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글 Apr 17. 2024

합주가 주는 즐거움

직장인 밴드 파이팅

일주일에 한 번은 밴드원들과 함께 합주를 한다.

작은 연습실을 빌려, 앉을 자리 하나에 겨우 몸을 웅크린 채로.


직장에 다니는 우리는 평일,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질질 이끌며 온다.

자기 몸 만한 악기를 짊어진 채, 출근 가방보다 무거운 것을 가지고서.

하지만 왜인지 출퇴근 때와는 다르게 어깨를 아프도록 짓누르지 않는다.

내가 선택해서 하는 자발적인 행동이기 때문일까.


막차가 끊기기 직전까지 몇 시간이고 연주를 한다.

잘 안 되는 부분을 반복해 가며 합을 맞추기도,

여러 레퍼런스들을 양분 삼아 더 좋은 곡을 만들어보기도.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이지만 마지막 힘까지 다해 최선의 연주를 해낸다.

그것이 아우러질 때 우리는 같은 시공간 안에 있다.

바로 옆에 있어도 같은 곳에 있지 못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비로소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저마다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인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서는 미소가 피어오른다.

해가 다 지고 나서야 희미하게 피어오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