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찰일기 09화

지하철의 시선들

by 서글

운전을 잘하지 못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회사에 가거나 약속 장소로 향할 때, 그저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에도.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는 느낌이다. 입가에 미소를 잃고 죽은 눈을 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실려가는 모습이다.


그들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차갑고 딱딱한 스마트폰이다. 그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냉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의 따뜻함 마저 앗아가고 있다. 두 눈은 작은 공간만을 바라본다. 길을 걸을 때에도, 심지어 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가면서까지 흘러나오는 화면을 눈에 담는다. 차와 함께 명장면도 같이 놓치지 않기 위함일까.


나도 마찬가지다. 작은 세계 안에 갇혀있다. 잠시라도 스마트폰과 멀어지면 불안해진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도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벌써 손이 근질거린다.


지하철은 스마트폰을 보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출퇴근길에 운이 좋아 자리에 앉게 되면 조금이라도 자지 않고 유튜브를 보게 된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을 궁금한 듯이 뚫어져라 쳐다본다.


요즘 이런 내 모습이 싫어 점점 멀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손이 근질거릴 때 스스로를 다그친다. 뇌에게 속지 말라고, 너 지금 중독된 거라고. 그러다 보니 창 밖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지하로만 달릴 때에는 내 모습만 뿌연 거울처럼 비춰준다. 그러다 한강 다리를 건너게 되면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다. 처음 그 기분을 느꼈을 때에는 삶이 주는 작은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강의 풍경은 모든 순간 다르다. 이른 아침엔 오늘 하루를 시작하려는 듯한 꿈틀거리는 물결이 보인다. 노을이 질 때쯤엔 붉은 기운으로 홍조를 띠며 맞아준다. 좀 더 늦어지면 밤하늘의 별을 그대로 잡아 끌어온 듯한 반짝거리는 야경이 펼쳐진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또 내 기분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선물해 준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안타까움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이 소중한 선물을 받는 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여전히 직사각형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지도 알아채지 못한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지금 고개를 돌려 바깥 풍경을 한번 보라고 말을 건네는. 당신에겐 어떤 선물로 다가오느냐고 물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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