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찰일기 10화

당신은 도파민 중독입니다

by 서글

도파민은 본래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의욕과 행복, 동기부여에 관여하며 인간의 뇌는 도파민을 얻기 위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간의 몸은 선사시대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살아남았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기술과 문명이 발달할수록 도파민을 얻는 것은 더욱 쉬워졌다. 술과 담배 같은 간단한 기호 식품만으로도 쉽게 얻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 몸보다 소중히 여기는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도파민이 가득 보관되어 있는 저장고와 같다. SNS에서 눌리는 작은 하트 하나하나가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더 많은 관심과 중독을 유발한다. 우리의 뇌는 점점 더 많은 도파민을 원하고 그 저장고와 떨어져 있는다면 짧은 시간이더라도 불안해지게 된다.


사람들은 점점 더 빠르고 간편하게 도파민을 얻고자 한다. 집중력과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책은 물론, 한두 시간짜리의 영상조차 길게 느껴진다. 각종 매체에서 요약본, 빨리 보기와 같이 내용을 압축하고 도파민이 분비되는 핵심부분만 추출한 콘텐츠를 찾아본다. 10분짜리 영상도 길게 느껴져 숏폼이라고 불리는 1분 미만의 영상이 트렌드가 되어 간다. 자연스럽게 집중력은 떨어지고 뇌의 기능도 함께 저하된다.


뇌에 도파민이 너무 과도하거나 부족하면 ADHD, 조현병, 치매, 우울장애와 같은 증상을 얻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발전한 문명 아래 우울증 환자와 집중력 장애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식당에 가서 주위를 둘러보면 밥을 먹을 때에도 다들 스마트폰을 손에서, 눈에서 떼지 못하고 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서로 SNS를 보며 시간을 때우는 연인의 모습은 가장 자주 보이는 유형 중 하나이다. 친구들과 있다가도 알림이 오면 그 온라인 세계로 빠져든다. 서로 집중하고 시간을 투자해 대화해야 하는 것과 달리 더욱더 편리한 도파민 지급 수단이 자신을 부르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 때에도, 여행을 가서도, 콘서트장에서도 정상적인 도파민 분비가 어려워지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며 열광하는 것보다 그것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하였을 때에 받는 관심 쪽이 도파민을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의 풍경을 눈에 담고, 동반자와 추억을 공유하는 것보다 내가 이런 곳에 왔다는 것을 자랑하고 받을 수 있는 관심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 뇌의 진화속도는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선사시대에 머물러있다는 뇌과학자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방향으로 가다가는 모두가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단기적인 쾌락에 빠져 사는 중독자의 세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비정상적으로 많은 도파민을 얻게 되는 행위를 의식적으로 피해야 한다. 노력을 통해, 많은 시간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얻는 그 도파민을 그리워해야 한다. 잠깐이라도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동네 산책을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비로소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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