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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작가 Mar 30. 2024

달콤 살벌한 탈모 중간 점검

오늘은 대망의 탈모 중간 점검일.

평생 살아오던 생활 패턴을 통째로 뒤바꾸고 3개월간 노력했기에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았을까 살짝 기대감이 부풀었다.

담담한 심경으로 새로운 탈모 클리닉의 무료 상담을 예약하고 아침 일찍 그 길로 향했다.  


한데 아침부터 어두컴컴하니 두둑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날씨가 왜 이러나? 오래간만에 외출 나가는데...'

비 오는 날은 좋아하지 않는데, 흐린 날에 비까지 내리니 덩달아 축 가라앉았다.

4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보며 지금 가는 곳은 어떤 곳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결과가 어떨까, 별 진전이 없으려나, 아니면 전보다 훨씬 좋아졌을까.


버스에서 내려 5분 정도 지도앱을 보며 따라 걸으니 건물 6층에 붙은 탈모클리닉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헤매지 않고 잘 찾아 기분 좋게 입구에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네, 오늘 예약했는데요. 2시예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는 내 이름 석자를 대고 예약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아주길 기다렸다.

잠시 후, 상담실로 따라오시라는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마스크를 쓴 한 여성분이 반겨주셨다.

상담원분께서는 새로운 상담 차트를 꺼내 내 이름을 쓰시고는 탈모클리닉에 오게 된 이유를 여쭤보셨다.

나는 탈모 조짐이 작년 하반기부터 보였고, 눈에 띄게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1월부터 자가 관리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관리를 했냐고 물으셔서 그간 집에서 해온 여러 홈케어 방법을 말씀드렸다.

다 받아 적으시며 들으시더니 상담원분께서 카메라로 두피 체크를 하시겠다고 하셨다.

5분 정도 흘렀을까.

상담원분께서는 검사 카메라로 두피의 좌측, 우측, 정수리, 뒤통수까지 샅샅이 촬영하셨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두근두근거렸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컴퓨터로 옮기니 결과 사진이 눈앞에 띄워졌다.


세상에, 너무 청결했다


한 곳에서 세 가닥씩 올라온 곳도 보이고, 전보다 두피도 깨끗했다.

심지어 머리카락이 새로 나오고 있었다.



병든 두피를(아직도 다 낫진 않았지만) 뚫고 힘겹게 나오는 아기 머리카락을 보니 감격스러워 울컥했다.

'새싹 같아.'

사진 위쪽에 보이는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두피 재활에 힘쓴 지난했던 삼 개월이 후루룩 스쳐 지나갔다.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

1월에 갔던 탈모 클리닉의 검사 사진에서는 무수한 각질과 빈 모공, 그리고 염증으로 유추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번 검사 사진 20여 장에서는 빈 모공이 아주 조금 보이고 염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뿌듯했다.


한데 이런 내 속마음과 상담실 안 공기는 온도가 달랐다.

내 앞에 앉아계신 상담원분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속사포처럼 빠른 어조로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하셨다.




"지금 혈관들 보이시죠?"

"네"

"두피로 혈류가 잘 돌아야 하는데 혈관응집력이 높아서 이렇게 혈관이 뭉쳐있어요."

"아..."


"혈액 순환이 안되면 머리가 많이 빠지는데요, 아까 목 스트레칭하신다고 했죠? 목스트레칭이 그래서 중요해요. 목디스크나 어깨가 뭉치면 두피까지 혈액순환이 잘 안돼요. 그러면 탈모가 일어나죠. 스트레칭을 해야 혈액을 머리까지 순환할 수 있게 끌어줄 수 있어요."

"네"


상담원분은 내가 실천하고 있는 탈모 방지를 위한 여러 생활 패턴에 대해 하나하나 피드백해주셨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머리는 완전히 말려야 한다. 

따라서 시간이 늦어서 머리를 다 못 말리고 잘 것 같으면 찬바람이나 자연건조가 아닌 꼭 열풍으로 바짝 말려야 한다. 찬바람으로 덜 말리고 자는 것보다 그게 차라리 낫다. 덜 말리고 누우면 괜히 비듬이나 각질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나처럼 두피가 얇은 경우, 상처가 나기 쉬우므로 고무브러시로 박박 문지르기보다는 손가락 지문으로 문질러서 두피를 세정해 주라고 권고하셨다. 

또 사진을 가리키며 수분이 부족해서 두꺼운 각질층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하셨다. 이렇게 각질이 쌓이면 보습제품을 톡톡히 써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밤에 머리 감는걸로 생활 패턴을 바꾸신 건 아주 잘 하셨네요! 우리 외출하고 와서 손 닦고 세수하는 거랑 똑같은 원리거든요."




한참을 받아 적으며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기까지 다 좋았다.

제가 보완해야 하는 팁도 들었고, 이유도 알게 되었으니.

한데 갑자기 펜대를 내려놓으시며 말씀하셨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아무리 탈모를 예방하기 위해 집에서 백날 노력한다고 한들, 지금 고객인 두피는...

하하. 글쎄요. 이렇게 말하면 되겠네요."


토양 자체가 오래 생존하기 어려운 토양이에요.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 번 더 웃으며, 쐐기를 박는 말을 내게 던졌다.

"영양이 돌아야죠. 제품 뭐 쓰세요? 토닉? 스케일러? 네, 지금 그 정도로는 안 돼요. 그리고 아무리 좋은 걸 써도 일단 두피를 솎아내야 해요."  



요즘 얼마나 많은 십 대 친구들이 탈모 때문에 고민하다가 엄마손 잡고 저희 클리닉에 방문하는 줄 아시나요?
하물며 십 대도 그러는데... 고객님은 십 대도 아니시잖아요.

십 대에게서 탈모가 많이 일어난다는 건 기사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격을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저기, 프로그램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그는 신속하게 가격표를 꺼내 들고 보여주며 나 같은 경우는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두 가지 프로그램을 섞어서 처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볼펜 끄트머리로 상담 메뉴판을 가리켰다. 프리미엄인  215만원 프로그램과 183만원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둘 사이를 왔다갔다 거렸다.


검사 5분, 상담 40분.

45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려, 조소, 작은 안타까움과 커다란 부정(不定)으로 똘똘 뭉친 상담원분과 한 공간 안에 있었다.

진이 빨렸다.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초돌풍 상담을 받는데,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물론 좋은 정보도 얻었다.

근데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상대의 부정적인 말에 휘둘리지 않겠노라며, 날 향해 세차게 불어대 부정적인 입김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순간말이다.

'흔들리지 않을 거야. 난 괜찮아. 나는 지금 결과에 만족하는데... '


삼 개월 전에 첫 번째 탈모클리닉에서 검사받은 내 사진을 꺼내서 상담원분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지금 이분에게는 그 어떤 것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긴 시간 동안 버티면서 상담을 받았다.

오랜만에 탈모 클리닉을 찾아간 김에, 그간의 내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1회 관리를 받으려 했던 애초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한시 빨리 그곳을 나오고 싶었기에.

상담이 마치자마자 문 밖으로 나가리라 마음먹으며 지갑이 있는 가방을 손으로 굳게 감싸 쥐었다.


"상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액이 좀 있으니 집에 가서 남편하고 논의해 볼게요."

"네, 그러세요."

상담을 마치고, 서둘러 나왔다.

강력한 상담을 한참 동안 받은 나는 1시간 정도 바깥바람을 쐬며 정신을 환기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생각하니 불현듯 상담원분은 그만의 일을 투철하게 하고 계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둘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최선을 다한 게 아닌가 싶다.

탈모클리닉의 상담원분은 상담원으로서의 역할을, 그리고 나는 탈모 고객으로서 내 상태를 무료 점검받고, 전문가에게 지금 상태에 필요한 조언을 듣고 온 것.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탈모를 짐작하고 스스로 예방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고객에게 너무 살벌하고 신랄한 상담을 해주셨다는 것이다.  

이전에 두피 상태가 어땠는지 물어봐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것이 조금 아쉽다.


찍어온 검사 사진을 다시 꺼내보았다.

개선된 두피에 미소가 지어졌다.

1차 검사 사진과 비교해서 보니 더 여실히 드러났다.

상담원분이 해주신 조언을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았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던 홈케어와 생활 습관에 보완할 점을 적었다.  


너무 밤이 늦으면 자기 전에 열풍으로 말리고 찬바람으로 마무리 해주기.
보습 제품 더 구매하기
아침, 저녁으로 목과 어깨 스트레칭 해주기
당분간 고무 마시지 빗은 사용하지 말고 손가락으로 두피를 문지르며 샴푸 하기
단백질 많이 섭취하기
스트레스 관리 가장 중요!


그래도 중간 점검 차 가 보길 잘했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수 있었으니까.

매일 10%씩 빠질 수 밖에 없는 게 머리카락이라지만, 좀 더 신경 쓰면 다시 전처럼 건강한 머리카락이 두피를 뚫고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이런 바람을 꿈꾸며 오늘도 내일도 탈모를 탈피하기 위한 내 생활 속 노력은 계속된다.


일상속에서 스트레스는 평생 관리해야 할 과제이다.

내 삶이 윤택해지고, 탈모를 막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일 것이다.(탈모가 일어나면 또 스트레스가 가증될 것이기에)

온라인으로 보습 제품을 구매했다. 물론 전성분을 요목조목 집어보았다.

고무마시지빗은 잠시 멀리하기로 했다.

아침 저녁뿐 아니라 수시로 목스트레칭과 어께 스트레칭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루 우유 한 잔을 챙겨 마시려고 한다.

작은 실천이 모이고 쌓여 큰 변화를 만들 것이다. 탈모를 탈피하는 실천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풍성한 모발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 The End



지금까지 연재 <스치듯 탈모>를 읽어주신, 지구상에 숨쉬는 탈모 동지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건모(建毛)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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