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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작가 Feb 08. 2024

젖은 머리를 뜨거운 바람으로 말린다고요?

24년 1월 초, 탈모클리닉에서 원장님과의 상담 이후 내 삶은 180도 바뀌었다.

하루의 마감은 두피와 모발을 박박 감고 난 후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수를 눈대중하며 마무리했고, 아침은 승모근과 목 스트레칭으로 열었다. 승모근과 스트레칭은 두피까지 이어지는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여 두피 부근 대사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활습관이 생겼다. 바로 '차가운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는 것'이다.

늘 머리가 길어서 빠른 시간에 머리를 말리기 위해 뜨거운 바람을 이용했다.

윙 하는 소음을 내는 고성능 헤어드라이기가 내뿜는 열풍에 젖은 머리를 맡기고 좌우로 흔들어 헤치며 미친 듯이 드라이기를 돌려댔다. 머리카락에 있는 물기를 털어가며 열풍으로 어느 정도 머리를 말리면, 에센스를 바르고 드라이를 마쳤다.  


한데 탈모클리닉 원장님 말씀하셨다.

절.대. 열풍으로 머리를 말리지 마세요. 그러면 안 됩니다.


사십 평생을 뜨거운 바람으로 머리를 말려온 내게 적지 않는 충격이었다.

탈모클리닉을 다녀와서 내가 자주 가는 헤어숍 원장님을 찾아갔다.


"원장님, 저 탈모클리닉 갔다가 상담했는데 거기 원장님께서 열풍으로 머리 말리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탈모클리닉 원장님께도 이유를 들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또 다른 전문가의 입장을 듣고 확인하고 싶었다. 헤어숍 원장님께서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시며 답하셨다.


"맞아요. 저도 고객님 머리 해드리고 말릴 때 미풍하고 냉풍을 쓰잖아요. 열풍을 쓰면 두피며, 헤어에 여러모로 안 좋아요."



탈모클리닉 원장님과 헤어숍 원장님 말씀은 이러하다.

뜨거운 바람을 두피에 쐬면 열이 두피에 가해지면서 두피에 있는 모공도 벌어지고, 열에 인해 자극을 받아 두피 활동에 저해된다. 머리카락 같은 경우 탄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헤어숍 원장님은 펌을 하고 나서 모발을 열풍으로 말리면 컬도 늘어져서 뜨거운 바람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열풍은 두피와 머리카락 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녀석이었다.


시간이 없다며, 혹은 머리가 빨리 마르지 않는다며, 열심히 뜨거운 바람으로 머리를 말려오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때로는 인위적인 바람은 모발에 좋지 않을 거라며(사실은 귀찮아서) 젖은 머리를 자연풍에 맡긴 채 방치한 적도 비일비재하다.

내 탈모는 고달픈 인생을 탓할 게 아니었다. 나는 그간 이런 이야기를 못 들었던 걸까, 들어도 뒷등으로도 들었던 걸까.

나라는 인간은 결국 탈모라는 절망적인 사태까지 이르러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싶어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하고 생활습관을 통째로 갈아치웠다.

나는 이제 머리를 말릴 때 뜨거운 바람사용하지 않는다.

미온풍으로 두피 부분에 있는 물기를 말리면 바로 냉풍으로 바꿔 최대한 차가운 바람으로만 머리를 말린다. 요즘 같은 때에는 집안 보일러 때문에 훈훈해진 실내 공기가 한몫해서, 드라이 후 머리카락에 남아있는 잔여 수분기가 한 시간 정도 흐르면 사라진다.




더불어, 또 하나 피해야 할 뜨거운 녀석이 있다. 뜨거운 물이다. 고온의 물로 머리를 감지 말라고 하셨다.

머리를 감을 때 (특히 추운 겨울에) 샤워를 하면서 따뜻한 물로 시종일관 머리를 감는 사람이 꽤 많다.

원장님께서는 온도가 높은 물로 머리를 감지 말라고 하셨다. 이유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찬물로 머리를 감으면 두피에 있는 모공을 조여줄뿐만 아니라 모발에 탄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한데 미지근한 물로만 감으면 역시 두피에 있는 모공과 모발 모두 늘어진다고 한다.


나만해도 얼굴을 씻을 때 미지근한 물로 메이크업과 먼지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얼굴을 클렌징한 후, 맨 마지막은 찬물로 패딩해준다. 그렇게 해야 피부에 있는 모공이 빈틈없이 닫히기 때문이다.

두피도 마찬가지였다.  

30도 미만의 미온수로 머리를 샴푸질하고 나서 마지막은 반드시 찬물로 머리를 감아야 한다고 탈모클리닉 원장님께서 신신당부하셨다.


두피도 얼굴에 이어지는 똑같은 피부랍니다.


커다란 눈을 더 부릅뜨시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씀하시던 탈모클리닉 원장님의 얼굴이 선연하다.

당장 그 몹쓸 습관을 버리라는 듯이.


지금은 미온수로 린스까지 다하고 나서 깨끗해진 머리를 마지막 20초 정도는 찬물로 감는다. 두피를 톡톡 치면서 두피 쪽에 찬물을 때려 붓는 느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삼십 대 때에는 인생 한 방이라며, 젊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머리스타일 다 해 볼 거라며, 머리를 이삼 개월 단위로 염색했다. 금발, 핫핑크, 블루블랙.

듣기만 해도 예사롭지 않은 컬러로 물들이 볶았다. 그뿐인가? 애쉬카키, 애쉬브라운, 애쉬그레이 총 천연 잿빛색으로 번갈아가며 야무지게 탈색까지 했더랬다.


그때는 탈모 따위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엄마아빠며,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 머리털이 없으신 분이 계시지 않으니 (이 당시 탈모는 유전이라고만 알려졌다), 내 머리카락을 마음껏 못살게 굴었다.  

주어진 모발에 대한 귀중함을 모르고 날뛰는 개망나니 같은 내게 신께서 '탈모'라는 벌을 주신 걸까 싶어 서글펐으나,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라 여기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지금은 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이 내 두피에 조금이라도 붙어있을 때 더 아껴줘야겠다며 오늘 하루도 사랑과 정성으로 내 머리카락을 매만져본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고온은 두피와 모발의 적이다.



To be continued on Thursday




#여성탈모 #탈모 천만 시대 #탈모극복기 #탈모클리닉체험기


[연재 브런치북] 스치듯 탈모 : 탈모 탈피 백서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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