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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글 May 08. 2024

캐리어에 짐을 싸는 순간

가기 전 날 밤부터 잠이 오지 않는다. 

여행이란 녀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나를 데려다주는 것이 비행기라면, 다음 날이면 하늘을 날아 먼 곳으로 떠나게 되는 것이라면.


발 디딜 낯선 곳의 날씨를 찾아보고 그에 맞는 옷을 챙긴다.

평소 챙겨 먹는 영양제부터 충전기, 카메라까지 모든 살림을 꽉꽉 눌러 담는다.


돌아오는 길, 선물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두기 위해 옷가지 몇 개를 빼낸다.

하루 이틀은 같은 옷을 입어도 괜찮겠지, 하면서.


조만간 맡게 될 바닷바람 냄새와 파도와 갈매기의 노래를 듣는다.

선잠에 들었다가도, 챙기지 못한 것이 생각나 번쩍 눈이 뜨인다.


그렇게 조그마한 캐리어에 차곡차곡 물건을 정리해 넣는다.

새로운 곳에서 익숙한 내 물건을 통해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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