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마나 한 말이나마 끄적여본다.
동묘에 가면 너무 죄스러워진다. 저 많은 값싼 옷을 두고 신상에 얼마를 꼬라박으며 손가락이나 빨았나 싶어 지는 것이다. 빈티지 의류 쇼핑에 재미를 붙이고 나서는 새 옷을 사는 일에 조금 더 엄격해졌다.
스티브 잡스 옹의 저 위대한 질문처럼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사려는 새 옷을 살 것인가?'를 스스로 묻기도 한다. 물론 대답은 예스인데, 반전이 주는 재미란 이런 것이니까. 호호호.
2009년에 설립된 글로벌 패션 브랜드 '콜리나 스트라다'는 요새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힙'한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직속 선배다. 실제로 내가 09학번이니까 지금 한창 대학 신입생으로서의 패기에 젖어 있을 22학번이 나의 신입생 시절을 돌아볼 때 느낄 어떤 정신적 아뜩함, 그것이 충분히 느껴질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은 브랜드다.
콜리나 스트라다는 데드 스톡 패브릭으로 옷을 만들고, 베지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고, 리사이클 백랍으로 반지를 만드는 브랜드다. 업사이클링, 용도 변경, 개조하기 등은 콜리나 스트라다 컬렉션의 중심에 있다. 창업자 힐러리 테이모어는 그래서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며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대성공이라거나 타협의 미학을 보여준다는 등 거창하게 설명한다. 짝짝짝.
그런데 그것의 표현 방식이 진지하거나 고루하지 않아서 더 멋지고 쿨하다. 언제나 재미있고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편이다. 브랜드가 표방하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어찌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와 운영의 어려움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것으로 안타깝지만 털어낸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의 개념이 아닐 수 없다.
제 지론은 그래요.
만약 누군가에게 무언갈
재밌게 가르쳐준다면
그들은 따라 할 거고요,
진지하게 가르쳐주면
무시해버릴 거예요.
-디자이너 힐러리 테이모어-
좋은 일을 하려는 건 대충 알겠는데 너무 심각하고 진지해서 또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여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들이 많은 요즘인 듯하다. 다음을 기약하기보다는 당장 끝장을 보려고 하고, 함부로 가르치려 들거나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둘 아니면 셋으로 가르려고 한다. 절레절레. 누구누구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그런 호전적인 블로거는 아니니까 그만한다.
꼭 추구해야 하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린 워싱이라 욕먹어도, 말뿐인 미사여구만 떠들어댄다며 혼쭐나도 친환경 패션 브랜드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이유다.
언젠가 소설가 피츠제럴드는 '노력을 해도 소용없다는 느낌과 그럼에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필요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맞다. 그게 세상이고 인생이니까. 다소 의식적으로나마 그런 개념을 틈나는 대로 떠올리며 사는 게 좋아 보인다. 브랜드의 운영에 있어서나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나 말이다.
아무튼 오늘의 단상은 이걸로 끝이다.
그리고 힙합은 빼놓을 수 없으니까
우리 오토튠 T형의 노래 한 곡 추천한다.
변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