듐시트레이트, 클림바졸, 향료, 멘톨... 아... 멘톨"

탄식이 터져나왔다.



제품 성분표을 읽어내려가면 하나같이 에탄올 혹은 멘톨이라는 글자가 맨 윗 칸 혹은 아랫칸 구석에 귀신같이 박혀 있었다.

특히 시중에 판매하는 탈모 전용 샴푸 대부분에 약방의 감초처럼 '멘톨'이 함유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쯤 되자 과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머리털 한올 지키겠다고 멘톨이나 에탄올이 없는 탈모 샴푸를 찾으려다 머리카락이 더 빠지는 건 아닐까 잠시 미궁에 빠지게 되었다.


내 안에 두 자아가 맞섰다.

'아우, 짜증 나. 그냥 사자. 프로나 들어 있겠어? 대강 살아. 너도나도 탈모 제품들어가면 안되는 성분을 넣으면서 판매하는 세상인데,   까다롭게 굴면  피곤하고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지는 거야.'


'아니야. 매일 감는 머리야. 매일 써야 하는 제품이라고. 음식처럼 두피로 체내에 흡수되는 건데 어떻게 대충 쓰니? 여태껏 그래서 머리가 빠진걸 수도 있잖아. 화장품은 그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 왜 벌써 두 손 들으려는 건데?'


작고 촘촘한 글씨를 찾아 읽느라고 침침해진 눈을 껌뻑거리며 몇 분간 고민하던 나는 다부진 결단을 내렸다.

그래!

멘톨을 넣는 탈모 샴푸 회사에 짜증도 나고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 세상은 이미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이번만큼은 시련을 이겨내고 내 두피에게 충실해보자.

생활 습관으로 탈모를 스스로 극복해보는 거야!


심기 일전 한 후,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눈알이 빠질 때까지 드폰 화면을 되돌리고 르고 또다시 눌렀다.

탈모 샴푸가 실한, 아쉬운 사람은 바로 나니까. 

눈을 씻고 멘톨이나 에탄올이 없는 샴푸를 이 잡듯 뒤지고 찾아 들어갔다.

그렇게 수십 분이 정적 속에 흘렀다.


"정제수, 다이다슘라우셀스셀포석시네이트, 글리세린, 라우릴글우코사이드,.............., 텍스판테놀, 어성초추출물, 살리실릭애씨드, 바이오틴, 리모넨. 끝? 어? 없네!"


샴푸 검색을 시작한 지 무려 두 시간 이십오 분이 지날 무렵, 마침내 멘톨도, 에탄올도, 그리고 알코올도 없는 순수 탈모 제품을 찾아낸 것이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소리 질렀다.  찾.았.다!


아마 심마니가 산에서 산삼을 캐다가 만나면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에서 탈모인에게 적절한 탈모 제품을 찾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누가 알았으랴!

흥분해서 튀어나온 침을 닦으며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고, 감사하게도 하루 배송으로 바로 다음 날, 그렇게도 간절히 찾아 헤매던 탈모 샴푸 내 품에 얼싸 안았다.

이 녀석을 만나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

감격스러웠다.


탈모 샴푸를 받고 처음으로 머리를 감던 날, 멘톨을 썼을 때 느끼던 개운함보다 백만 배는 더 개운하고 시원한 샴푸질을 했다.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샴푸이었다.



To be continued on Thursday




#여성탈모 #탈모 천만 시대 #탈모극복기 #탈모클리닉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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