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눕피 Jun 30. 2022

스투시 티셔츠의 열풍 속에서

창업자 '숀 스투시'의 브랜딩 시작점으로 따라가 본다.



나의 경우에는 여름옷 상의를 무지 티셔츠와 빈티지 티셔츠로 해결하는 편이다. 빈티지 티셔츠는 동묘 쇼핑이나 이베이 쇼핑을 통해 득하고, 무지 티셔츠는 신품을 사서 정성스러운 개인화 작업을 친다. 예를 들면 길단(GILDAN)에서 나오는 울트라 코튼 블랙 컬러 무지 티셔츠를 락스 물에 푹 담가 얼룩지게 작살을 낸 후 고온 세탁을 여러 번 가해서 말도 안 되는 나만의 무지 티셔츠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앞서 이야기한 빈티지 티셔츠 중에서도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그리스 어떤 지방의 테니스 사교 클럽에서 제작한 단체 프린팅 후드 스웨트 셔츠, 70년대에 문을 열어 2008년에 파산한 호주의 한 서프 샵에서 만든 프린팅 반팔 티셔츠,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열린 90년대 비디오 컨퍼런스를 기념하고 홍보하는 프린팅 티셔츠, 네덜란드의 기념품 샵에서 90년대 초중반에 제작한 걸로 보이는 풍차 프린팅 티셔츠 등. 새로 산 브랜드 티셔츠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옛것의 자연스러운 색 바램과 그 시절만의 향수가 느껴지는 독창적인 상품 태그 그리고 밉지 않은 얼룩과 크고 작은 구멍은 그것들의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스토리를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비밀한 이야기와 역사를 몇 푼에 거저 입는 것이다.



Shawn Stussy, 숀 스투시 혹은 션 스투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패션 브랜드 'Stussy 스투시'도 사실 서프보드를 만들던 창업자 '숀 스투시'가 그가 손수 제작한 서프보드를 홍보하기 위해 한 트레이드 쇼에 참가하며 함께 제작한 프린팅 티셔츠가 쓸데없이 불티나게 팔리며 하나의 패션 브랜드로 진화하게 된 케이스다. Hanes의 블랙 무지 티셔츠 위에 그가 제작한 서프보드에 늘상 휘갈기던 STUSSY 사인을 화이트 컬러 프린트로 갖다 박았을 뿐인데 말이다.





그가 홍보하는 서프보드보다는 도리어 옆에 놓인 티셔츠에 관심이 많던 사람들을 통해 티셔츠 파는 사람으로 포지셔닝된 그는 다음 쇼에 참가하면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던 '오션 퍼시픽' 사의 코듀로이 쇼트 팬츠와는 다른 그만의 '느낌' 있는 쇼트 팬츠를 제작해 입었다. 그것은 육해군 군용품 샵에서 구매한 치노 팬츠를 과감히 자르고 수정한 것이었다. 뭐랄까, 셀프 커스터마이징라고나 할까. 아무튼 사람들은 또 그의 치노 팬츠를 궁금해했고 그는 그 길로 군용품 점에 들러 몇 백장의 치노를 구매하여 쇼트 팬츠를 만들어 몇 개월 만에 팔아치웠다. '서프보드'를 제작하던 그에게 공은 공대로 덜 들고 돈은 돈대로 더 많이 버는 '스투시' 클로딩은 어쩌면 그의 인생을 바꿔준 자연스럽고 또 이치에 맞는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커스터마이징과 머천다이징, 이 쌍징 키워드는 미친 차별화에 매달리는 요즘 같은 시대에 더욱 빛나는 개념인 것 같다. 커스터마이징의 경우, 곧 죽어도 튀는 삶이 미덕인 요샌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시대적 조류인 듯하고, 머천다이징의 경우엔 과거에는 정작 보잘것없이 지나쳤던 브랜드나 인물 관련 상품이 몇 해를 돌고 돌아 대뜸 제철을 맞이하는 작금의 아이러니처럼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너무나 매력적이다. 스투시의 경우처럼 바로 빵 떠서 40년 이상을 견디는 헤리티지 브랜드로까지 이어지는 건 로또 같은 일일 테지만, 개인 혹은 기업, 작은 스토어나 동아리, 클럽의 정체성을 잘 담아낸 의류는 훗날에 더 가치 있고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이 되어 누군가의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 놓고 봐도 무의미한 삽질의 결과물로만 끝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nyway 스투시의 창업자인 '숀 스투시'가 고등학교에 들어간 해가 1968년이었다는 얘기나 스투시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태어난 지 마흔 해가 넘은 중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묘하게 낯선 감정이 든다. 이건 마치 하루키의 나이가 한국 나이로 일흔넷(소띠)이고 그의 소설 속 어떤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이 1949년생의 젊은 시절 공기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찔한 충격과도 일맥상통한다. 사실 간지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개념이란 걸 놓치면 절대 안 된다. 그러한 사실을 잊고 까먹을 때마다 꼭 기억하고 삶의 교훈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지금 들어볼 만한 스눕-좌의 음악 추천]

Catch A Wave! 단 한 곡도 버릴 게 없는 명반입니다.




[함께 읽어볼 만한 스눕-좌의 포스트 추천]

https://brunch.co.kr/@0to1hunnit/239


이전 18화 웨일즈 보너 아디다스 스니커즈의 열풍 속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