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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글 Apr 10. 2024

때로는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최선이다

오래간만에 휴일이 찾아왔다.

직장인에게 빨간 수요일은 무엇보다 달콤하다.

사전 선거를 해둔 덕분에 집밖으로 나갈 이유가 모두 사라졌다.


평소 출근 준비를 하던 시간에 나도 모르게 눈이 떠진다.

물을 한 컵 마신 후에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늦은 아침을 차려 먹는다.

오래간만에 락스로 화장실 청소를 한 후 깨끗해진 화장실을 바라본다.

이곳저곳 묻어있던 물때가 말끔히 사라지고 빛을 낸다.

상쾌해진 기분을 느끼며 내 몸도 함께 씻어준다.


밖에 나가지 않을 때에도 하루에는 꼭 두 번을 씻어준다.

일어나서와 자기 전이다.

하루를 시작하며, 마치며 모든 것을 씻어내는 나만의 의식이다.


다시 침대에 들어가 가만히 누워있는다.

쉬는 날에는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뭔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이 귀중하고 고요한 낮을 느껴본다.


때때로 일어나 노래를 튼다던가, 영화를 틀어놓는다.

온전히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만큼은.


먹고 싶었던 치킨을 시켜 먹는다.

이미 바깥은 어둑해졌다.


금방 흘러간 하루이지만 보람차다.

온전히 쉬는 시간을 나에게 주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하루이지만 다시 샤워를 하고 눕는다.

바디워시 향이 솔솔 풍겨온다.


오늘도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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