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에 다녀왔어요. 저는 올해 6년 차 예비군으로, 올해까지만 훈련을 마치면 내년부터는 민방위가 되어 이런 훈련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돼요. 드디어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되는 거죠. 올해만 작계 훈련 두 번, 기본 훈련 한 번, 총 세 번의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요. 상반기에 작계 훈련을 한 번 받고, 이번에 기본 훈련을 받아서 작계 훈련 한 번만 남아있어요. 막상 또 끝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기도 한데요. 오늘 예비군 훈련을 하며 느낀 점을 적어보려고 해요.
근처 동사무소로 가는 작계 훈련과 달리, 2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가야 하는 기본 훈련은, 언제 해도 참 귀찮은 일처럼 느껴져요. 전 날 군복과 군화, 혹시 몰라 전역모까지 준비해두죠. 옛날에는 전역모를 두고 왔다고 돌려보내기도 했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두꺼운 군화를 신은 발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져요. 계단을 오를 때에도 군화의 둔탁한 소리가 공간 가득 울리죠. 오늘은 특히 날씨도 엄청 더웠는데요. 춘추용으로 가져온 전역복이 이럴 때는 참 원망스럽기만 해요. 얇은 하계복으로 가져왔으면 어떨까 싶다가도, 그러면 겨울에 너무 추울 것 같기도 하고요.
도착하면 신원을 확인하고 강당에 모여 대략적인 설명을 듣는데요. 훈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보안 이슈가 될 수 있어 생략하도록 할게요. 다만 가만히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굉장히 많은데요. 핸드폰도 못하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밖에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시간이 굉장히 아깝게 느껴졌어요. 글도 몇 개 쓸 수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일을 할 수도 있는 시간인데, 가만히 멍을 때리며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하지만 최근 저는 '극성의 법칙'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고, 마침 이 사실을 부정적인 이 상황에 적용해 보기로 했어요.
'극성의 법칙'이란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존재하며, 마냥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고, 마냥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거예요. 어떤 면을 보고, 어떤 형태로 받아들일지는 결국 자신이 선택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부정적인 상황이 많았던 오늘은, 이것을 훈련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었어요. 우선 이렇게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자, 이를 인식하고 어떤 긍정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 고민해 보았어요. 생각보다 쉽게 나왔죠. 이렇게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또 극성의 법칙을 파헤쳐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고 받아들이자, 이 시간이 더 이상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렇게 정말 많은 생각과 성찰을 할 수 있었어요. 그중 하나는, 지금의 마음가짐이 아니었을 때의 어린 나는, 어떻게 2년이란 시간을 갇혀서 보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저는 조금만 자유가 박탈 당해도 굉장히 답답해하고, 뿌리치고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친 게, 지금 생각해 보니 신기할 따름이었죠. 조금은 성숙해진 지금의 마음을 가지고 간다면, 그 긴 시간을 더 잘 활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린 나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응원을 하며, 이 생각은 마무리 지었어요.
다음 부정적인 상황은 훈련이 종료되고 발생했어요. 입소 순서대로 퇴소를 하게 되는데, 저는 거의 마지막으로 퇴소하는 조에 속해있었죠. 짐을 반납하고 버스를 타려고 가보니 거의 100명 정도 되는 예비군이 버스 줄을 서있는 게 아니겠어요? 안 그래도 경기도 끝에 훈련장이 존재해 버스의 배차 간격이 20~30분 정도로 굉장히 긴데, 그 버스를 두 개나 멍하니 보내야 했어요. 결국 훈련이 종료되고 30분 후에야 버스를 간신히 탈 수 있었죠. 하지만 길이 굉장히 막혀 다섯 정거장을 가는데 30분을 소비해야 했어요. 걸어가도 20분 거리였던 거리를 한 시간이나 걸려 도착하게 된 것이었죠. 원래 같았으면 너무 답답하고, 빨리 가고 싶어 어떤 방법이든 찾아봤겠지만, 오늘은 그냥 닥치는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당장 뛰어서 지하철을 타지도 않고, 늦으면 늦는 대로, 흐름에 그냥 몸을 맡겨보자는 것이었죠.
결국 예상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더 지나서야 집 근처 역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오늘 하루가 날아가 버린 것 같고, 훈련이 종료되고 집에 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군복에 배인 땀 냄새처럼 슬그머니 올라오고 있었죠.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고, 다시 극성의 법칙을 떠올려보자는 생각과 동시에 저는 역 밖으로 나가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어요. 하늘은 어느새 예쁜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 넓은 가로수 잎이 인사하듯 흔들거리고 있었죠. 다시 동네에 온 것을 환영해 주는 것만 같았어요. 그 옆에 밝은 달이 떴나 하고 보니, 노란 가로등 불이었어요. 어두운 하늘과 흔들리는 초록색의 나뭇잎, 노랜 가로등 불까지. 그 풍경은 제가 밀리고 밀려 늦게 도착한 이유가 되어준 듯했어요. 이걸 보기 위해 이렇게 돌아서 오게 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부정적인 상황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원래 같았으면 예비군 훈련에 갔다 오면 맛없는 밥이나 의미 없는 훈련, 버리게 되는 시간, 먼 거리 등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끝에 있는 긍정적인 모습을 바라봄으로써 저와의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일상의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어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모든 상황이 부정적인 것처럼 느껴질 때, '극성의 법칙'을 한번 떠올려보길 바라요.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면 긍정적인 면이 숨어있을 거예요. 반대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마냥 좋게 보이는 것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해요. 언제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해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 그건 바로 자기 자신에게 달린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