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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y 10. 2023

현대 패션의 축구 해석법

비켐버그, 리버럴 유스 미니스트리 그리고 웨일즈 보너



더크 비켐버그


전설적인 ‘앤트워프 식스’의 멤버이자 밀라노와 바르셀로나의 축구 경기장에서 패션쇼를 연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인 ‘더크 비켐버그(Dirk Bikkembergs)’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개쩌는 벨기에 남자(였)다.




그는 슬로베니아와 러시아 국가대표 팀, 스페인 클럽 ‘말라가’의 온/오프 필드 유니폼을 제작했으며, 2005년에는 이탈리아의 작은 축구 클럽 'FC 포솜브로네'를 인수해 패션 스타일 실험실로 활용한 후 2010년에 매각했다.





남성성과 기능성


‘더크 비켐버그’는 스포츠(특히 축구)를 하나의 공통 언어로 이해했고, 그것을 입는 이들에게 깃든 ‘남성성’을 극대화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기능성’을 전달하는 매개로 패션 디자인에 접근했다. 그리고 그렇게 강력하고 건강한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을 자기 패션의 비전으로 삼고 동명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했다.





리버럴 유스 미니스트리


한편 ‘도버 스트리트 마켓’의 인큐베이팅 그리고 라틴 팝 아티스트 ‘배드 버니’의 응원 협찬과 함께 떡상한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리버럴 유스 미니스트리(Liberal Youth Ministry)’ 또한 ‘축구’와 ‘패션’을 결합하는 이색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Juventus X Liberal Youth Ministry




Liberal Youth Ministry's Paris Fashion Week debut / FW23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대표 디자이너 ‘안토니오 사라고자’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명문 ‘유벤투스’의 원정 경기용 한정판 유니폼을 제작하고, 자신의 고향을 대표하는 멕시코의 유명 축구팀 ‘치바스 과달라하라’와의 인상적인 협업 디자인을 공개하며 올해 파리 패션 위크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내친김에 그는 파리 패션 위크에 오른 최초의 멕시칸 디자이너가 되었다.



Antonio Zaragoza of Liberal Youth Ministry




운동 세포와 땀방울


‘더크 비켐버그’가 패션과 축구를 접목하는 길목에서 ‘남성성’을 먼저 찾았다면, ‘리버럴 유스 미니스트리’의 ‘안토니오 사라고자’는 브랜드의 이름처럼 ‘젊음’의 원시적이고도 뜨거운 순간을 포착했다.


운동 세포 하나하나가 움트는 감각 그리고 청년의 땀방울로 구체화되는 생생한 에너지를 디자인 묘사한 것이다. 레이블 출범 이래 전복적이고 반항적인 젊은 정치 소굴로서의 이미지로 브랜드가 비치길 바랐던 ‘안토니오 사라고자’는 ‘더크 비켐버그’와 같은 운동(축구)을 바라보았으나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읽어냈다.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는 자신의 인종적 뿌리(자메이칸)와 그것에 대한 인문적 고찰로 문학 같은 컬렉션을 선보이는 현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패션 디자이너다.


그녀는 올해 초 자메이카 축구 연맹과 아디다스 간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자메이카 축구팀’을 위한 새로운 유니폼 컬렉션 디자인을 공개했다.






경의와 경험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번 협업과 관련해 시대를 초월하는 세련된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는데, 그것이 자신의 기본적인 디자인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두 명의 디자이너와는 달리 웨일즈 보너는 축구와 패션을 잇는 가운데 자메이카의 문화적 상징을 담은 디자인 소스를 활용해 ‘국가’와 '축구'를 융합했고, 궁극적으로 경의를 표했다. 또한 실제로 그녀의 여동생은 축구 선수이고, 그녀는 아스널 풋볼 클럽을 응원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이번 컬렉션의 구상에 개인의 성장 환경이 (디자인) 언어로서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는 자기 뿌리와 성장 환경에 축구를 멋지게 버무려 패션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themidnightclub.com



잘 나가는 이유


꿋꿋한 기반과 명확한 지향점이 있는 패션 브랜드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하나의 깔때기로 모으는 간단한 방법을 활용해 브랜딩을 지속하고 합당하게 스토리텔링하며 말 그대로 ‘잘’ 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관점에 따라 그저 짜치는 유니폼 디자인에 그칠 수 있는 축구와 패션 간의 융합이지만, 역시 결과의 차이를 부르는 건 자기 신념의 굳건함 정도가 아닐까?


확대 해석과 억지 연결, 그럴싸한 스토리텔링도 상상을 부르는 생각이 없으면 잘 되지도 않더라. 더구나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상태 그 자체에 안주하거나 있어 보이는 것을 흉내 내는 일로는 한계가 분명한 듯하다.


아무튼 패션 씬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면서 나날이 절감하는 것은 근원적으로 멋진 생각만이 결국 남다른 현실을 정교하게 부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남다른 현실이란 결국 지독한 팬덤의 다른 이름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341



[함께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음악]

그러나 but 하지만, 함께 들어주신다면 참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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