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회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공연에 코러스로 참여하게 되었다. 전국 투어를 돌며 3개월간 공연이 지속되며 첫 공연은 무려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됐다.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불리기도 하는 그곳에 올라간다는 일이 믿기지 않았다.
리허설을 하러 무대 위에 올라가 보니 좀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관중석이 사방으로 무대를 둘러싸고 있었고, 무대가 주는 그 분위기는 장엄하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곧 자리가 가득 차고 수많은 시선이 이곳을 향할 것을 생각하니 긴장이 되기도 두렵기도 했다.
그 감정을 마주하기로 했다. 누구나 그런 무대에 올라간다면 마냥 평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긴장되는 순간을 마음에 새기고 받아들이기로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었다.
입장 순서가 되고 백스테이지를 지나 무대에 들어서니 화려한 조명과 수많은 시선들이 무대를 향하고 있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곡이 시작되기 전 적막만이 그 큰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휘자의 지휘봉이 올라가고 무대가 시작됐다. 수없이 연습했던 대로 내 입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지휘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끼고자 온 정신을 그에게 집중했고, 그가 이 쪽을 바라볼 때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하며 박수갈채를 받을 때,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행복한 순간으로 남기게 되었다. 약 5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고, 그것이 더욱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게 될 때, 그 파동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은 어디서든 쉽게 느끼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