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긴 연휴를 맞았다. 직장인의 입장에서 꿀 같은 휴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거나 해외여행을 떠났다. 고향도 내려가지 않고 여행 계획도 잡아놓지 않은 자의 말로는 심심할 뿐이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았다. 하루는 동대문디지털플라자에 방문해 각종 전시회를 보았다. 서점에 가 읽고 싶던 책을 마음껏 보기도 했다. 노래방에 가 열차까지 해보았지만 남아도는 에너지는 없던 불면증도 만들어주었다.
최근 회사 사람들과 함께 했던 등산이 떠올랐다. 한 번 갔다 오면 몇 날밤은 쥐 죽은 듯이 기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얻는 운동 효과와 보게 되는 절경은 기본값이다. 마침 혼자 하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는 중이었다. 다음 목표는 등산이 되었다.
너무 멀리 갈 수는 없었다. 차도 많이 막힐 테고 혼자 왔다 갔다 하는 길은 쓸쓸할 것만 같았다. 최대한 집에서 가까운 산을 찾아보았다. 아차산역이 마침 20분 내 거리에 있었고, 난이도도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은 험한 산을 좋아하지만 혼자 그런 곳을 갔다가 다치거나 조난이라도 당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앞섰다.
혼자 아차산에 가기로 한 날 아침, 오늘따라 무거운 몸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혼자 그 고생을 하고 오는 것이 맞나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연휴라서 사람이 많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사람이 많은 것은 딱 질색이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뭉그적거리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역시나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로, 친구, 연인 단위로 다들 등산을 하러 나온 것이다. 중간에 쉴 수 있을만한 곳은 죄다 누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쉬지 않고 빠르게 정상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아차산 정상까지는 약 40분 만에 빠르게 도달했다. 이렇게 낮은 산은 금방 오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내려가기는 아쉬워서 능선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용마산 정상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바위로 된 길이 많아 아차산보다는 좀 더 난이도가 올라갔다. 특히 내려오는 길은 옆에 줄을 잡지 않으면 내려올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등산을 약 두 시간 만에 완료했다. 불암산이나 관악산에 갔을 때 몇 시간씩 걸려 완주하던 것을 생각하면 꽤나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나 난이도를 떠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혼자라는 것은 무리들 사이에 있을 때, 더 외롭게 느껴진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싸 온 음식을 챙겨주는 모습, 땀을 닦아주고 자신의 물을 건네주는 그런 이타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문득 외로움이 느껴졌다. 내가 챙겨주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 사람을 내가 소중히 여기고 있고, 챙겨주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오며 가며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의 대화를 의도치 않게 듣게 된다. 자신의 등산화에 대한 이야기,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이런저런 우스갯소리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라디오 방송 덕분에 내 귀는 더 이상 이어폰으로 틀어막지 않아도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나와의 깊은 대화 시간이 되었다. 산책은 가장 좋은 명상 시간이라고 많은 철학가들이 얘기하곤 했다. 등산 역시 혼자 하게 되면 그 시간 동안 나 자신과 집중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상담 시간이 된다. 나는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어쩔 때 짜증과 행복을 느끼는지, 왜 이곳을 혼자 걷고 있는지에 대한 것을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 역시 친절하고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앞으로도 혼자 산에 자주 가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에 맞춰 힘든 길을 올라가는 것. 올라간 후에는 모든 것을 내려두고 겸허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 등산과 인생은 참 많이 닮아있다. 나 홀로 등산을 통해 혼자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