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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글 Feb 21. 2024

아이와 노는 순간

조카는 올해 8살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지나가다가 발견한 예쁜 가방을 입학 선물로 주었더니 함박웃음을 짓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순수한가. 꾸밈과 거짓 없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 감동적인 영화나 잊지 못할 풍경을 마주칠 때 느껴지는 마음은, 이 작은 아이를 가만히 볼 때에도 느낄 수 있다.


매번 좁은 집에서만 장난을 치며 놀다가, 이번 연휴에 처음으로 함께 나들이를 가게 되었다. 날씨는 풀리지 않았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점점 더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녀석이다.


나가기 전 안 쓰던 스마트폰 공기계를 선물로 주었다. 앞으로 학교에 다니려면 필요할 것 같았다. 친구들은 다 키즈폰인데 자신만 어른폰이라며 기뻐했다. 가장 먼저 카메라 사용법을 물어보고는 이것저것 찍기 시작했다.


DDP로 놀러 갔는데, 가는 버스에서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어떻게 알았는지 동영상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자그마한 손으로 자기 손만 한 촬영 버튼을 누르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새겨졌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생각보다 낮고 거대했다.


인스타그램을 위해서도, 자랑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든 것을 눈이 아닌 곳에 담아 갔다.


다리가 아플 때는 아프다고, 배가 고플 때는 고프다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 솔직함이 부러웠다. 어느새 속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는 어른의 사정이 부끄러웠다.


아이와 함께 나가보니 알 수 있었다. 내 안에 여전히 동심이라고 불리는 순수한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을. 오히려 사라지지 않고 구석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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